바람의 온도

아이와 함께한 네번째 여행지 | 하와이 #1

by B구루



하와이의 바람에는 온도가 있다. 아주 건조하지도 아주 습하지도 않은 적당히 촉촉한 그 온도는 거짓말처럼 사람의 마음을 설레게 한다. 한국에서는 봄 또는 가을의 어디쯤 비가 오기 직전 적당히 시원하고 습한 그 때 부는 바람의 느낌이랄까 하와이에 발을 딪자마자 그리웠던 바람의 온도를 맡는다. 이 바람의 온도 그리고 냄새가 그리웠다. 그래 이게 바로 하와이지.




우리가 정말 하와이에 왔구나. 한 번 갔던 여행지는 10년 내 다시 찾지 않기로한 우리였는데 이번에 그 약속을 어기자고 제안한 것은 매튜였다. 허니문으로 갔던 곳을 셋이 되어 다시 찾는다는 의미, 아이가 24개월 미만일 때 가야 프리티켓의 혜택을 누릴 수 있다는 이유에서 찾아간 하와이. 사실 23개월인 아이와 편도 9시간 왕복 18시간의 비행을 한다는 것은 떠나기전부터 매우 큰 심적 부담과 걱정을 안겨주었고 나는 몇 번이나 다른 곳으로 여행지를 제안했지만 매튜의 의지를 꺽을 순 없었다.




그런데 도착하자마자 걱정을 씻어준 것은 하와이의 바람 그래, 잘왔다 사실 이 바람이 정말 그리웠다. 여행은 시작되었고 우리는 하와이에 있었다. 6년 전 허니문으로 둘이 떠났던 곳을 셋이 되어 다시 찾은 감회는 생각보다 더 새로웠다. 아이는 이번 여행에서 처음으로 알푸하(알로하~) 와이키키 피짜라는 말을 배웠다. 여행 내내 알푸하 알푸하 인사를 하고 다니는 23개월 꼬마 덕분에 하와이 이곳 저곳이 들썩거렸다.




편도 9시간 왕복18시간의 비행도 즐길줄아는 넌 역시 스파르타 여행자의 딸. 쉴새없는 일정에도 지칠줄 모르는 무한체력이 새삼 고마웠던 7일. 불과 몇시간 전만해도 야자수 가득한 그림같은 풍경 속에 있었는데 집으로 돌아오자마자 트렁크 가득 쏟아져나오는 빨래에 청소에 짐정리까지 여행의 여운을 생각 할 겨를도 없이 몸이 먼저 현실로 복귀한다.




아이와 함께 여행을 한다는 것은 매우 부담스럽고 힘든 일이지만 참 아이러니하게도 결국 여행의 끝엔 아이와 함께 아주 오랜시간을 함께 했다는 것 때문에 여행이 가득채워졌음을 느낀다. 참 좋았다. 얼굴가득 구수한 아이의 웃음을 많이 볼 수 있어서 전에는 서로를 마주보고 웃었는데 이제는 아이의 웃음을보며 함께 웃는다. 매우 큰 변화 같은데 어쩌면 같은 것도 같다. 고단하다고 느꼈는데 막상 자려고 누우니 잠이 오지 않는다. 일상이 꿈 같은 새벽이다.









글과 사진 | B구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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