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 며칠 부산 좀 다녀올게요_2

2019년 1월 12일에 다녀온 남산동,장전동

by 볼리
책과 커피가 있는 곳을 좋아합니다. '요 며칠 어디 좀 다녀올게요' 시리즈는 그런 여행의 기록을 남겨볼까 합니다. 모든 기록은 주관적이며 때로는 실제보다 감상적일 수 있습니다. 필름카메라 효과를 볼 수 있는 'Huji' 앱으로 촬영했습니다.


남산동이 내려다 보이는 카페에서 아침을 먹었다

인스타에 '부산대카페'로 검색을 해봤다. 부산 사람이지만 부산을 모르기에 다른 사람이 만들어 둔 정보에 의존해야 한다. 꽤 오래 머물렀던 금정구 일대도 마찬가지였다. '금샘다방'에 눈에 들어와 택시를 불러 가보았는데, 안타깝게도 지인 결혼식 참석으로 오후에 문을 연다는 쪽지가 붙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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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릴없이 예전에 남편과 가본 적 있는 투썸플레이스로 발걸음을 옮겼다. 프랜차이즈 카페는 가고 싶지 않았지만 이 곳은 예외다. 남산동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경치를 볼 수 있는 자리가 있기 때문이다. 베이글과 아메리카노를 시켜 아침식사를 했다. 미뤄 둔 워크넷 구직신청도 했다. 다시 실업자, 아니 이제 경단녀가 되는 신고를 한 것이다.


매각된 병원 어떻게 되는 걸까

점심을 함께 먹자는 엄마의 연락을 받고 남산고등학교부터 침례병원까지 남산동 일대를 구경했다. 동네는 조용했고 꽤 많은 곳에 '임대'와 '점포세'란 A4용지가 붙은 공간이 눈에 띄었다. 상권은 죽어가고 시니어가 운영하는 분식집이 보였다. 길 건너 편 불 꺼진 침례병원이 보였다. 2017년 파산해 859억에 경매를 기다리고 있다고 했다. 내가 살던 동네는 사라지거나 죽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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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져 가는 것에 씁쓸함을 느끼며 엄마가 먼저 도착한 동네 복국집을 들어섰다. 점심시간이 조금 지난 시간이라 그런지 아무도 없었다. 콩나물을 먼저 건져 먹었다. 바닥에 깔린 복어를 접시에 덜었다. 해장을 위한 최고의 음식인 복국은 내가 과테말라에 살 때도 찾아 먹은 음식이었다. 일종의 힐링푸드랄까. 새콤하고 빨간 초장에 탱탱한 복어살을 발라 입 안에 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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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긋한 미나리향이 좋았다. 반찬으로 나온 달래무침도 파래무침도 너무 맛있었다. 무엇보다 엄마와 함께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며 먹는 그 시간이 좋았다. 노인요양병원에서 식당일을 하시는 엄마는 잠시 쉬는 이 시간에 딸과 나누는 이야기를 즐거워 하셨다. 맛있게 한 그릇을 먹고 가게를 나섰다.


엄마는 병원으로 들어가시고 지하철을 타러 가는 길에 한 점집을 보았다. 예전에 그런 소문이 있었다. 이 점집은 아침 7시만 되면 점을 보러 온 사람들에게 번호가 적힌 쪽지를 준다고 했다. 그리고 역술가가 부른 번호에 당첨된 사람만 그 날 점을 볼 수 있다는 지금 생각하면 대단한 마케팅을 한 곳이었다. 그래서 그 점집에는 매일 오전 점을 보기 위해, 그 날 꼭 점을 보기 위한 사람들로 붐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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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세 지금은 영업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간판은 그대로 있었다. 이미 아무도 없는 병원 근처에는 그렇게 손님이 없는 복집과 점집이 그 자리에 그대로 있다.


많은 것이 변했지만 한적한 장전동을 걷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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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산역에서 지하철을 타고 장전역으로 향했다. 주말 오후였지만 사람이 많지 않았다. 학창시절 부산대학교 앞 장전동은 문화와 유흥의 거리였다. 중간고사나 기말고사가 끝나면 교복차림의 학생들이 모이는 곳, 그 곳에서 옷을 사고 밥을 먹고 연애를 하던 그런 곳이었다. 다소 큰 공간에 있는 서점을 발견했다. 문을 열고 들어서니 책방 주인이 테이블에서 책을 보고 있었다. 이리 저리 구경하다 윤우에게 읽어 줄 동화책 한 권을 구매했다. 영수증 뒤에 구입사유를 적으면 추첨을 통해 선물을 주는 이벤트를 한대서 응모하고 다시 책방을 나섰다.



바로 30걸음 뒤에 또 다른 책방이 이었다. 카페와 책방이 함께 있는 곳이었는데 이끌리듯 들어섰다. 책 제목을 구경하는 것도 책방여행의 묘미다. 부부가 책을 읽고 아들이 부부의 무릎을 베고 있는 그림이 왠지 눈에 들어왔다. 예전에 한 번 미팅을 한 적있는 DUIRO 잡지도 만날 수 있었다. 반려동물 편이라 회사에서 광고협찬을 하기로 했는데 자금 사정상 함께 하지 못했다. 근데 장례에 관련한 정보가 우리가 제공한 정보가 협의도 없이 실린 걸 발견했다. 이미 퇴사한 뒤라 회사에 말해주기도, 담당자에게 따지기도 뭣한 생각이 들어 여기서도 윤우에게 읽어줄 동화책 한 권을 사서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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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째 커피는 과테말라 안티구아

원래 커피를 잘 마시지 못한다. 하루에 한 잔 정도? 그러다보니 맛있는 커피를 먹는 기쁨이 크다. 오전에 식사르 위해 한 잔을 하고 점심 때 복국을 먹고 엄마가 뽑아준 자판기 커피도 마셨던 터라 더 이상 마실 수 없었는데 커피원두 공장이라는 재미난 공간이 보여 이끌리듯 들어갔다. 인테리는 다소 촌스러웠지만 세계 커피 생산국의 원두를 취급하며 직접 로스팅하는 곳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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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테말라 원두는 어디꺼냐고 물어보니 잘 알지 못했다. 전문성이 있어보이진 않았다. 우에우에 떼낭고였으면 했는데 안티구아 커피였다. 커피를 주문하고 앉아 어제 여행의 기록을 작성했다. 다소 과했던 오늘의 카페인이 손 끝까지 느껴졌다. 부산대 시각디자인과 학생들의 작품이 곳곳에 전시되어 있었는데 근처 대학교 학생들과의 작품 교류는 좋아보였다.



대게와 충무김밥의 콜라보

여동생이 주무한 대게가 도착하는 날이라 서둘러 카페를 나섰다. 부산대학교 지하철역 부근에서 충무김밥을 사고 엄마와 여동생과 함께 입을 추리닝 3벌을 샀다. 여자들의 파자마 대게파티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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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이지만 일을 한 엄마와 여동생이 차례로 도착했고 우리는 맛있는 저녁을 함께 했다. 여동생이 직접 담근 동치미도 생각보다 맛있었다. 엄마가 어제 못 본 드라마를 넷플릭스로 틀어주었다. 그렇게 여자 셋은 침대에 나란히 누워 저마다의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시장표 5천원짜리 추리닝도 서로 바꿔 입으며 마음에 드는 걸로 하나씩 나눠 가졌다.


두실선배와 맥도날드 접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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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히 친한 차장님도 이번에 부산에 내려오셨다는 걸 알게 되었다. 나와 비슷한 동네에서 나고 자란 5년 두실 선배다. 같은 초등학교를 나오신 분. 두실역 부근 맥드라이브가 가능한 맥도날에서 잠시 만나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그리고 다음주 다시 서울에서 만나기로 했다. 부산에서 두번째 밤이 이렇게 흘러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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