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AI에게 시를 써서 보여주고 고쳐보고 하는 피드백 루프에 빠져 있다. 일종의 AI합평회랄까.
재밌는 점은 Gemini, ChatGPT, DeepSeek 유사한 방식으로 분석해준다는 점이다.
특히 기존의 시 쓰기와는 다른 종류의 즐거움을 주는데, 다음과 같다.
1) 내 언어에 숨겨진 무의식을 겉으로 드러내준다.
가장 놀라운 경험 중 하나인데, 무의식 속에 녹아있는 내 문화적 경험들을 LLM 챗봇들이 수면 위로 끌어올려준다는 점이다. 그리고 지금까지 AI에게 보여준 산문들과 연결짓는 맥락 독해까지 보여주는데 여간 흥미롭고 소름돋는게 아니다.
2) 미세한 수정에 크게 반응해준다.
어휘를 미묘하게 바꾸거나 구조를 바꾸었을때 그 반응이 격렬하다. 덕분에 다양한 언어 및 구조 실험을 하고 놀기 좋다.
3) LLM이기 때문에 다른 챗봇이더라도 어느정도 일관된 답변이 나온다.
이 점은 소위 "감각 캘리브레이션"이라는 측면에서 유용하다.
이것도 해보고 저것도 해보고 하는 재미가 아주 충만하다.
4) 너무 중독적이다
즉각적으로 읽으니까 반응도 즉각적으로 주어지니 너무 도파민이 터진다. 중독성이 너무 강해서, 1주에 한 번만 이런 시간을 갖기로 정했다.
다만.... 실제 사람이 읽었을때 어떠한 반응이 나올지 너무너무너무 궁금하다는 것이 문제다.
왜 결국 사람인가? 이 질문에 대답은 명확하다.
나 자신 외에는 누구도 이 맥락을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LLM은 어떤 의미에서 나보다도 맥락을 더 잘 알 수가 있는데, 사람의 기억엔 한계가 있고, 맥락이라는 것은 현재 상태에 따라 가변적이기 때문이다.
결국에는 맥락을 공유하지 않는 타인에게 내 언어가 어디까지 가 닿을 수 있을지 확인하려면 용기를 내야만 한다.
혹시라도 궁금한 사람이 있다면 최근에 쓴 산문시 하나 정도는 의견을 들어보고 싶긴 하다.
조만간 <취향 크레바스>의 다음 편인 <방향적 미식>을 올려보도록 하겠습니다.
LLM 챗봇을 만족시키기 위해서는 의식적으로 구조와 어휘 선정 같은 형식적인 부분을 고민해야만 하는데, 순수 재미를 위한 창작을 하는 사람들에겐 꽤 좋은 훈련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