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6월 6일, 금요일(날씨: 공기가 태양열로 따끈하다.)
1. 엄마가 건전지 6개를 자랑하셨다.
2. 엄마는 주민센터에서 폐건전지 30개를 새 건전지 6개로 바꾸셨다.
3. 우리 엄마 여전하시네. 잘했어요, 엄마!
<확장 글>
연휴를 맞아 대전에 계시는 엄마를 찾아뵈었다. 현관문을 여는데 건전지 교체 알람 소리가 띠릭띠릭 울렸다. 엄마에게 말씀드렸더니 엄마는 당당하게 건전지를 들고 오셨다. 그러더니 아파트 폐건전지 수거함에 모여진 폐건전지 30개를 주민센터에 내고 새 건전지 6개를 받아왔다고 자랑하셨다. 나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면서 웃었고, 엄마답다고 생각했다.
어려서부터 엄마는 좀처럼 지갑을 열지 않으셨다. 엄마는 차비 아낀다며 한 시간 이상 거리를 걸어서 출퇴근하셨다. 물건도 꼭 필요한 만큼만 사셨고, 음식도 딱 알맞은 양만 만드셨다. 사실 조금은 부족하게 만드셨다. 우리 식구는 네 명인데, 누가 봐도 3인분만 밥을 지으셨다. 나는 식탐이 많아서 맛있는 음식을 남들보다 빨리 먹는 방법을 습득했다. 나이가 차면서 먹는 욕심은 어느 정도 사그라들었지만, 나는 여전히 밥을 마시듯 빨리 비운다.
세 딸이 다 출가하여 식구가 늘고, 사는 형편이 나아졌어도 엄마는 한결같으시다. 우리 식구는 엄마를 잘 알아서 밥이 아무리 맛있어도 ‘밥 한 공기 더’라고 쉽게 외치지 않는다. 밥을 남기지 않으니까. 명절에는 특식으로 LA갈비라도 식탁에 올라오면 식구들 눈이 빠르게 움직인다. 한 사람 앞에 몇 개씩 먹으면 되는지 다들 순식간에 계산한다.
그래서 나는 예전이나 지금이나 좀 답답하다. 이번에도 옷이 닳아 팔 부위가 찢어진 외투를 입으시고는 접어서 입으니까 괜찮다고 말씀하셨다. 허 참, 여태 고생하셨으니 이제는 본인도 챙기시면서 편하게 지내면 좋겠는데 어려우신가 보다. 그래, 이해한다. 그렇게 지독하게 사시지 않았으면 아빠도 없이 우리 세 자매 먹이고, 키워낼 수 없었다. 그래서 엄마는 자린고비를 자처하셨고, 지금도 그렇게 살아가신다.
집에 돌아와 짐을 정리하는데 우리 집에도 폐건전지 모은 통이 보였다. 무게를 재니 2.2kg! 알아보니 내가 사는 동네는 폐건전지 20개(0.3kg)를 종량제봉투(10L) 1장과 교환해준단다. 앗싸! 조금 더 모아서 종량제봉투 10장이랑 바꿔야지. 이제 곰곰 생각해 보니 새 건전지를 자랑삼아 말씀하신 엄마 모습 떠올리니 어쩐지 귀엽고, 사랑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