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번째 카페 쿠폰 도장 찍은 기념일

오늘을 기념일로 남긴다면 어떤 날일까

by 스틸노트

월요일은 시작을 다짐하느라 설레는 날이다. 그런 날이 매주 돌아온다는 건, 큰 기쁨이다.


오늘따라 기분이 최고인 아이의 종알종알 목소리를 들으며 어린이집에 데려다주고, 자주 가는 카페에 들렀다. 근처에서 오전 9시에 문을 여는 유일한 곳. 바스크치즈케이크와 라테가 맛있어 자주 찾는다. 오늘은 디카페인 아이스아메리카노와 함께다. 막 구워낸 치즈케이크 향이 가득해 냄새만으로 행복해진다. 게다가 오늘로 열 번째 방문이라 쿠폰 도장을 다 채웠다. 다음엔 무료 커피를 마실 수 있다는 생각에 벌써 다음 방문이 기다려진다.


이 카페를 좋아하는 또 다른 이유는, 접이식 문을 활짝 열면 곧장 천변 공원으로 이어져 공원 속에 앉아 있는 듯한 기분이 든다는 점이다. 이른 아침이라 사람이 없어 창가 바로 옆, 잔디와 닿은 자리에 앉았다. 전날 비가 내려 수분을 가득 머금은 풀 냄새가 차가워진 공기를 타고 콧속으로 밀려왔다. 나도 모르게 연신 갈비뼈가 벌어질 만큼 크게 숨을 들이마셨다. 풀 냄새가 기분을 구름 위로 띄워주는 듯했다.


초록이 가득한 시야에 달리기와 산책하는 사람들이 오가고, 내가 좋아하는 벤치도 보였다. 이 장면을 그림으로 그린다면, 초록색 물감으로 흰 도화지를 가득 채우고선 나무색과 흰색 벤치 몇 개 얹으면 될 듯하다.


책을 30분 정도 읽고 나니, 흐린 구름이 걷히며 하늘과 맞닿은 쪽의 나무 잎사귀가 반짝였다. 단색의 초록이 연두, 풀색, 카키, 짙은 녹색, 올리브빛으로 다채롭게 바뀌고, 그늘이 지며 풍경은 더 깊어졌다.


열 번이나 이곳을 찾은 기념일 같은 하루. 내가 좋아한 카페의 모든 장면이 모여 나를 반겼다. 다정한 환대. 바람도, 잔디도, 디저트와 커피도, 창가 자리도, 매번 마주치는 직원도, 오늘의 화창한 날씨와 노래도, 고요한 손님들도. 작가로 살기로 다짐한 나 자신까지도. 모두가 두 팔 벌려 환영해 주는 듯했다.


받아들여지고 있다는 감각 덕분에 삶이 반짝인다는 걸 느낀다. 그러니, 나 또한 세상을 친절하고 다정하게 대해야지. 식물과 아이를 돌보듯 삶을 사랑해야지 다짐한다.


“살아 있는 것이 그의 마음을 끌어당긴다. 그것이 크고 힘이 세서가 아니라 살아 있기 때문이다. 삶을 사랑하는 사람은 얼굴 표정만 봐도 알 수 있다. 그의 눈과 피부에서는 무언가 뿜어져 나온다. 그의 내면에서, 그리고 주변에서 환하게 빛이 난다. ‘사랑에 빠진’ 사람들은 삶을 사랑한다. 이런 삶에 대한 사랑이 서로에게 매력을 느끼는 이유다.”

”인생의 가장 큰 기쁨은 장치가 없어도 느낄 수 있다는 사실, 고요할 수 있는 능력, ‘무언가에 뛰어들’ 능력, 집중할 수 있는 능력이 있으면 된다는 사실. “

_에리히 프롬, <우리는 여전히 삶을 사랑하는가> 중에서.


깨끗하게 비워진 케이크 접시, 물방울만 맺힌 유리컵, 마침 다 써버린 펜, 채운 도장, 떠나는 손님, 떨어진 낙엽. 모든 것의 끝에 늘 새로운 시작이 있다. 여름이 가고 가을이 오는 것처럼. 9월의 끝자락에서 10월을 맞이하는 것처럼.


글쓰기 모임의 첫날, 월요일. 오후의 새 커피, 오롯한 작가였던 카페에서의 나를 뒤로 하고 다시 주부로 돌아가는 시간. 끝과 시작을 이어달리기하듯 바통터치하는 삶. 그렇기에 계속 달릴 수 있는 삶.


다채로운 풍경 속을 달리다 우연히 마주한 생명들을 바라보며 미소 짓는 삶. 넘치는 기쁨과 긍정의 에너지를 온몸과 마음으로 표현함으로 그것들을 보내준 세상에 화답하는 삶.


나무는 아무 말 없이 낙엽을 떨구며 자신을 비워내고, 고요히 남은 에너지에 집중한다. 나 또한 바람 한 줄기와 함께 고요에 머물러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