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이로움에 대하여

겨울의 한가운데서

by 스틸노트


동생네 부부가 놀러 온 데다 지인의 돌잔치까지 겹쳐 바쁜 주말을 보냈다. 집안일을 몰아서 해낸 월요일, 환기를 너무 시켜서인지 무리한 탓인지 몸이 오들오들 떨렸다. 따뜻한 이불속에 들어와 오전에 소모된 에너지를 어떻게 채울지 고민했다.


그러다 냉장고 속에 있는 두바이 쫀득 쿠키(일명 두쫀쿠)가 생각났다. 우리 집에 놀러 왔다가 근처 백화점에 간 동생에게 두바이 쫀득 쿠키를 사다 달랬더니 쿠키가 나오는 시간을 한참 기다렸다가 쿠키 6개에 브라우니 2개를 사다 주었다. 어제 맛보고 남은 브라우니 하나를 꺼내 들었다. 포크로 떠서 한 입 넣자, 금세 기분이 좋아지면서 머릿속이 맑아졌다.


눈 내리는 배경의 재즈 플레이리스트를 틀어두었는데 문득 고개를 들어 창밖을 바라보니 어느새 실제로 눈이 내리기 시작했다. 세탁기와 건조기 돌아가는 소리, 잔잔한 재즈, 달콤한 브라우니와 은은한 커피 향, 포근한 담요와 눈 내리는 바깥 풍경이 집안에 아늑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거실 매트에 쌓여가는 다 마른빨래 더미들마저 따끈하게 느껴졌다.


그러다 어제 저녁 노을이 질 무렵, 일산에서 돌잔치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본 하늘이 떠올랐다. 새빨간 태양이 크고 선명히 빛났다. 져 가면서도 존재감을 놓치지 않는 모습을 넋 놓고 바라봤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커다란 뭉게구름 뒤로 완전히 모습을 가리고서도 구름 뒤에서 빛줄기를 뿜어내는 모습은 그야말로 경이로웠다. 오렌지빛으로 물든 저녁 하늘이 그날의 피로를 희석시켜 주었다.


새벽의 오렌지빛 하늘은 저녁의 희미하게 노을 진 하늘보다 농도가 짙다. 아침에 방문을 열자마자 보이는 새벽하늘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세상의 절반은 잠들어 있을 짙고 깊은 고요함이 전해진다. 그 고요 속에 천천히 하루를 시작하다 점점 환해지는 아침을 맞이하는 기분이란. 진하고 단 브라우니 한 입을 먹고 곧이어 들어오는 커피 한 모금만큼이나 반갑다.




집으로 돌아간 동생네 부부가 사는 곳에는 눈이 많이 왔다고 했다. 곰돌이 모양의 눈사람을 만들어 옆에 서서 찍은 사진을 보내왔길래 아이에게도 보여주었다. 아침까지 함께 있다 간 외삼촌과 외숙모가 하얀 세상 속에 있는 사진 속 모습을 아이는 신기한 듯 바라보았다.


어느새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눈이 펑펑 내린다.

저녁에 눈이 쌓이면 아이와 눈사람을 만들러 나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