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2월 17일, 수요일(날씨: 햇빛이 조심스레 온기를 건넨다.)
1. 딸 겨울방학이 다가온다.
2. 딸은 설레고, 나는 걱정된다.
3. 딸을 믿기로 했다.
[확장 글]
벌써 12월, 곧 딸 겨울방학이 다가온다. 딸은 벌써 신나는지 아침에 일어나면 '엄마, 이제 학교 며칠만 가면 된다!'라고 말하면서 카운트다운에 들어갔다. 숫자가 줄어들수록 딸 목소리는 기대감으로 들떴다. 뭐가 그렇게 신날까? 나는 딸과 다르게 걱정부터 앞선다. 남편과 나는 맞벌이로 늘 바쁘고, 집에서 직장도 꽤 멀어서 아침 8시에 나가서 저녁 7시쯤 집에 돌아온다. 그나마 딸이 초등학교 1, 2학년 때는 돌봄교실에 보냈는데, 3학년부터는 오로지 가정에서 온갖 양육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딸은 올해 11살이 되었다. 이제는 제법 커서 많은 일을 스스로 해낸다. 나는 평일 아침에 딸을 깨우고, 밥을 차린 뒤 딸이 첫 숟가락을 뜨면 가볍게 인사를 나누고 출근한다. 이후 일정부터는 오로지 딸이 혼자서 해결해야 한다.딸은 내가 차려준 밥을 먹고, 다 먹은 그릇을 설거지통에 담그고, 씻고 가방을 꾸려서 학교에 간다. 학교를 마치면 편의점이나 아이스크림 할인점에서 간식을 하나 사 먹고 집에서 쉬거나 미술학원에 간다. 생각해 보면 딸이 스스로 일과를 챙긴 지 겨우 1년 정도 되었다. (작년까지는 근처에 사시는 할머니가 양육을 도와주셨다) 처음에는 종종 준비물을 놓고 가거나, 일정을 깜빡해서 당황하더니 이제는 야무지게 잘 챙긴다. 딸도 쉽지 않았을 텐데 잘 적응해 줘서 고맙고 대견하다.
하지만, 나는 여전히 딸이 겨울방학을 잘 보낼 수 있을지 걱정스럽다. 이번 겨울방학은 특별히 길다. 딸이 다니는 학교가 석면을 제거하는 공사에 들어가서 두 달을 꽉꽉 채우고도 보름을 더 쉰다. 내가 괜히 걱정하는지 모르지만, 부모 없이 혼자 11시간을 잘 보낼 만큼 딸이 충분히 자라지는 않았고, 무엇보다 딸 혼자 점심밥을 먹어야 해서 걱정스럽다. 나는 여기저기 방학 특강을 알아보고, 인터넷으로 점심 도시락 배달 업체를 검색했다. 몇 개 추려서 딸과 상의했는데, 딸은 듣는 듯 마는 듯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겨울방학 특강은 추운데 밖에 나가기 귀찮다고 말했고, 점심 도시락 배달은 먹기 싫은 음식도 먹어야 한다고 말하면서 단칼에 거절했다.
잠시 고민했다. 내가 부모니까 어느 정도 (강압적으로) 방학 일정을 만들어서 따르게 할지, 아니면 딸이 선택해서 직접 꾸리게 할지. 결국 나는 딸을 믿어보기로 정했다. 딸에게 방학기간에 배우고 싶은 활동을 직접 선택해보라고 말했더니, 집 근처에 있는 청소년수련관에서 패션디자인과 바리스타 프로그램을 배우고 싶단다. 그리고 점심밥은, 주말마다 반찬가게에 가서 먹고 싶은 반찬을 직접 구매하고 점심으로 먹을 음식을 나눠서 냉장고에 넣어두면 전자레인지에 돌려서 먹겠다고 말했다.
그래, 너무 걱정하지 말자. 이렇게 똑부러지고 야무진데. 대신 딸과 함께 겨울방학 동안 신나게 놀고, 재미있게 지내라고 응원하자. 음... 청소년수련관에서 패션디자인을 배우며 직접 옷도 만들어 입어 보면서 가끔씩은 바늘에 손을 찔리겠지? 바리스타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는 카페 라테를 만들며 크림으로 커피 위에 꽃도 살포시 그리고서 까르르 웃겠지? 그리고 겨울 방학이 끝날 쯤에는 한 뼘, 아니 반 뼘 정도는 더 자라 있겠지? 그때 딸 어깨를 토닥이며 포근하게 안아줘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