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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볼리 Feb 06. 2019

서른 다섯, 가던 길을 돌아보다

네 번째 퇴사 후 커리어코칭을 받았다

네 번째 퇴사를 하고 난 뒤 직장생활 12년차 맞았다. 적지 않은 사회경험을 통해 많은 일을 했지만 늘 반복되는 질문이 가슴 속에 남는다.


직장인으로서의 나, 잘 하고 있는걸까?


이번 퇴사는 이십대에 느낀 번아웃과의 다른 감정의 퇴사였고 무엇이 나를 멈추게 하는지, 그리고 다시 일하게 하는지 궁금했다. 알수없는 생각으로 휩싸여 있을 때 옛 직장멘토께서 '커리어코칭'을 권해주셨다. 커리어코칭이란, 지금까지 해온 경력을 기반으로 1)어떤 강점과 약점을 가진 사람인지(과거), 2)어떤 역할과 학습능력을 보유하고 있는지(현재), 3)어떤 비전을 그려나갈 수 있는지(미래)를 돌아보는 일이다. 멘토께서 소개해주신 G코치님과의 코칭 세션1을 4회에 걸쳐 진행하게 되었다.


1회차 : 잘하고 있는 일에선 약한 내면을 드러낼 일이 없다


코치님과 첫 인사를 나누었다. 간단한 자기 소개와 왜 코칭을 받고 싶은지, 코칭을 통해 무엇을 얻고 싶은지에 대한 대화로 시작되었다. 

-코칭을 시작하게 된 계기 : 열심히 하던 일을 놓아버리게 되는 감정은 어디서 오는 것인지 스스로 답을 찾을 수 없었다. 내 커리어를 돌아보는 시간을 전문가와 함께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코칭을 통해 얻고자 하는 것 : 주도적으로 일할 수 있는 진짜 내 일은 무엇일까? 나라서 잘 할 수 있는 일, 주도적으로 지치지 않으며 불안하지 않게 할 수 있는 일을 찾아보고자 한다.


이어서 어떤 일을 해 왔고 이직 또는 퇴사를 하게 된 이유에 대해서도 자연스레 대화가 오고갔다. 코치님과의 대화로 나는 무언가를 만들고 싶어하는 욕구가 높지만 스스로 능력이 부족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좋은 조력자를 만나고 싶어하는 마음을 갖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일을 해나가는 과정 속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과의 관계였다. 그래서 목표나 결과 중심적인 사람과 자주 부딪혔고 상처받는 동료를 챙겨야 하는 책임감이 의무적으로 느껴졌다.


"볼리씨는 열심히 일하고 성취하는 자신만 인정하려는 듯 해요. 실패하고 부족한 자신을 특히 애쓰지 않는 자신을 왜 받아주지 않으시는거죠?"


처음에는 선뜻 이해하지 못했다. 원래 삶이란 치열하고 최선을 다해야만 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다가 지치고 무기력해지는 나를 경멸했다. 잘하고 있는 일에선 약한 내면을 드러낼 일이 없다. 그렇기에 무언가 잘 풀리지 않을 때 내가 어떤 감정을 느끼고 어떤 행동을 하는지 잘 알면 약한 내면이 드러나도 회복할 기회가 있다는 것이다. 코치님은 이어서 자존감 테스트지를 건내주셨다. 


48개의 문항으로 구성된 테스트는 총 200점 만점으로 나는 157점이 나왔고 평균점수를 기록했다. 특히 점수가 낮았던 부분인 '나는 걱정을 많이 한다', '나는 과거에 잘못한 것들을 곰곰이 생각하곤 한다'와 같은 지나친 반성적 사고가 자존감을 낮게 만들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내겐 자존감 낮음 자체가 문제였다기 보단 자존감 지수가 얼마나 안정적인 패턴을 보이는지가 더 중요했다. 특히 자신에게 얼마나 관대하고 스스로를 격려하는지(자기자비)가 그래서 자신을 잘 알고자 하는 마음이 중요하다고 코치님이 말씀해주셨다. 그리고 두 가지 과제를 내어 주셨다.


내 마음을 읽어주는 감정일기를 써볼 것

잘 하지 못하는 나 자신도 아끼고 돌봐줄 것


2회차 : 작은 일에도 만족과 성취감을 느낄 수 있는 습관이 필요하다


일주일 후 코치님을 다시 뵈었다. 카톡을 통해 코치님이 내주신 과제를 체크했다. 이번 시간에는 퇴사를 통해 느끼는 감정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이야기 했다. 지난 10년의 직장생활 중 무엇이 나를 행복하게 만들었는지, 무엇이 나를 좌절하게 했는지에 대한 것이었다. 


이야기를 통해 알게된 내게 안 좋은 습관 두 가지를 발견했다. 하나는 내가 하는 일이 남들이 좋아보이는 일이 아니면 쉽게 싫증내고 포기하는 스타일이라는 것과 업무마다 상한선을 높게 두어 늘 만족하지 못하는 감정을 갖는 일이었다. 이로 인해 높은 학습욕망과 학습능력에도 불구하고 내 삶을 변화시키는 중요한 것은 내재화(습관)하지 못한 것이었다.


커리어는 수학문제집처럼 정답이 없어서 내가 잘하고 있는 것인지 확인할 수가 없다. 그러다보니 남들에게 인정받으려는 분야만 잘 하고 싶었고 스스로 기쁨과 재미를 느끼는 것에 집중하지 못했던 것이다. 그렇게 십년이 되니 내가 가치있다고 생각하는 일이 정말 스스로 느끼는 감정인지 학습된 감정인지 모호해졌다. 더 늦기 전에 나 자신에게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하단 걸 절실히 느꼈다.


나는 반복적인 일을 시시해했다. 단순한 일을 무시했다. 아무리 창의력이 있는 사람일지라도 단순하고 반복적인 일의 가치를 알지 못하면 중요한 순간에 실력발휘를 할 수 없다. 작은 일에도 만족과 성취감을 느낄 수 있는 습관이 필요했다. 


코치님은 다소 식상해보일 수 있고 특히 나처럼 의구심 많은 스타일이 잘 하지 못하는 감사일기를 써보라고 하셨다. 감사한 마음이 안 들어서라기보단 사소한 일을 해내는 나를 지켜보고 싶으셨던 것 같다. 처음에는 거부감이 들어서 '다행일기'를 써보려고 했다. 막상 써내려가기 시작하니 감사를 표현하는 일이 어렵진 않았다. 하루를 마감하면서 코치님과 톡을 주고 받는 기분도 누군가의 도움을 필요로하는 나를 인정해주는 일이었다.


3회차 : 유익한 중단을 하고 있는 시기를 인정한다


코칭 3회차에 접어들었다. 이젠 코치님과 꽤 친밀해짐을 느꼈다. 중간중간 들려주는 코치님의 개인적인 경험도 내겐 자극과 위안이 되었다. 그러다보니 내 개인적인 일도 꺼내게 되었고 학창시절의 경험이나 가슴 속 깊은 고민도 나왔다. 누구나 그렇겠지만 내게도 좋지 못한 상황은 늘 있었다. 그러한 상황을 견디며 일하는 인간으로서 나는 나름의 최선을 다해왔다. 쉽게 포기했다고 생각했지만 나름의 근성으로 버텨온 부분도 있었다.


오늘은 2018년에 잘한 일과 아쉬운 일 세 가지씩을 꼽아보기로 했다.(자세히 보기) 그리고 코칭과정 중에서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인 '생각이 너무 많다'는 것에 대해 해결책을 찾아보기로 했다. 아이디어를 확산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했던 것이 생각에 이끌려가는 시간이 너무 많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이를 텍스트로 표현하면서 생각할 수 있는 만큼만 생각하는 습관을 길들이기로 했다. 특히 실행할 수 있는 일이라면 빠르게 노트앱을 켜서 기록하기로 했다. 


지난 날의 나를 돌아보면 모든 선택이 올바를 순 없었지만 다시 돌아가도 그 선택을 했을 것이라 믿고 있었다. 하지만 과거에 매여있고 감정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시간이 꽤 길었다. 이제는 글이나 말로 표현하면서 풀어야 하는 시간이 필요했다. 일을 하면서도 순간 순간마다 감정을 읽어주는 습관이 필요함을 알게 되었다.


코치님은 도형으로 알아보는 내면검사지를 건네주시며 나는 어떤 유형의 사람에 좀 더 가까운지 살펴보자고 하셨다. 과거에 이러한 검사를 많이 한 것 같았는데도 선뜻 기억이 나지 않았다. 48가지 문항에 점수를 매기는 나는 S유형의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S유형의 특징 : 다재다능하다. 감수성이 높고 예술적 재능이 많다. 서비스 정신이 가능하며 아이디어가 많다. 때론 소심하고 완벽주의다. 항상 끊임없는 변화를 추구하고 쉽게 지루해한다. 사색적이며 지속적인 자극을 필요로 한다.
-S유형을 위한 제언 : 편견은 걷어내고 진심으로 관심을 가질 것. 비판이나 부정적인 언어를 긍정언어로 바꿔볼 것. 하고자 하는 것을 대범하게 추진해볼 것. 시간, 금전 등의 계획을 세우고 엄격히 지킬 것.


그동안 대화를 통해 내가 꽤 부정적인 인식과 표현을 하는 편임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지금은 '유익한 중단'을 하고 있는 '내가 선택한 휴식기'라는 인식을 갖는 것도 필요했다. 일하지 않는 자신을 공허하게 느끼기 때문에 스스로가 이 시기를 어떻게 인지하고 인정하는지가 중요하다. 큰 목표를 세우기 보다는 해보고 싶은 일을 하나씩, 그 때 그 때 해 나가야 할 것 같다. 


4회차 : 그 과정에서 뭐가 더 즐거울 것 같은지 생각한다


커리어코칭 세션1의 마지막 시간이 되었다. 그 동안 코치님께 '이런 일 해보면 어떨까 생각해봤어요'에 관한 대화도 많이 오고 갔었다. 최근 이런 분야에 관심이 생겨서거나 주변에서 이런 일을 해보면 잘 할것 같다고 해서라는 이유였다. 그 사이 잠시 여행을 다녀왔는데 내가 꿈꾸던 로망을 일하고 계신 분을 만났었다. 물론 그 일을 하면서 겪는 힘든 점은 다 알 수가 없겠지만 그저 그 일을 하고 있다는 그 자체만으로도 부러웠다.


나는 계속 직장을 다녀야 할지, 아니면 새로운 내 일을 해야 할지 고민이 들었다. 그 동안 '종잣돈을 모으기 위해', '좀 더 남 밑에 있는 힘을 기르기 위해'라는 이유로 직장생활을 해왔지만 사실 내 일을 시작하는데 두려움을 안고 있었던 것 같다. 코치님은 하고 싶은 일을 적어 두고 1)이 일을 해서 얻는 것과 2)이 일을 해서 잃는 것을 적어보라고 하셨다. 그리고 포기할 수 있는 것부터 지워보라고 하셨다. 그러면 더 많이 남는 쪽이 있을 거라며 말이다. 


그러면서 앞으로 10년간의 내 모습을 그려보라고 하셨다. 사실 이 과제는 글을 쓰는 지금까지도 완성하지 못했다. 세션1을 마치며 코치님은 격려의 말을 전해주셨다. 


지금 너무 잘 하고 있으니 더 잘하려고 애쓰지 마세요. 충분히 잘 대처하고 있고 역할에 충실하고 있으니까요. 좀 더 자신에게 집중하고 내면을 살펴주면 좋겠습니다.

 

코치님과 4회간 진행한 코칭의 소회를 이야기 하며 세션1을 마무리 지었다. 그리고 기회가 되면 강점을 체크해보는 시간을 가져보라며 책을 추천해주셨다. 이후 감사하게도 강점워크숍을 진행하는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되었다. 나의 대표강점은 '탐구', '촉진', '신념', '감탄', '창의'이며 강념발현유형은 유쾌한 사람이라는 것이었다. 


못하는 것을 극복하려고 했던 과거와 달리 잘하는 것을 더 발현할 수 있도록 분야와 역할을 찾아보려고 한다. 4회에 걸친 코칭은 '일하는 나'를 좀 더 살펴보는 시간이 되었다. 몇 번의 코칭으로 내가 무얼 해야 하는지 정답을 얻고자 했다면 시작도 못했을 것이다. 앞으로의 코칭은 내가 선택한 일련의 일에 대해 나라서 잘할 수 있는 일인지 살펴보게 될 것이라 생각한다. 




커리어코칭은 코치마다 진행과정이 다르다. 시간, 비용, 효과 또한 개개인마다 천차만별이다. 자신의 커리에 대한 회고와 좀 더 단단한 마음으로 일하는 자신을 위한다면 한번쯤은 받아보길 추천한다. 필자는 10년 목표를 세우게 되면 세션2를 다시 진행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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