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에서 출발한 좋은 엄마의 기준

by 스틸노트


‘좋은 엄마’가 되고 싶은 마음은 어쩌면 상처에서 시작되는 것인지 모른다.


어린 시절, 삼 남매 중 맏이였던 나는 부모님의 짐이 되지 않으려 애썼다. 가능하면 의지하지 않고 스스로 해결해내야 한다고 믿었다. 하지만 나는 여전히 아이였고, 늘 어려웠고, 도움이 필요했다. 무수한 선택 앞에서 부담이 커서 도망치고 싶은 날도 많았다. 무엇이 잘한 선택이고, 어떻게 하면 더 나은 선택을 할 수 있는 건지 수없이 고민했다. 조언을 구하는 말은 잘 떨어지지 않았고, 용기 내어 건넨 마음조차 때로는 상처가 되어 돌아오곤 했다.


채워지지 못한 욕구는 결핍이 되어 오랫동안 나를 아프게 했다. 때론 섭섭함으로, 때론 원망의 모습으로 나타났다. 나와 똑 닮은 아이를 낳아 키우면서 아이였던 내 모습을 다시 본다. 연민의 감정이다.


그래서였다. 나는 내가 채 받지 못한 것들을 내 아이에게는 온전히 건네주고 싶다. 사랑은 부족한 곳에서 더 깊게 갈망되고 더 간절히 길러진다는 걸 어른이 되어서야 깨닫는다.


예전에는 아이에게 모든 에너지를 쏟는 엄마들이 극성처럼 보이던 때가 있었다. 그들을 이해하지 못했다. 하지만 이제는 조금 알 것도 같다. 아이의 마음속에 오랜 시간 남아 “엄마가 있어서 지금의 내가 있어.”라고 말하게 하는 힘이 무엇인지. 나도 그런 사람이고 싶다. 아이를 좋은 방향으로 안내하는 사람. 좋은 기억으로 남는 사람.


“살다가 기댈 어른이 필요하면,
헤매지 말고 저 찾아오세요.”
_드라마 <에스콰이어> 10화 중에서


기댈 수 있는 어른“, “마음을 털어놓아도 되는 사람”이 되어주고 싶다. 아이에게만큼은 어린 나에게 절실했던 가장 안전한 지대가 되어주고 싶다. 좋은 습관을 물려주고, 나쁜 습관은 가려주고 싶다.


좋은 엄마란, 아이의 필요와 가능성을 예리하게 캐치해 주고, 누구보다 넓고 깊게 이해하고 인정해 주는 사람이 아닐까. 그 이해와 존중의 경험은 아이가 세상 속에서 또 다른 능력을 발휘하도록 단단한 기반이 되어줄 것이다. 그게 엄마인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이라고 믿는다.


나는 아이의 미래를 구체적으로 그려주어 따르게 하고 싶진 않다. 그럴 자격도 없다. 다만 아이가 가려는 방향을 지켜보고, 벅찰 때 기꺼이 손 내밀고, 막막할 때 여러 갈래 길을 보여주고, 스스로 선택할 기회를 주고 싶다. 그 선택을 후회하거나 실패하더라도, 다시 발걸음을 뗄 수 있게 곁에서 지지하고 싶다.


자신이 한 선택에 책임지는 삶이 얼마나 가치 있고 멋진 삶인지 말해주고, 내가 가려는 모든 길이 찬란할 순 없지만 얼마나 값지고 귀한 지 알려주고 싶다. 그 과정에서 엄마라는 존재가, 가족이라는 울타리가, 집이라는 공간이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 느끼게 해주고 싶다.


받아들여지고 있다는 느낌


아이의 내면에 그 귀한 경험이 차곡차곡 쌓여 언젠가 삶에서 마주하는 사람들에게 조금씩 꺼내어 건넬 수 있기를 바란다. 그렇게 사랑을 순환시키는 사람으로 자라나기를 바란다. 그러니 나는 부단히 배우고, 고치고, 도전한다. 사랑하는 딸의 행보를 조용하고 단단한 마음으로 응원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