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거운 일을 작게 나누면 숨 쉴 틈이 생긴다

by 스틸노트


단순한 것이 아름답다고 말하기까지, 나의 지난 일상은 꽤 복잡했다. 예전의 나는 하루에 할 일을 가능한 한 많이 적어두는 사람이었다. 해야 할 일들을 다 처리하지 못한 날이면, 아무것도 하지 않은 것처럼 마음이 불편해졌다. 그렇게 만족스럽지 않은 하루들이 이어졌다.


그러다 문득, 일이 아니라 마음이 벅차서였다는 걸 알게 됐다. 해야 할 것들이 많아서가 아니라, 모든 일을 한 덩어리로 여기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사 준비로 집을 내놓은 뒤부터, 집을 보러 오겠다는 연락이 주말마다 빗발친다. 언제 누가 방문할지 몰라 기본적으로 집을 늘 정돈된 상태로 유지하고 있다. 처음엔 갑자기 2시간 뒤에 방문해도 되겠냐는 부동산 연락을 받고, 그러시라고 대답했다. 그러나 이내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지 막막해진 나는 2시간 내내 혼자 뛰어다니며 집안 모든 구석을 정리하고 치우느라 애를 먹었다.


예전에는 집안일을 요일별로 잘게 나눠두었다. 대신 매일같이 집안일을 해야 했고, 그 시간이 늘 마음에 걸렸다. 그래서 아예 방향을 바꿨다. 오래 걸리는 빨래나 화장실 청소 같은 일은 주말로 밀어 두고, 평일에는 설거지와 간단한 청소만 반복하기로 했다. 매일 해야 할 일을 줄이자, 집안일은 생각보다 쉽게 자동화됐다. 이제 집을 치우는 데는 30분이면 충분하다.


밀린 일들이 한꺼번에 떠오르면 숨이 막힌다. 그럴 땐 해야 할 일을 모두 적어두고 도장 깨기 하듯 하나씩 처리한다. 물론 그렇게 되기 전에, 반복되는 일은 최대한 단순하게 만들어두는 편이 낫다. 자동화는 나를 게으르게 만드는 장치가 아니라, 시간과 에너지를 벌어주는 쪽에 더 가깝다.


얼마 전에는 대파 한 단을 사두고 손질해야 한다는 생각에 며칠을 그대로 두었다. 흙 묻은 대파를 씻고, 물기를 닦고, 모두 썰어 보관하는 과정이 유난히 버겁게 느껴졌다. 대신 대파를 모두 씻어 대충 세 동강만 내어 물기가 빠지는 통에 담아두었다. 그 정도만 해두어도 대파는 조금 더 오래 버텼고, 썩어서 버리는 일은 막을 수 있었다.


언젠가부터 지인들에게 먼저 연락하지 못하고 있는 시간이 길어졌다. 마음 한편에 숙제처럼 남아 있던 게 이젠 꿈에도 등장했다. 내내 마음 쓰이던 친구는 꿈속에서 나를 외면했고, 우리는 어색하게 서 있었다. 그 장면이 여전히 남아 있다. 연락하지 않은 시간이 길어질수록 부담감은 커진다.


어려운 일 앞에서는 그 문제를 작은 단위로 쪼개보는 게 도움이 된다는 걸 알고 있다. 한 번에 해결하려 하면 더 멀어지기만 한다. 연락이 부담스러울 때는 긴 안부 대신 상대의 근황을 조용히 들여다보는 것도 방법이다. 인스타그램에 짧은 댓글을 툭 남기거나, 가벼운 디엠으로 대신하기도 한다. 그렇게 시간의 거리를 조금 좁혀둔 다음에야 비로소 더 깊은 대화를 시도할 수 있다.


다 하지 않아도 된다. 완벽하지 않아도 된다. 썩지 않게 두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연락하지 못한 마음도, 끝내 다 하지 못한 일들도 그대로 두되, 너무 미워하지 않기로 했다. 단순한 것이 아름답다는 말은, 모든 걸 덜어낸 삶이 아니라 이렇게 숨 쉴 틈을 남겨두는 태도에 더 가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숨이 막히는 순간마다 작게 나누는 태도가 나를 살려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