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도유감

by 선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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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9월 19일, 금요일(날씨: 잿빛 하늘아! 물러가라.)

(누가/무엇) 1. 어떤 장애인활동지원사가 클린센터에 신고당했다.

(내용/의미) 2. 나는 며칠에 걸쳐 민원 전화를 받았다.

(생각/감정) 3. 뭐지?! 우리가 동네북인가?


<확장 글>

나는 장애인복지관에서 사회복지사로 일한다. 나는 주로 전화를 받거나 직접 사람을 만나면서 민원인을 많이 만나는데, 며칠 전 복지관으로 전화 한 통이 걸려 왔다. 민원인은 어머니로서 장애아이를 키우시는데, 아이를 방과 후에 지원해주는 활동지원사가 클린센터에 신고당해서 다음 날 일정에 차질이 생겼다고 말씀하시며 분개하셨다. 민원인 처지에서야 당장 장애 자녀에 대한 돌봄 공백이 생겼으니 난처하시겠지만, 동쪽에서 뺨 맞고 서쪽에서 화풀이한다더니 상황이 딱 그랬다.


순간 멍했다. 우리는 장애인활동지원서비스 제공기관이 아니고, 복지관에서 그 활동지원사를 신고하지도 않았다. 게다가 그 민원인은 우리 복지관을 이용하지도 않는다. 그런데 왜 우리 복지관에 말씀하시지? 민원인 이야기를 자세히 들어보니 신고당한 활동지원사는 오전에 다른 성인 발달장애인을 지원하는데 신고 내용에 언급된 주요 장소가 우리 복지관이어서 복지관 직원이 신고했다고 짐작하셨다. 직원이 신고해서 내가 손해를 입었으니, 복지관에서 책임지라며 따지셨다.


뭐지?! 우리가 동네북인가? 민원인은 나에게 화를 내다가 성에 안 찼는지 여러 직원과 같은 내용으로 통화했고, 부평구청, 인천시청 등 여기저기 전화를 걸어 문제를 제기하셨다. 심지어 우리 복지관을 고소하겠다고 말씀하셔서 나름 정중하게 마음대로 하시라고 안내했고, 더 이상 같은 내용으로 상담할 수는 없다고 통보했다. 여기서 직원이 신고했느냐 아니냐는 중요하지 않다. 누구라도 부정 수급이나 잘못을 발견하면 신고해야 하고, 관련해서 필요한 조사나 조치가 이뤄져야 한다. 그래야 장애인 권익을 제대로 보장할 수 있다.


장애인활동지원서비스는 사회서비스 전자바우처 사업 중 하나로, 신체•사회활동 등을 포함하여 장애인이 일상생활 및 직장생활을 이어가는데 필요한 활동을 지원한다. 그러니까 이 서비스는 어디까지나 장애인을 위한 제도다. 따라서 엄밀히 말하면 장애인이 서비스를 주도해야 하는데, 가끔 관계가 역전되어 활동지원사가 장애인을 쥐락펴락한다. 예를 들어서 활동지원사 구미에 맞춰 장애인을 선택하거나, 활동지원사 일정에 맞게 장애인 일과 등을 결정한다. 물론 활동지원사 저임금 문제나 제도적 한계도 있겠지만, 결과적으로 장애인을 위한 서비스 안에서도 장애인은 약자가 된다.


예전에 복지관을 이용하는 장애인이 활동지원사에게 적절하게 지원받지 못하는 상황을 보고 내가 가족에게 알렸다. 가족이 알면 분명히 화를 내고 당장이라도 활동지원사를 바꾸겠지 생각했는데 내 예상은 완전히 빗나갔다. 가족은 내가 말한 상황을 이미 알았다. 그러나 그 활동지원사마저 없으면 다른 가족이 감당해야 하는 돌봄 부담이 커지고, 일상생활이 무너지니까 어쩔 수 없이 수용하셨다. 그러면서 나에게도 가만히 있어 달라고 부탁하셨다. 뭐가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이런 상황을 생각하면 이번 민원이 오히려 반갑다. 어쨌든 당사자 가족이 부당하다고 당당하게 소리냈으니까. 민원은 민원으로 감당하면 된다. 다만 앞으로 장애인이 수요자로서 서비스를 제대로 통제하고, 권리를 행사할 수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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