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로 외로운 시간을 견디고 있을 모든 사람들에게 1편

by 스틸노트


최근, 지인의 인스타그램 피드에서 아내의 산후 우울감을 호소하며 도움을 요청하는 글을 보았다. 타지에서 아이 둘을 돌보다 결국 무너져 내린 모습이었다. 남일 같지 않았다. 불과 한두 달 전까지만 해도 나 역시 무력감과 무감동에 시달렸기 때문이다.


가만히 소파에 앉아 있으면 막막함과 두려움이 몰려와 눈물이 쏟아졌다.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순간에는, 울며 자지러지는 아이를 두고 두 손으로 귀를 막은 채 눈을 꼭 감고, 그저 상황이 지나가길 기다린 적도 있었다.


잠은 늘 부족하고, 무거워진 아이를 계속 안아 올리며 집안일까지 감당하다 보니 몸은 지칠 대로 지쳤다. 예민해질 수 없는 상황에서 칭얼대는 아이에게 화를 내고는, 곧이어 미안함과 자괴감에 사로잡혀 후회하길 반복했다. 누구도 알아주지 않고 성취감 없는 생활에 점점 지쳐갔다. 세상에 혼자 남겨진 것만 같은 기분. 그 마음이 얼마나 아픈지 안다.


하지만 영원할 것만 같던 순간도 결국은 지나간다. 반드시 이겨낼 수 있다. 내가 견뎌낸 방법들을, 같은 외로움으로 아파하는 이들에게 건네고 싶다.




외로움의 시작


엄마들이 아이를 낳고 소중하고 행복한 시간을 보내다가도, 어느 순간 공허와 막막함에 사로잡히는 이유는 뭘까. 일을 쉬거나 그만둔 상태에서 육아만 하다 보면, 아이가 어느 정도 크는 순간 갑자기 현실의 벽이 눈앞에 다가오는 느끼게 된다.


남편은 회사 일과 야근, 모임 등으로 저녁이나 주말에도 곁을 지키지 못한다. 대화는 줄어들고, 마음을 알리거나 도움을 요청해야 할 ‘골든 타임’을 놓치게 된다.


억눌렀던 감정이 폭발하면 남편들은 당황한다. 서운함을 털어놓는 아내의 말에 억울한 마음마저 들지도 모른다. 남편 역시 가정을 위해 애쓰고 있었으니까. 남편도 지쳐 있었고, 사실은 아내의 위로와 격려가 필요했을지도 모른다.


이런 순간에서 응급 처방은, 그저 말없이 오래도록 서로를 안아주는 것이다.




외로움은 잘못이 아니다


타지 생활, 출산과 육아라는 낯선 환경에서 외로움을 느끼는 건 아주 정상적인 감각이다. 누구의 잘못도 아니다. 다만 한 사람이 감당하기엔 짐이 너무 많았을 뿐이다.


두 아이의 육아, 수면 부족, 끝없는 울음과 칭얼거림, 외출 준비, 아픈 날의 돌봄, 그리고 그 와중에도 억눌러야 하는 감정들까지. 홀로 견뎌내고 있는 것 자체가 이미 충분히 위대한 일이다.


수면 박탈, 반복되는 육체적 노동, 감정 조절의 부담은 몸과 마음을 한계까지 몰아붙인다. 아이를 두고 도망가고 싶다는 생각, 화를 내고 후회하는 감정, 받아주고 싶어도 도저히 해낼 수 없는 무력감. 모두 사람이기에 드는 자연스러운 감정이다.




곁에 있어주는 힘


외로움은 누군가 곁에 있기만 해도 옅어진다. 특히 남편과 같은 가장 가까운 사람의 존재와 격려는 무엇보다 큰 힘이 된다.


나를 가장 힘들게 했던 건 ‘혼자라는 느낌’이었다. 남편이 곁에 있는데도 없는 것만 같았다. 사회가 남편을 빼앗아 간 것만 같았다. 남편은 나름대로 맛있는 걸 사주며 기분을 풀어주려 노력했지만, 그 효과는 오래가지 않았다.


내가 진정으로 원한 건, 거창한 이벤트가 아니었다. 그저 관심과 사소한 말 한마디였다.


“종일 아이 돌보느라 고생 많았어. 오늘도 애썼어.”
“제대로 못 자서 많이 피곤하지? 그래도 oo이가 엄마 덕분에 편하게 잘 잤을 거야.”
“아이를 건강하게 잘 돌봐줘서 고마워.”
“오늘 너의 하루는 어땠어?“
”오늘은 모임이 있어서 늦을 것 같아. 혼자 두게 해서 미안해.”


이 말들만으로도 가라앉던 마음은 금세 수면 위로 떠오를 수 있었다. 나는 이 마음을 남편에게 고백했고, 남편은 곧 변화를 보여주었다.




다시 단단해지기


우리는 대화 시간을 늘려갔다. 남편은 때때로 재택근무를 하거나 반차를 내 함께 시간을 보냈다. 아이의 분리수면을 시도하며, 잠들기 전 침대에서 오랜 시간 대화하던 우리만의 습관을 되찾아 갔다.


점차 괜찮아졌지만, 갈등이 생기면 언제든지 무너질 수 있었다. 그래서 더는 남편에게만 기대지 않았다. 결국 중요한 건 ‘나 스스로 하루를 단단하게 지켜내는 것’이었다. 끝내 나만의 방법을 찾아냈고, 무너지기 전에 스스로 수면 위로 차오르는 방법을 배웠다. 지금은 마음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고 있다.



스스로 회복해 낸 이야기는, 다음 편에 이어가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