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은 거창하게 새로운 일을 시도하는 해라기보다, 이미 가지고 있는 나의 루틴을 다듬고 정착시키는 해로 정했다. 그래서 초반 3개월은 하루도 빠짐없이, 가능한 범위 안에서 루틴을 해내는 데 집중하려 한다. 대회에서 실력을 발휘하기 위해 최상의 컨디션을 만들고 유지하는 운동선수처럼, 담담히 나를 준비시키는 마음으로.
루틴(routine)의 어원은 프랑스어로 ‘길, 통로’라는 뜻이다. ‘자주 다니는 길’, ‘이미 닦여 있는 길’이라는 의미다. 더 거슬러 올라가 라틴어 rupta via를 보면, ‘뚫린 길’, ‘개척된 통로’라는 뜻에 닿는다.
처음부터 루틴은 ‘지루한 반복’이나 ‘무의미한 습관’이 아니었다. 루틴의 본래 ‘의미는 의식적으로 만들어 놓은 길을 더 이상 판단하거나 결심하지 않아도 걸을 수 있는 상태’다. 생각과 에너지를 아끼기 위한 구조, 삶의 마찰을 줄이는 장치에 가깝다.
그래서 나에게 루틴은 ‘나를 지키기 위한 길’이고, ‘선택 피로를 줄이는 장치’이며, ‘창작을 가능하게 하는 기반’이다. 나의 루틴은 ‘습관(habit)’이라기보다 ‘길(path)’에 가깝다. 루틴은 더 이상 나를 속박하는 규칙이 아니다. 그렇기에 ‘나를 소진시키지 않기 위한 ‘ 루틴을 만든다.
매일 루틴을 실천하려면 무엇보다 부담이 없어야 한다. 양적으로도, 시간적으로도, 컨디션이 흔들리는 날에도 해낼 수 있는 수준이어야 한다. 그래서 어떤 상황에서도 지킬 수 있는 나만의 최소 기준을 정해두었다. 한 번 무너지더라도 다시 돌아오기 쉬워야 하니까.
모닝페이지는 원래 20분에 3page가 기본이지만, 여의치 않은 날에는 시간이나 분량을 줄인다. 중요한 건 완벽한 게 아니라 흐름이다. 매일 이어지고 있다는 감각, 그 길 위에 계속 서 있다는 느낌을 놓치지 않는 것에 초점을 둔다.
루틴이 가장 쉽게 무너지는 순간은 피로가 쌓이고, 몸이 아프고, 체력이 바닥날 때다. 그래서 루틴을 지키기 위해 가장 먼저 지키기로 한 것이 체력이다. 주 4회 이상 운동을 목표로 정했고, 이번 주 내내 달리기와 요가를 이어왔다. 단 며칠 만에 생긴 체력이 남은 오후를 받쳐주는 것을 느낀다. 운동은 기분이 어느 깊이 아래로 가라앉지 않도록 미리 펼쳐둔 그물 같은 장치다.
아침에 일어나면 300ml 머그컵에 따뜻한 물을 가득 따라 마신다. 아이에게도 하루의 첫 물만큼은 따뜻한 물에 유산균을 섞어 건넨다. 아침을 먹고 배가 편안해진 아이의 흐름도 자연스럽다. 혼자 먹는 점심은 간단히 때워도, 가족이 함께 먹는 저녁은 영양을 고려해 든든히 준비한다.
커피를 좋아해서 거의 매일 마시지만, 요즘은 속이 쓰린 날이 잦아 오전에는 디카페인이나 연한 커피로 바꿨다. 커피를 마시기 위해서라도 아침은 뭐라도 꼭 챙겨 먹는다. 좋아하는 것을 오래 좋아하기 위해, 몸이 주는 신호에 귀를 기울인다.
건강한 생활습관으로 다져진 체력은 언젠가 내게 힘을 실어주어 더 멀리 나아가게 할 것이다. 그날을 재촉하진 않는다. 대신 오늘도 같은 시간, 같은 자리에서 조용히 훈련을 반복한다. 미리 닦아둔 이 길이, 잠시 벗어나더라도 다시 제자리로 돌아오게 한다는 걸 알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