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민이 사라진 시기엔, 어떤 책을 읽어야 할까?

by 스틸노트


요즘 나는 매일 불렛저널에 ’오늘의 질문‘을 적는다.

어제의 질문은 이것이었다.



고민이 사라진 시기엔,
어떤 책을 읽어야 할까?



브런치 독서 챌린지를 하며 독서 시간을 기록해 보니, 하루 20분도 채 읽지 않는 날이 꽤 있었다. 매일 한 시간 이상 책을 읽고, 마음에 드는 문장을 필사하던 나에게는 낯선 숫자였다. 책을 멀리한 것도 아닌데, 책 속으로 파고들지 못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지금의 내게 필요한 책은 어쩌면 다른 데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을 고르는 기준을 잃었다고 해야 할까. 돌이켜보면 나는 늘 그때그때의 깊은 고민을 해결하기 위해 책을 골랐다. 질문이 선명할수록 선택은 명확했다. 그런데 최근에는 나를 괴롭히던 굵직한 고민들을 어느 정도 정리하고 나서부터, 편안한 일상에 기대어 사유를 멈춘 채 지내고 있었다. 사고의 흐름이 느려지자 글 앞에서도 자주 막막해졌다. 읽고 싶은 책 목록은 충분했지만, 당장 손이 가는 책은 눈에 띄지 않았다.


나는 언제나 질문이 선명할 때 책을 잘 읽었다. 해결하고 싶은 문제가 있을 때, 무언가를 배워서 변하고 싶을 때 책은 자연스럽게 손에 잡혔다. 도서관에서 같은 주제의 책을 다섯 권씩 쌓아두고 읽기도 했다. 그러다 보면 책 속으로 빨려 들어가곤 했다. 몸에 필요한 영양을 공급해 주면 저절로 흡수되듯이, 그 시기의 나에게 필요한 문장들은 머릿속에 억지로 넣으려 하지 않아도 깊이 새겨졌다.


다시 올해의 키워드와 콘셉트를 적어둔 노트의 페이지를 펼쳤다. 1분기에는 루틴을 다듬고, 훈련하듯 매일을 이어가며 리듬과 감각을 잃지 않겠다고 적어두었었다. 그렇게 올해는 ‘자기 일을 가진 사람‘처럼 살고 싶었다. 프리워커, 독립인, 일하는 사람의 감각. 요즘 내가 배우고 싶은 것은 결과보다 태도를 먼저 가다듬는 마음가짐이다. 창작자로서, 또 일하는 사람으로서 가져야 할 감각에 대해 더 알고 싶어졌다.


주말의 분주함에 휩쓸려 주간 회고를 놓쳐보니, 방향을 잃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앞으로는 지난 한 주를 돌아보고, 다음 주에 집중하고 싶은 주제를 짧게라도 정해보려 한다. 질문이 떠오르면 그에 맞는 책을 찾고, 나만의 방식으로 기록해 보며. 그렇게 독서의 리듬을 되찾아보고 싶다.


어떤 책이 재미있다고 느끼는 이유는, 그 책이 나와 결이 맞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나와 비슷한 감각을 가진 작가의 문장을 읽을 때, 내가 좋아하는 감성을 세심하게 짚어내거나, 혹은 머리 위로 번뜩이는 통찰을 줄 때에도 책은 오래 남는다. 고민을 해결해 주는 책이 아니라, 태도를 가다듬어주는 책. 요즘 나는 그런 책이 필요한 시기에 와 있는지도 모르겠다.


앞으로는 책을 고르는 기준도 조금씩 달라질 것 같다. 익숙한 장르를 벗어나 낯선 책에 도전해 보고, 때로는 쉽고 가볍게 읽히는 책을 펼쳐 그저 문장 위를 유영하듯 머물러보기도 하면서. 중요한 것은 나를 향한 질문을 잃지 않는 것이다. 책은 언제나 그 자리에, 내가 찾아오길 기다리고 있을 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