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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볼리 Apr 08. 2019

당신의 19호실은 어디인가요?

일하는 여자의 북클럽 <19호실로 간 여자들> #1_19호실로가다

2019년 3월부터 일 하는 여자의 북클럽 <19호실의 여자들>을 시작하기로 했습니다. 세상엔 이미 좋은 북클럽이 많지만, 지금 제게 필요한 북클럽은 일 하는 여자로서 느긋하고 단단하게 살 수 있도록 해주는 책과 사람이었거든요. 저와 같은 분들도 있지 않을까란 생각에 올 초에 읽었던 도리스레싱의 <19호실로 가다>에서 주인공 수전이 자신만의 시간과 공간을 위해 허름한 호텔 19호실에서 보내는 감정을 떠올리게 되었습니다. 저에게도, 저와 같은 분들에게도 저마다의 19호실이 필요하지 않을까요? 매월 마지막주 일요일 오후 5시에 함께 책 읽어요!



◈이 책을 함께 읽었습니다


§도서명 : 19호실로 가다

§저자명 : 도리스 레싱

§출판사 : 문예출판사

§책소개 : 주인공 매슈와 수전은 행복한 결혼을 한 부부였고 아이들과 정원이 딸린 집에서 행복한 삶을 살고 있습니다. 하지만 몇 년 뒤 수전은 아이들이 학교를 가 있는 동안에 주어지는 자유가 실제로은 자유롭지 않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어느 날 친구를 만나러 간다는 핑계를 대고 작고 허름한 호텔을 찾아간 수전. 그녀는 더러운 창문과 더러운 안락의자가 있는 방 19호실에 머물면서 묘한 안락함을 느끼게 됩니다. 수전은 그 방에서 무엇을 했던 걸까요?


이런 구절에 밑줄을 그었습니다


p.277_이것은 지성의 실패에 관한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롤링스 부부의 결혼생활은 지성에 발목을 붙잡혔다. (중략) 두 사람의 친구들 중에는 일찍 결혼한 사람이 많았는데, 그로 인해 잃어버린 기회들을 아쉬워하는 것 같았다. 반면 아직 결혼하지 않은 친구들은 스스로를 믿지 못하고 황량한 삶을 사는 것 같았으며, 필사적인 마음 또한 낭만적인 사랑에서 우라난 결혼을 할 것 같았다.

p.281_두 사람은 수 많은 친구들이 빠진 함정을 피했다. 이를테면 아이들을 위한답시고 시골에 집을 사는 일 같은 것. 그러면 남편은 주말남편, 주말아빠가 되고, 아내는 홀아비 아파트라고 농담 삼아부르는 시내 아파트에서 남편이 혼자 잘 살아가고 있는지 물어보면 안 된다는 생각에 항상 조심하게 된다.

p.286_혹시 그것이 문제일까? 많은 손길이 필요한 커다란 집과 네 아이 때문에 이제 모험과 기쁜이 그녀의 몫이 아니게 된 것은 세상의 이치가 그런 탓이었다. 어쩌면 그녀 자신도 야성과 아름다움이 그의 몫이 되기를 남몰래 바라고 있는지도 몰랐다. 하지만 그는 그녀와 결혼한 몸이었다. 그녀도 그와 결혼한 몸이었다. 두 사람은 결혼했으므로 서로에게서 떨어질 수 없었다.

p.290_"이건 모두 아주 자연스러운 일이야. 처음에 나는 어른이 된 뒤 12년 동안 일을 하면서 나만의 인생을 살았어. 그리고 결혼했지. 처음 임신한 순간부터 나는, 말하자면 나 자신을 다른 사람에게 넘겼어. 아이들에게. 그 후 12년 동안 나는 단 한순가도 혼자였던 적이 없어. 나만의 시간이 없었어. 그러니까 이제 다시 나 자신이 되는 법을 배워야 해. 그 뿐이야."

p.299_이 말을 듣고 수전은 양심의 가책을 느꼈다. 맞는 말이기 때문이었다. 행복한 결혼생활, 이 집, 아이들을 지탱하는 데에는 이 곳에 자발적으로 속박된 매슈가 그녀 자신만큼이나 큰 역할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는 왜 갑갑함을 느끼지 않는 걸까? 매슈는 왜 초조하게 안달하지 않는 걸까? 이것이야말로 그녀에게 심한 문제가 있다는 증거였다.

p.303_수전은 아무에게도 알리지 않고, 방을 하나 빌리기로 했다. 가끔 리치먼드에서 기차를 타고 와서 한두 시간 정도 혼자 앉아 있을 수 있는 곳. 하지만 어떻게 그럴 수 있을까? 방을 빌리려면 일주일에 3,4파운드가 들텐데, 그녀는 버는 돈이 없었다. 그만한 액수가 필요한 이유를 매슈에게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수전은 이 방에 대해 매슈에게 말하지 않는 것을 당연한 일로 여기고 있음을 알아차리지 못했다.

p.306_수전은 하루 동안의 '자유'를 되돌아보았다. 외로운 미스 타운센드와는 친구가 되었고, 파크스 부인은 불만을 늘어놓았다. 그래도 수전은 정말로 혼자가 되었던 그 짧은 시간 동안의 황홀함을 기억하고 있었다. 수전은 무슨 대가를 치르더라도, 앞으로 그런 고독의 시간을 더 자주 마련하기로 결심했다. 절대적인 고독, 아무도 그녀를 모르고 신경도 쓰지 않는 고독이 필요했다.

p.318_이 방에서 수전이 뭘 했을까?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충분히 쉬고 나면 의자에서 일어나 창가로 가서 양팔을 쭉 뻗고 미소를 지으며 밖을 내다보았다. 익명의 존재가 된 이 수간이 귀중했다. 여기서 그녀는 네 아이의 어머니, 매슈의 아내, 파크스 부인과 소피 트라우브의 고용주인 수전 롤링스가 아니었다. 친구, 교사, 상인 등과 이런저런 관계를 맺고 있는 그 수전 롤링스가 아니었다.


◈우리는 이런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회사에서 내 모습과 집에서 내 모습을 분리하는 시간이 필요해요. 그래서 저는 퇴근 후에 옷 방에서 30분 정도 멍 때리는 시간을 보내요. 회사에서 압박받던 나를 바꾸고 안방으로 가려고 하죠. 그러면 옷방은 변압기 같다고 생각해요."


‡"수전과 매슈는 결국 남들 눈에 행복한 결혼생활을 한 것이지 않을까요? 그래서 수전에게 19호실은 공허함을 채우는 공간이었을 것 같아요."


‡"저는 책에서 나온 '지성'이란 단어가 주는 불편함을 느꼈어요. 책의 첫 문장에도 나오잖아요. 뭔가 감정보다 머리로 살고 있는 삶 같았어요."


‡“결혼하니까 ‘애는 언제 낳을 거니?’라는 말을 수시로 들어요. 한 직장 상사는 ‘육아휴직하고 돌아와서 승진하고 싶으면 그전에 1년 동안 3배의 성과를 내야 한다’고 압박을 주시더라고요.”


‡“경력단절 후 재취업한 여성들의 이야기를 나누는 프로그램에 아직 결혼 안 한 여성분들이 많이 참여하는 걸 봤어요. 왜 그런가 봤더니, 몇 년 후 자신들이 겪게 될 일이니까 걱정돼서 미리 들으러 왔다는 거예요. 그만큼 결혼 후 자신의 커리어가 유지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불안감, 두려움, 공포가 큰 거죠.”


‡“저는 결혼하고 애 낳으면 지금 하는 일은 영영 그만두게 될 거라는 생각을 수년 전부터 해왔어요. 그러다 보니 결혼이 겁나서 자꾸만 미루게 되는 것 같기도 해요.”



◈다음 북클럽은 언제인가요?


¶일시 : 2019년 4월 21일(일) 오후 5시~7시

¶장소 : 청맥살롱(9호선 흑석역 4번 출구 도보 4분)


◈다음 달에 어떤 책을 읽나요?


§도서명 : 일하는 마음

§저자명 : 제현주

§출판사 : 어크로스

§책소개 : 어떻게 일을 보는 시야를 확장할 수 있을까? 내 일의 이력을 어떤 이야기로 만들 것인가? 누구의 승인도 필요 없는, 뿌듯한 성취의 감각은 어떻게 찾아오는가? ‘나쁜 사람’ 역할을 떠맡게 될 때, 내 앞에 놓인 과제가 내 능력치를 벗어나 두렵고 막막하게 느껴질 때, 도망치고 싶을 때. 무엇이 나를 다시 일과 대면하게 만드는가? 서로 힘을 주고받을 동료들을 어떻게 발견할 수 있을까? 일을 보는 성숙한 관점부터 나를 성장시키는 현명한 태도까지, 더 유능하고 가치 있게 일하기 위한 일의 철학을 모아냈다.(출처: 예스24)


◈어떻게 참여할 수 있나요?


아래의 신청링크에서 신청서 작성후 참가비를 입금해주시면 확정 문자를 보내드립니다.

본 북클럽은 원활한 진행을 위해 진행자를 제외한 총 8명의 참석자까지만 받고 있습니다.

참가비에는 음료 한 잔의 가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신청하기 : https://forms.gle/vcPniUJpNeNPZjoy8

참가비 : 2만원


 <19호실로 간 여자들> 북클럽은 일 하는 여성으로 느끼는 다양한 감정과 이슈를 책을 통해 함께 대화해보는 북클럽입니다. 직장생활을 하면서 느끼는 다양한 감정과 결혼, 임신, 출산, 육아 등 인생에서 찾아오는 과업에 대한 고민도 나눠봤으면 합니다. 때문에 여성의 입장을 중심으로 토론하지만 이를 공감하고 이해하고 싶은 남성의 참여도 가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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