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을 없애진 못해도, 정리는 할 수 있다

by 스틸노트


불안이 전혀 없는 사람이 있을까. 아무리 미래를 철저히 대비해도, 지금의 삶에 만족해도 불안은 시도 때도 없이 불쑥 모습을 드러낸다. 아득한 미래에 불안감이 커질 때면, 나는 지금 당장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몸을 움직인다. 내가 통제할 수 있다는 감각을 되찾기 위해서다.


이번 주에도 그렇게 도서관으로 향했다. 중앙도서관이 새로 생긴 뒤로 이곳에 자주 들르고 있다. 이 책들 어딘가에 정답이 분명 존재한다는 믿음과 확신 때문인지, 잘 정리된 책들 사이에 있으면 마음이 편안해진다.


가장 먼저 펼친 책은, 정코(정리마켓)의 <나를 돌보기 위해 정리를 시작합니다>였다. 3시간 가까이 자리를 뜨지 않고 단숨에 읽고, 필사까지 마쳤다. 새로운 지식을 얻는 게 좋았다기보다는, 단정하고 단순한 삶을 추구하는 나의 라이프 스타일과 접점이 강한 주제를 만난 기쁨에 가까웠다. 잊고 있던 오랜 친구를 만난 것처럼 반가웠다.


정리는 내가 움직인 만큼 결과가 바로 나오는 일이다. 그리고 우리는 삶이 내 의지대로 움직이고 있다고 느낄 때, 스트레스 지수가 낮아지고 행복을 느낀다. 불안은 대부분, 아무리 애써도 손에 잡히는 게 없을 때 커진다. 내가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고, 나의 공간에 나만의 철학과 기준을 잘 끼워 넣을 때, 삶은 아귀가 꼭 맞듯 자연스럽게 흘러간다.


내가 단순한 시스템을 만들어 정리하는 이유가 있다. 가족이 쾌적하게 정리된 공간 안에서 사랑과 보살핌을 받고 있다고 느끼길 바라서다. 정리는 나에게 가장 현실적인 돌봄의 방식이다. 동시에 더 나은 삶을 상상하고 실험하는 창의적인 활동이기도 하다. 여기에 나만의 취향과 우리 집에 온 물건을 소중히 여기는 마음, 그 쓸모가 더해지면 집이 곧 내가 된다.



버리지 못하는 이유는 두 가지뿐이다.
과거에 대한 집착, 그리고 미래에 대한 불안.
_ 곤도 마리에



정리는 자연스럽게 나를 탐구하고 알아가는 시간이기도 하다. 내가 버리지 못하는 특정한 물건들을 생각하다 보면 내가 뭘 좋아하는지를 알게 되고, 내가 미련 없이 버리거나 있었는지도 모르는 물건들을 보면 어떤 것에 크게 의미를 두지 않는지도 알게 된다. 정리를 하며 특별히 더욱 신경을 쓰는 물건이나 분야는 내가 현재 집중하고 싶은 것이자 앞으로도 가꾸고 싶은 물건, 분야일 것이다. 그러니 스스로를 알고 싶다면 정리를 해보길. _ p.180



오늘도 집을 떠나보낼 준비를 하며 깔끔히 정리했다. 우리 집의 새 주인이 되어 줄 손님들을 위해 조명을 켜고, 환기를 시키고, 음악을 틀고, 옷과 침구마다 향긋한 탈취제도 뿌렸다. 이 집이 누군가에게는 그저 한 공간일지라도 우리 가족에게는 충분히 안전하고 따스한 자리였음을 기억하려 잘 정리된 집안의 모습을 눈에 깊이 새겼다.


불안을 잠재우기 위해 더 이상 애쓰지 않기로 했다. 다만 불안 속에서도 붙들 수 있는 작은 질서를 만들어 낼 뿐이다. 공간을 단정히 정리하면서, 내 손으로 삶을 통제하고 있다는 최소한의 감각을 되찾는다. 이 감각을 지니고 있다면, 불안에 조금 흔들릴 수는 있어도 쉽게 무너지지는 않는다.


지금 많이 불안하다면 생각 대신 물건을, 걱정 대신 공간을 정리해 보는 건 어떨까. 불안을 다루는 가장 단순한 방법은, 이미 우리 손안에 쥐어져 있는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