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동지원사가 쥐락펴락 ‘장애인활동지원 제도’ 고쳐야

by 선미


권선미 | 사회복지사


얼마 전, 내가 사회복지사로 일하는 장애인 복지관으로 전화 한통이 걸려 왔다. 민원인은 장애 아이를 키우는 어머니였는데, 방과 후에 아이를 지원해주는 활동지원사가 클린센터(사회서비스 부정수급 신고센터)에 신고당해서 다음날 일정에 차질이 생겼다며 격렬하게 분개했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장애인이 복지관 프로그램을 이용하는 동안 활동지원사가 장소를 이탈하거나 다른 일을 해서 근무 태만으로 신고당한 듯했다. ‘공익신고자 보호법’에 따라 신고자가 누군지 알 길이 없다. 클린센터 신고가 접수되면 피신고인은 제반 조사에 참여해야 해서 그 시간 동안 장애 자녀 돌봄은 고스란히 가족 몫이 된다. 민원인 처지에서야 당장 장애 자녀에 대한 돌봄 공백이 생겼으니 난처하겠지만, 누구라도 부정수급이나 잘못을 발견하면 신고해야 하고, 관련해서 필요한 조사나 조치가 이뤄져야 한다. 그래야 장애인 권익을 제대로 보장할 수 있다.


장애인활동지원서비스는 사회서비스 전자 바우처 사업 중 하나로, 신체·사회 활동 등을 포함하여 장애인이 일상생활 및 직장생활을 이어가는 데 필요한 활동을 지원한다. 그러니까 이 서비스는 어디까지나 장애인을 위한 제도다. 따라서 장애인이 서비스를 주도해야 하는데, 가끔 관계가 역전되어 활동지원사가 장애인을 쥐락펴락하는 경우가 있다. 예를 들어 활동지원사 구미에 맞춰 장애인을 선택하거나, 활동지원사 일정에 맞게 장애인 일과 등을 결정하는 것이다. 물론 활동지원사 저임금 문제나 제도적 한계도 있겠지만, 결과적으로 장애인을 위한 서비스 안에서도 장애인은 약자가 된다.


예전에 복지관에서 만난 장애인이 활동지원사에게 적절하게 지원받지 못하는 상황을 보고 내가 가족에게 알렸다. 가족이 알면 분명히 화를 내고 당장에라도 활동지원사를 바꾸겠지 생각했는데, 내 예상은 완전히 빗나갔다. 가족은 적절한 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상황을 이미 알았지만, 그 활동지원사마저 없으면 다른 가족이 힘들어지고 일상생활이 무너지니까 어쩔 수 없이 수용했다. 그러면서 나에게 “정말로 괜찮으니까 문제 삼지 말아 달라”고 부탁했다. 이런 상황을 생각하면 이번에 활동지원사를 클린센터에 신고한 사람에게 상이라도 주고 싶다. 얼마 동안 그 장애인과 가족이 불편하겠지만, 멀리 보면 장애인 권익을 제대로 지킬 수 있으니까.

나는 장애인 복지 현장에서 10년 넘게 일하면서 비슷한 상황을 수없이 목격했다. 엉킨 실타래를 어디서부터 풀어야 할까? 우선, 활동지원사가 입맛에 따라 장애인을 선택하지 못하도록 강제하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 과거 우리나라에서 택시 승차 거부 문제가 이슈화되었을 때 정부는 승차 거부 신고제도를 마련하고 과태료를 부과해서 문제를 개선했다. 이와 마찬가지로 활동지원사 역시 합당한 사유 없이 장애인 활동지원을 거부하지 못하도록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


또한 활동지원사 자격 취득 및 교육 과정도 지금보다 정교하게 운영해야 한다. 현재는 보건복지부 지정 교육기관에서 40시간 이론 교육을 받고 10시간 실습하면 누구나 일할 수 있다. 급여 수준도 낮아 단기 아르바이트처럼 손쉬운 일자리로 인식된다. 자격 조건을 좀 더 엄격히 규정하고, 급여 수준도 실질적으로 보장해서 전문성과 책임성을 강화해야 한다. 그래야 장애인이 단순한 서비스 수혜자가 아니라 수요자로서 주체적으로 권리를 행사하고, 서비스를 통제할 수 있는 구조가 마련될 수 있다. 그렇게 될 때 비로소 장애인활동지원제도가 애초에 설계한 목적에 맞게 작동할 수 있을 것이다.


※ 출처 활동지원사가 쥐락펴락 ‘장애인활동지원 제도’ 고쳐야 [왜냐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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