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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볼리 Jan 03. 2019

느긋하고 단단하게 살기 위한 회고

2018년 잘한 일 3가지와 아쉬운 일 3가지

생각하는 사람은 한 해를 되돌아 본다. 그리고 글 쓰는 사람은 그 기록을 남긴다. 생각하고 쓰는 인간이 되길 원하기에 2018년을 가만히 들여다본다. 2018년은 성장하고도 미성숙한 한 해였다. 다양한 지식과 경험을 빠르게 흡수했던 그 어느 해보다 성장레벨을 올렸던 한 해였다. 그러면서도 내 것으로 흡수하고 발휘하는 데는 많은 취약점을 발견하기도 했다. 그 중 간과했던 것이 감정과 자기돌봄이 이었다. 많은 일이 있었지만 잘한 일 3가지와 아쉬운 일 3가지 정도로 정리해보고자 한다. 그리고 2019년에 나의 다짐도 되새겨보고자 한다.





1_한 아이의 엄마가 되었다

2018년의 6개월은 임신한 채로, 나머지 6개월은 출산한 채로 보냈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여자의 몸은 한 생명을 품기 시작하면서 이상하리만큼 달라지고 때로는 그 변화를 견디기 버거운 순간도 있었다. 13kg가 불어난 몸을 버티고 10시간의 진통을 버티면서 마주한 나의 아들 윤우는 내 생애 큰 기쁨이 되었다. 작은 생명의 존재 앞에서 나는 한 없이 연약하고 겸손해졌다. 그러면서 부단히 강해지고 단단해지고 있었다. 돌보는 인간으로서 나는 한 아이의 울음과 웃음에 반응하는 엄마가 되었다. 아이를 낳고 시엄마와 함께 사는 새로운 가족으로서 경험과 강아지와 함께 육아를 하는 경험을 시작했다. 친정엄마와도 나누지 못할 이야기를 나누는 시엄마가 생겼고 아이의 성장을 기록하는 칼럼도 기고하게 되었다. 윤우의 엄마가 되길 정말 잘했고 그 과정을 견딘 나를 격려해주고 싶다.



2_부동산공부를 통해 아파트 대출금을 정리했다

대한민국에서 특히 서울에서 유주택자의 삶은 녹록치않다. 부동산에 관심을 두고 공공연하게 이야기를 하면 불로소득을 추구하는 이로 취급되는 것은 물론 그렇게 취득한 주택도 절반이상은 은행의 소유라는 점이다. 서울에서 오랫동안 자취와 전세살이를 하던 내게 평온하고 온전한 집이 주는 안정감은 매슬로우의 안전욕구에 해당되는 원론적인 욕망이었다. 계기는 결혼을 하고 공동재산이 되면서 남편과 미분양 신축아파트를 구입하게 되면서 부동산 공부를 시작하게 되었다. 당시 남편의 청약통장을 부지런히 활용하면서 분양에 대한 지식도 쌓고 유주택자로서 알아야 할 부동산 상식도 알게 되었다. 2018년은 그런 내게 첫번째 매도의 시점이기도 했다. 똘똘한 한 채를 남기고 시세차익은 빚을 정리했다. 큰 욕심 내지 않고 목표수익을 달성한 나와 남편을 칭찬해주고 싶다.



3_스타트업의 브랜딩과 마케팅 공부를 했다

스타트업 마케터로 스스로 부족하단 것을 알고 있었다. 2018년 1월 서비스가 오픈하면서 정말 다양한 분야의 공부를 필요로 했다. B2B 중심의 대기업과 공기업 홍보 경력이 중심이었던 내게 올 한 해는 스타트업과 마케팅, 그리고 브랜딩이라는 공부를 확실하게 하게 만든 한 해였다. 어떤 마케터가 되어야 하는지 스스로 실험을 해본 한 해였다고 생각이 든다. 물론 속도과 결과면에서는 다소 아쉬웠지만 성장에 대한 잠재력은 확인할 수 있었다.  한편 그로스에 대한 개념을 처음으로 제대로 고민해본 시기기도 했다. 업의 본질로부터 시작한 공부의 방향성은 잠시 휴식기를 갖게 되었지만 조직과 개인의 성장을 위해 노력한 자신을 인정해주려 한다.  



엄마라는 역할로서 
안전욕구를 추구하면서
마케터라는 역할로서
성장할 수 있는 한 해였다


1_몸과 마음의 건강을 잘 돌보지 못했다

출산 후 종종 있던 허리통증이 만성질환이 되었다. 건강검진을 받으니 디스크 초기 단계로 경추 4-5번 직선화가 진행되고 있었다. 물리치료와 마사지를 통해 통증을 잡고자 했지만 쉽지 않았다. 스트레칭과 가벼운 운동을 시작해야 했는데 바쁘단 이유로 몸을 잘 돌보지 않았다. 몸이 주는 신호를 듣지 않으면 몸도 나를 멀리한다. 한편 감정관리도 힘들었던 한 해였다. 스스로 실력이 부족하다는 생각과 출산으로 부재중이었던 시기에 대한 불안감으로 조급함이 앞섰던 것 같다. 일을 해내는 건 의욕이 아니란 걸 알면서도 빠르게 증명해보이고 싶었던 마음이 스스로 지치게 만들었다. 몸과 마음이 주는 소리를 귀담아 듣지 않아 몸과 마음이 모두 괴로웠던 것이다. 성장에 비해 여유가 없었던 자신이 아쉬웠던 한 해 였다.


2_팀원으로 협업을 잘 하지 못했다

2018년 12월, 16개월간의 스타트업 생활을 마무리지었다. 서비스를 보완하고 브랜딩을 마무리 짓지 못한 점이 아쉽지만 그보다 팀원으로 협업을 제대로 하지 못한 점도 아쉽다. 후배의 퇴사를 지켜보는 일도 생각보단 힘들었다. 리더로서 역할을 다하지 못한 듯한 책임감에 대한 회의는 스스로를 괴롭게 했다. 혼자만의 의욕보다는 팀원과의 대화가 중요했는데 조바심이 앞서 잘 하지 못한 것 같다. 나름대로 조직에 대한 책도 읽고 다양한 시도를 해보았지만 결과적으로는 퇴사를 선택하게 되었다. 큰 포부를 안고 스타트업의 합류하게 된 목표는 개인의 성장과 좋은 동료가 되는 것이었는데 목표를 향해 달려가는 좋은 동료가 되어주지 못한 점이 아쉬웠던 한 해였다. 


3_아버지와 진심으로 대화하지 못했다

내게 아버지는 아픈 손가락이다. 가장 미워하면서도 가장 닮은 존재인 아버지는 서로 진심으로 대화하기 힘든 상대였다. 아버지만의 고민을 진심으로 이해할 수 없었기에 미운 감정이 앞섰던 한 해였다. '왜 아버지는 아이를 낳은 시점에도 내게 연락하지 않을까'란 미움이 아버지와의 대화를 막았던 것이다. 돈 때문에 오랜만에 연락을 하신 아버지를 어렵게 뵈었지만 손주를 보여줄 기회를 드리지 못했던 것이 마음에 걸린다. 엄마에게 나쁜 사람으로 아버지를 미워했고 가족보다 자신이 먼저셨던 아버지를 원망했다. 아버지란 단어를 떠올리면 눈물부터 나는 감정적인 내가 아쉬운 한 해였다.


자신에게 미안하고
동료에게 미안하고
아버지에게 미안한
아쉬움이 있는 한해였다


2018년은 한 문장으로 표현하자면 성장했지만 미성숙한 한 해였다. 그럼에도 한 해를 열심히 살아온 나 자신을 다독여주고 싶어 어렵게 이 글을 썼다. 12월은 한 걸음 물러서 자신을 철처히 객관화 하면서 돌아보는 한 달이었다. 느긋하고 단단한 2019년을 살고싶다. 그러기 위해선 겉으로 보이는 성장뿐 아니라 속까지 성숙하는데도 시간과 노력을 들여야 할 것 같다. 내 몸과 감정이 하는 소리에 귀 기울이고 실패하고 나약한 나의 모습도 안아줄 것이다. 이 모든 것은 '현재에 집중하는 삶의 태도'로 귀결된다. 유치해보였던 감사일기와 뭐하는지 모르겠던 명상을 2019년에는 시작해보려 한다. 지금 이대로의 나를 인정하고 사랑해주는 시간을 통해 더 멋진 내가 될 것이라 믿기 때문이다.



홈트레이닝을 시작했습니다. 집으로 바디코치가 방문해 통증없이 체력을 회복하는 코어운동을 해보려 합니다. 감정과 생각을 글로 표현하는 연습을 해보고 있습니다. 글 쓰기가 주는 치유와 극복의 힘을 믿어보려고 합니다. 역할의 성장에만 몰두하지 않고 다시 차근차근 해볼 수 있는 일을 시작하려 합니다. 좋은 기회와 좋은 사람을 얻는 2019년이 되길 기대하며 하루하루 느긋하고 단단하게 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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