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에서 받은 편지

by 선미

2025년 5월 19일, 금요일(날씨: 하늘이 목욕을 마친 아기처럼 맑고 깨끗하다.)

1. 아빠에게 편지가 왔다.

2. 편지 속 아빠는 수다쟁이였고, 다정했다.

3. 내 마음 알아주는 아빠가 고마웠다.


[확장 글]


제목: 꿈 속에서 받은 편지

아빠가 나에게 편지를 보냈다. 엄마는 아빠가 나를 유난히 예뻐하셨다고 말해 주었지만, 난 잘 모르겠다. 날 미워하는 누군가가 아빠와 함께 그린 좋은 기억만 야금야금 먹어버렸을까. 아빠는 술을 좋아하고 사람을 좋아해서 밖에서 많은 시간을 보냈고, 작고 큰 실수를 많이 범하셨다. 난 아빠가 허리춤 삐져나온 옷처럼, 보고 싶지 않았다.

아빠는 몸이 크고 배가 볼룩했다. 옷에는 늘 뭐가 묻어 있었고, 허허실실 웃기만 했다. 난초를 좋아하셨는데, 술을 드시면 이웃집 화분을 허락도 없이 들고 오셨다. 음주운전으로 뺑소니 사고를 내셨던 날은, 겁이 나셨던지 차를 버리고 집에 숨어있다가 잡혀가셨다. 사고뭉치 아빠는 내가 15살 때, 미안하다는 말 한 마디 없이, 무책임하게 홀연히 우리 곁을 떠나셨다.

그런 아빠가 편지를 보내다니, 믿기지 않았다. 다른 집 딸에게 가야 할 편지가 잘못 왔을까 싶어 한참 살폈는데, 받는 이에 분명 ‘선미’라고 적혀 있다. 조심스럽게 편지를 열었다.

“선미에게, 오늘은 아빠가 딸 생각이 너무 나서 편지를 쓸 수 밖에 없었어. 아빠가 갑자기 떠나서 엄마랑 우리 딸들이 많이 고생했지. 남들처럼 뒷바라지도 못 해 줬는데 다들 예쁘게 자랐더구나. (중략) 선미야, 넌 뭐든지 꾸준히 잘하니까 너무 무리하지는 말아. 힘들면 모른 척 넘기고, 그래도 괜찮아. 선미는 아빠에게 기특하고, 자랑스러운 딸이란다. - 아빠가”

편지 속 아빠는 십대 소녀처럼 수다쟁이였고, 다정했다. 아빠는 일하고, 살림하면서도 책 읽고, 배우며 열심히 살아가서 내가 기특하고, 자랑스럽다고 말씀해 주셨다.

나는 요즘, 더 바쁘게 지냈다. 워킹맘으로도 충분히 바쁜데, 새벽에 운동하고, 틈틈이 책을 읽고 글을 썼다. 모두 잘하고 싶어 애쓰다 보니 잠도 부족했다. 혓바늘이 돋고, 몸이 피곤하니까 쉽게 예민해졌다. 그런데 아빠는 하늘에서도 관심 없는 척 날 보고 계셨나 보다. 내 마음 알아주는 아빠가 고마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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