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하듯 글을 씁니다

by 스틸노트


나는 요리를 해서 먹는 일보다, 만드는 시간을 더 좋아한다. 재료를 손질하고, 불 앞에 서고, 간을 보는 과정이 즐겁다. 글을 쓸 때도 늘 비슷한 마음이 된다. 무엇보다 내가 만든 요리를 먹으며 하루의 피로를 풀고, 지친 기력을 채우는 가족들의 얼굴을 보는 순간이 행복하다.


아이 이유식을 만들던 시절에도 그랬다. 세심하게 재료를 고르고 손질하며, 하루 식단을 고민하는 일이 번거롭기보다 재밌었다. 그 시간들이 쌓여 유아식 루틴을 정리한 전자책 <온 가족 한 끼로 끝내는 단순한 유아식>을 내기도 했다.


최근에는 <흑백요리사 시즌2>에 푹 빠져 있었다. 수준 높은 셰프들의 창의적이고 감각적인 요리들에 놀람에 놀람을 거듭했다. 수십 년의 경력이 쌓였음에도 여전히 도전하고, 주어진 재료 안에서 끝까지 고민하며 새로운 요리를 만들어내는 태도가 인상 깊었다.


특히 최강록 셰프와 술 빚는 윤주모의 요리는 오래 마음에 남았다. 그들이 유독 특별하게 느껴진 건, 요리 안에 담긴 진심이 고스란히 전해졌기 때문이다. 주어진 시간을 가득 채워가며 먹는 사람을 생각해 완성도를 끌어올리던 모습과 심사위원들의 극찬 앞에서도 겸손함을 잃지 않으려던 태도까지.


그런 면에서 글쓰기도 요리와 참 많이 닮아 있다. 하나의 주제를 끝까지 붙잡고 천천히 다듬는 일, 읽는 사람을 떠올리며 감각의 디테일을 더하는 일, 단 한 사람에게라도 진심이 닿길 바라며 끝까지 쓰는 일.


내가 만든 요리를 먹고 기운을 차리고 건강해졌으면 하는 바람, 맛있는 한 끼로 하루가 조금 밝아졌으면 하는 바람, 함께 먹는 시간만큼은 많이 웃고 즐겼으면 하는 바람, 그 자리에 있는 누구라도 다정히 환대받았으면 하는 바람.


나는 글에 그런 마음을 담고 싶다. 누군가를 정성을 다해 돌보는 태도로, 마음이 지친 사람에게는 잠시 쉬어갈 시간이 되고, 혼자 버티고 있는 누군가에게는 곁이 되어주는 글을 쓰고 싶다. 읽고 난 뒤, 조금이라도 마음이 편해진다면 그것으로 충분할 것 같다. 어쩌면 이 모든 마음은, 사랑의 다른 모양일지도 모르겠다.


아직은 어딘가에 숨어서 글을 쓰기 시작한 사람 중 하나일 뿐이지만, 시간이 지나 조금 더 나아지더라도 이 마음만은 잊지 않고 싶다. 더 잘 쓰기 위해 배우고 시도하되, 시작의 온도를 지켜가는 사람으로. 잘 쓰기보다 다정히 쓰는 사람으로 자라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