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에서 처음 카약 타보기
프랑스에 도착한 후, 며칠 부슬부슬 비가 오는 날씨이더니 다시 해가 쨍쨍하게 비추고, 파랗고 파란 하늘로 가득 찬 나날들로 돌아왔다.
오늘은 장의 엄마, 이사벨 친구분이 이 지역을 방문해서 대략 일주일 동안 여행을 하고 있으신데, 그중 일정표에 계획되어 있던 카약 KAYAK 액티비티에 초대를 받았다. 집 앞에 위치한 바닷가에서 카약을 타서 건너편에 보이는 작은 섬까지 갔다가 돌아오는 것이 일정이다. 카약은 한 번 호주에서 타본 적이 있어, 완전 처음은 아니지만 그 당시엔 작은 호숫가였고, 장과 함께 타 있어서 나는 실상 한 것이 별로 없다.
카약 액티비티를 주관해 주시는 아저씨, 올리비에는 이사벨 아주머니의 오랜 친구분으로 장과 내가 지내고 있는 집에서 걸어서 1분 걸리는 몇 집 너머의 이웃집에 사신다. 그는 또 장이 어린 십 대 시절 만났던 전 여자친구의 아버지이기도 하고, 뭐랄까, 나는 이웃이 누군지도 잘 모르는 아파트와 어딜 가나 많은 사람들이 있는 서울에서 자라 이렇게 작은 마을에서 건너 건너 누가 누구인지 알고,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는 이웃이 있는 문화가 부럽기도 하고 신기하다.
바다와 가까운 마을에서 자라 물에서 놀 줄 알고, 헤엄을 치며 노는 것이 본인 삶의 일부였던 장. 그는 나와 처음 여행은 때에, 당시에 물에 들어가기 무서워하는 나와 수영을 자주 즐기지 못했다.
그와 만나는 동안 나는 많은 것들을 직면했다. 기존에 몰랐던 것들, 즐기지 못하고 두려워하는 것들, 가지고 있던 선입견들. 그와 함께 여행을 시작하는 당시 내 몸 안에서는 무언가 꿈틀거리는 순간이었고, 내 눈에 비친 나의 삶은 inspiration, 새로운 정보에 대한 영감, 새로운 아이디어들의 연속이었다.
그 영감의 순간들은 달콤하고 너무 재밌었지만, 때로는 한 번도 해보지 않아 키워온 나만의 두려움을 마주하는 순간들이기도 했다. 그것 중의 하나가 수영이었고, 지금도 수영을 뭔가 살기 위한 생존의 방식으로 시작한 것이라, 스킬이 뭔가 있는 것 같지는 않다.
항상 겁이 나서 미루고 미루어왔고, 남들에게 그런 두려움을 치부라 생각하여, 보여주고 싶지 않아 했고, 이어 도움을 따로 요청하지도 못했고, 항상 수영을 할 수 있는 공간에 있어도 수영을 피해왔다.
그러다 호주의 더움을 넘어서 정말 뜨거운 지역 주, Northern Terriotoy에서 여행하고 일을 하면서, 차가운 물에 고마움을 느끼기 시작했다. 그 고마움은 물이 얼마 없고, 더운 그곳에 사막의 오아시스 같은 존재로, 물속에 뛰어들고 싶다는 느낌이다. 그래서 지금은 높은 곳에서 뛰어내려 물로 뛰어들고 싶은 마음, 파도의 소리와 냄새를 맡으면 시원함과 행복함, 또는 물속에 내 몸을 맡길 때의 자유로움을 즐기기 시작한 현재의 순간에 너무 행운이라 생각한다.
자연이라는 우리의 몸과 같이 주어진 아름다움을, 특히 공짜의 아름다움, 물은 우리 주변과 몸속에 자리하고 있는 구성 요소 중에 하나로 이 기본 구성요소의 물은 너무나 소중하다.
그래서 다행히, 이제 물을 무서워하지는 않는다. 가끔 큰 파도를 보면 놀라고, 두려움이 일어나지만 여기 Lampaul-Plouazel 랑폴플라제 의 바다는 잔잔하고 고요했다. 카약 하기, 사실 어려운 것 하나도 없는 취미 생활이다. 이 취미생활을 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카약과 패들, 그리고 구명조끼, 제일 중요한 카약을 할 수 있는 장소. 그리고 만약에 카약을 대여하는 것이 아니라면, 카약을 보관할 수 있는 공간 정도가 중요할 듯하다. 여기 이 마을 사람들은 큰 집은 아니더라도 본인의 마당과 작은 공간이 있다. 그 공간에서 오는 여유로움은 확실히 내가 자라온 환경과는 다르다. 그들의 음식 문화만 봐도 그렇다. 그들에게는 당연한 방식의 음식이지만 식사를 하기 전에 입맛을 돋우는 음료의 시간 aperitif와 그와 함께 먹는 간단한 스낵, 그리고 entree, 본식과 치즈, 그리고 디저트. 그리고 음식에 따라 달라지는 와인. 식문화부터 그들은 그 과정을 즐기려는 의식이 담겨 있는 듯하다. 그래서 그들의 취미 생활과 공간, 음식, 이들이 시간을 보내는 방식은 여유로워 보였다.
랑폴플라제에서 목적지인 멜론 아일랜드 Melon island (말 그대로 과일, 그 멜론의 이름이다) 까지는 사실 큰 거리는 아니지만, 처음 시작한 나를 위해 맞추어 가주는지, 아니면 바람의 반대방향이어서 가는 길은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비해 더디었다.
우리들은 해초로 가득한 멜론 섬에 잠시 카약을 정박하고, 수영을 하고 싶은 사람들은 수영을, 그리고 작은 섬을 함께 산책하였다. 뭐랄까, 나는 항상 혼자 있는 시간을 너무 좋아하는지라, 그룹에 있을 때 잠시 빠져나와 탐험하거나 잠시 멍 때리는 명상의 시간을 좋아한다. 그래서 잠시 틈을 타 누워있던 돌. 따스하고 참 좋았다. 이 섬은 강한 돌 Granite 화강암으로 구성되어 있다고 한다. 화강암 중에서도 튼튼한 화강암을 보유하고 있어 많은 건축자재로 쓰이기 위해 섬에서 옮겨졌다고도 한다.
잠시 스치는 과거와 나의 생각들. 어쩌다 나는 프랑스에 와있어, 이렇게 여유로움 넘치는 곳에서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 건가. 여유로운 공간이 있어 이런 취미 생활이 가능한 이들의 삶에 나는 갑자기 샘이 나고, 괜스레 내 마음에 구멍이 났다.
수영할 줄 잘 모르시는 우리 엄마, 아빠가 갑자기 생각이 났다. 프랑스를 오기 전 마지막으로 집에서 가까운 곳이어서 간 서해 바다. 차 타기가 아직 미숙한 우리 집 식구 강아지와 함께 갈 만한 짧은 거리의 영종도는 사람들과 튜브로 가득 찼고, 엄마는 괜히 순돌이에게 첫 바다인데 미안하다고, 더 파랗고 파란 바다를 못 보여줘서 미안하다 했다.
당시에 나는 엄마한테 괜스레, 이게 뭐 어때서 라며 핀잔을 주었다. 그저 이 순간이 너무 소중하면 됐다고, 그런데 괜히 사람 마음에 그들이 이곳에서 자라났으면, 그들이 이곳에서 생활하면 얼마나 좋을까 나도 모르게 내가 자라온 환경과 파트너 장이 자라온 환경을 비교했다.
그들의 삶은 그들대로 행복한데, 나의 무지한 거만한 의식이 판단을 하려고 나섰다. 당연히 이처럼 남들과 비교하는 나의 마음은 나에게 행복을 가져다주지 않았다.
남들과 비교하는, 또는 그 당시에 주어져 있지 않은 것들에 대한 괜한 기대의 헛된 마음은 현재 나의 순간에 대해 고마움을 무시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지난 과거에 대한 미안함, 지금 우리의 매 순간이 특별하고, 다시 돌아오지 않는 것처럼 지난 나의 순간들에 대한 후회, 그 순간과 후회가 지금의 나를 의미하지 않는다. 가끔 이렇게 나는 생각이 만들어낸 우울감에 젖어 있기도 하지만, 요새는 다시 돌아오는 방법을 배우고 있다, 나라는 자아, 나는 이 순간을 보고 느낀다.
그리고 시차가 나서 출근을 준비하시는 엄마에게 무턱대고 전화를 걸었다. 라이프 스타일이 달라서 오는 약간의 괴리감과 나도 모르게 자꾸 비교하는 나의 마음을 엄마에게 토로했다. 그리고 이어지는 엄마의 말,
그래도 어쩌겠니, 사람들의 삶이 그런데, 거기에 있는 만큼, 프랑스를 즐겨.
즐겨야지 어쩌겠니.
이 순간의 고마움, 또 한 번 감사히 여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