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시간을 사수하기 위한 시도

by 스틸노트


어젯밤, 잠이 오지 않는다는 아이는 1시간 내내 어린이집에서 있었던 일화를 온몸으로 표현하며 재잘거렸다. 나는 매일 밤 그렇듯, 옆에 앉아 불렛저널에 데일리로그를 쓰고 있었다. 밤 10시가 다 되어가는데도 아이는 잘 생각이 없어 보였다. 안 되겠다 싶어 결국 노트를 덮고 아이의 베개에 같이 머리를 대고 누웠다. 아이는 5분 만에 잠이 들었고, 그 옆에서 나도 그대로 잠들었다.


그러다 새벽 4시쯤 번쩍 눈이 떠졌다. 새벽 시간을 갈망하던 내게 찾아온 기회라는 생각이 스치자마자 곧바로 일어나기로 마음먹었다. 다만, 나의 인기척을 아이가 느끼지 못하도록 고양이처럼 살금살금 움직여야 했다. 침대 바로 옆의 화장실에 들어가자마자, 문 밖에서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들리더니 철컥하고 문이 열렸다. 아이였다. 아이는 숨바꼭질에서 숨은 엄마를 찾은 듯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어 보였다.


아이가 깼지만, 아직 아침까지 시간이 많이 남아 있기에 새벽시간 사수를 포기하지 않았다. 잠시 옆에 누워 1분간 자는 척을 하다가 슬그머니 일어나 누운 자리에 앉았다. 엄마의 작은 움직임에 아이가 돌아봤지만 잠시 눈을 마주치고 엄마는 글 쓰고 있을 테니 더 자라고 속삭였다. 아이의 반응이 잠잠하자, 자연스럽게 침대를 책상 삼아 바닥에 앉고서 핸드폰 조명을 켜고 모닝페이지를 꺼내 쓰기 시작했다. 아이의 시선이 느껴졌지만 나는 그저 하던 일을 계속했다. 어두운 방안에 켠 핸드폰 조명이 실낱같지만 끈질긴 나의 의지를 비추는 것 같았다.


아이가 다시 잠든 것을 확인한 나는 노트를 들고 조심스럽게 침대에서 조금 더 떨어진 바테이블로 자리를 옮겼다. 아이는 이후로도 한두 번씩 깨서 엄마의 존재를 확인하는 것 같았지만 의식하지 않았다. 안방을 벗어나 진정으로 홀로 있을 수 있는 거실로 한 번 더 자리를 옮기고 싶었다. 하지만 아이를 또 깨우면 새벽시간이 완전히 사라질 것만 같아 이번엔 이 정도로 만족하기로 했다.


대신, 이어폰을 꽂고 음악을 들으며 하던 일을 이어갔다. 리듬을 따라 순간 다른 공간으로 이동한 듯했다. 어쩌면 불가능할지도 모를 새벽시간 확보가 처음엔 막연했지만 계속 도전을 이어가면서 어떠한 감각으로 발전했다. 나에게 하고자 하는 의지만 있다면, 상황이 어떠하든 점점 가능한 방향으로 나아간다는 걸 깨달은 것이다.


막히는 상황에서 나는 반드시 일정한 시간에 일어나, 정해둔 공간에서, 원하는 만큼의 시간 동안, 홀로 새벽을 보내야 한다는 기준을 하나씩 버리기 시작했다. 전날 늦게 잠들었거나, 새벽에 뒤척이느라 잠을 깊이 못 자는 바람에 원하는 만큼 일찍 일어나지 못할 것 같으면, 일어나야 하는 시간으로부터 딱 30분만 일찍 일어나는 걸로 만족했다. 대신 수면 시간을 체크해서 잠드는 시간을 조금씩 당겨보기로 했다.


사라진 엄마를 찾느라 아이가 자주 깨 수면이 지나치게 방해된다면, 혼자만의 공간을 과감히 포기하고 아이 옆에 앉아서 시간을 보냈다. 아이가 완전히 깨버려 그대로 새벽시간 확보에 실패하더라도 좌절하지 않았다. 내겐 내일이 또 있으니까. 통제할 수 없는 것은 나의 영역이 아니라 여기며 내버려 두었다. 그런 태도가 나를 다음 도전으로 이어가도록 도왔다.


나름 새벽시간 확보에 ’성공‘한 오늘 나의 하루는 확실히 달랐다. 늘 부족하게만 느껴지던 시간과 에너지가 추가로 주어진 느낌이었다. 새벽 고요의 여유로운 시간과 그로 인해 채워진 에너지는 나의 하루를 보다 밀도 있고 단단하게 만들어 주었다. 아침 일찍부터 워밍업을 충분히 해둔 덕에 낮동안 본격적으로 해야 할 일에 더 빠르게 몰입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 아침 등원준비시간에 아이에게 화내거나 재촉하는 일이 크게 줄었다는 게 큰 수확이다.


새벽시간은 하루를 차분하고 안정적으로 이끌어 주었고, 주도적으로 끌어 나가는 감각을 깨워 주었다. 내 안에 잠들어 있던 무궁한 잠재력이 꿈틀거리는 느낌이 들었다. 불가능하게만 보이던 벽을 한번 넘어볼 용기가 생겼다. 평범하고 반복적인 일상에 깊이가 더해졌다.


최근 나는 해보고 싶은 일이 하나둘 늘어나면서 막막해졌었다. 이미 저 멀리 앞에서 달리는 사람들과 내 모습을 비교하며 진전이 보이지 않아 마음이 조급해졌다. 방향을 잃고 헤매고 있는 것 같았다. 하지만 조금씩, 천천히 나만의 속도에 맞춰 꾸준히 하겠다고 마음먹자, 내 앞에 펼쳐진 수많은 하고자 하는 일에 대한 조급함이 수그러들었다. 한 발자국씩이라도 앞으로 나아가는 것에 의미를 두었다.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의 흐름을 인지하면서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도전을 이어갈 때, 분명히 내가 원하는 것을 이루어 내리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