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8월 16일, 토요일(날씨: 매미가 여름을 보내기 싫다고 때창한다.)
1. 내 차가 병원(정비소)에 입원했다.
2. 며칠 전부터 차에서 가스 냄새가 코를 찔러서 수리를 맡겼다.
3. 아직 헤어질 준비가 안 됐는데, 조금만 더 버텨주라.
<확장 글>
내 차는 LPG 차량인데 며칠 전부터 차 주변에서 매캐한 가스 냄새가 코를 찔렀다. 가스를 가득 충전하고 하루가 채 지나지 않았지만 주유량 계기판은 또 배가 고프다며 울어댔다. 차가 아파서 가스를 줄줄 토해냈다. 토요일 아침 일찍 정비소에 차를 맡겼다. 정비 기사는 차를 빠르게 살피더니 가스통이 부식되어서 가스통을 교체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가스통에 가스가 완전히 빠져야 안전하게 작업할 수 있다면서 다음 주 화요일쯤 차를 찾으러 오라고 말했다.
나는 자연스럽게 난 뚜벅이가 되었다. 주말은 어떻게든 버티겠지만, 월요일이 걱정됐다. 우리 집이 있는 일산에서 직장이 있는 인천까지 대중교통으로 편도 2시간이 걸린다. 특별히 이번 월요일은 나에게 중요한 임무가 떨어졌다. 직장에서 외부 행사에 참석하는 일정이 있어서 내가 꽃바구니 준비를 담당하게 되었다. 꽃바구니는 일산에서 주문했는데, 미리 주문해서 취소하지 못했다. 꽃다발과 함께 잘 출근해 봐야지 다짐하며 얕게 잠에 들었다.
드디어 월요일 아침이 밝았다. 난 보통 새벽에 수영하며 하루를 시작하는데, 오늘은 쉬기로 했다. 평소에도 출근 준비하랴 딸 챙기랴 바쁜데 오늘은 더 분주했다. 준비를 마치고 집을 나서기 전 화장실에 들렀는데, 그놈(?)을 보고야 말았다. 남편은 장이 튼튼해서 매일 새벽 큰일을 보는데, 변기가 막혀버렸다. 아침부터 똥 파티라니! 5분 정도 변기를 뚫다가 포기하고 집을 나섰다. 지금 나가지 않으면 100% 지각한다.
결국 나는 예쁜 꽃바구니와 함께 출근했다. 우리 집에서 일산역까지 15분 정도 걸어서 경의중앙선을 탄다. 대곡역에 하차해서 서해선으로 갈아타고, 소사역 1번 출구로 나와 88번 버스를 타면 내가 일하는 직장에 도착한다. 걷는 시간까지 하면 총 1시간 40분쯤 소요됐다. 우여곡절을 겪고, 똥파티까지 참석하며 종종거렸지만, 어쨌든 미션 완수! 나처럼 꽃도 지쳐서 생기를 조금 잃었지만, 괜찮다. 꽃은 여전히 예쁘고, 향기롭다.
출근해서는 평화로웠다. 행사도 잘 다녀왔고, 재미있었다. 일을 다 마치고 퇴근해서 다시 88번 버스, 서해선, 경의중앙선을 타고 일산역에 도착했다. 전철역에서 빠져나왔는데 이런, 마침 비가 온다. 딸이 집에 있어서 지푸라기라도 잡는 마음으로 전화했는데, 어이쿠 휴대폰이 꺼져있다. 결국 비를 쫄딱 맞고 녹초가 되어서야 집에 왔다. 대충 라면으로 저녁밥을 해결하고, 아침에 뚫다 만 변기를 해결하고 나서야 하루가 끝났다. 차 하나 없을 뿐인데, 오늘이 너어어어어무우우우우 길다.
내 차는 올해 10살이 되었다. 16만km 이상 주행했으니 한 번씩 여기저기 아프다며 신호를 보내온다. 그때마다 적게, 혹은 많이 병원비(?)를 지출한다. 차를 보내줄 때가 점점 가까워지는구나 싶지만, 녀석이 조금만 더 버텨주면 좋겠다. 우리 주머니 사정도 빤하지만, 내가 처음으로 산 내 차여서 애착도 크다. 볼품없고 고장도 잦지만, 우리 가족과 함께 여기저기 누비며 쌓인 미운 정 고운 정이 차 안 이곳저곳에 가득하다. 그러니 늙었다고 바로 버릴 순 없다. 어떻게든 살살 달래면서 오래오래 건강하게 모시며 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