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하원 후, 처음으로 아이와 같은 반 친구들과 엄마들을 만났다. 어린이집 근처의 호수공원에 아이들을 풀어놓고 카페 테라스에 앉아 있었다.
따스한 햇살 아래에서 아이들은 킥보드를 타고 이리저리 달렸고, 엄마들은 커피를 마시며 그 모습을 바라봤다.
누군가에게는 평범한 오후였겠지만, 내겐 처음이었다.
작년까지만 해도 아이들은 서로 다른 반이었다. 등하원 시간이 겹쳐 거의 매일같이 마주쳤지만 오가며 눈인사를 나누는 것이 전부인 사이였다. 그런 아이들이 올해 같은 반이 되었고, 이번에도 아침에 어린이집 앞에서 마주쳤다.
”오늘 하원 후에 아이들 데리고 공원 갈까 하는데, 같이 가실래요?“
그렇게 자연스럽게 약속이 잡혔다.
그런데 집에 돌아오자마자 에너지가 쭉 빠지는 기분이 들었다. 괜히 걱정이 밀려왔다. 나와 결이 다르다고 느꼈던 사람들이라 어색하면 어쩌지. 대화가 불편하면 어쩌지. 아이들끼리도 잘 어울리지 못하면 어쩌지. 별별 생각이 다 들었다.
그런데 막상 만나 보니 내가 했던 걱정들과 사뭇 다른 분위기였다. 아이들은 금세 어울려 킥보드를 타고 서로를 쫓아다니느라 분주히 발을 굴렸다. 그 사이에서 엄마들은 서로를 향한 호기심을 드러내며 질문과 이야기를 이어갔다.
아이는 낯가림이 심하고 예민한 편이라 이런 자리가 늘 조심스럽다. 그래서 더 세심하게 지켜보게 된다. 공원에 도착하자마자 저 멀리 킥보드를 타고 쌩쌩 달리며 노는 아이들과 달리 아이는 처음에는 내게 옆에 있어 달라며 옷자락을 붙잡았다. 잠시 옆에서 킥보드를 밀어주고 조금 떨어져 지켜보고 있으니 아이는 천천히 앞으로 나아가며 아이들 사이로 스며들었다.
친구들을 의식하지 않고 자기 갈 길을 달려가는 아이, 동생들보다 나이가 많아서인지 아이들을 모아 규칙을 알려주고 통솔하느라 바쁜 아이, 자기 속도에 맞게 천천히 킥보드를 타는 아이, 그런 아이들을 하나하나 관찰하느라 그 자리에 잠시 멈춰 서 있는 아이. 아이들은 서로 달랐지만 그 모습 그대로 어울렸다.
엄마들도 모두 달랐다. 성격도, 말투도, 전에 가졌던 직업도, 나이도 모두 달랐다. 그래서 불편할까 봐 걱정했던 건데 오히려 그래서 더 신선하고 재밌었다. 겉모습만 보고 가졌던 오해와 편견들이 대화를 나누는 동안 서서히 풀려갔다. 그저 아이를 키우고 비슷한 고충을 가진 엄마들이라는 공감대 속에 우리는 서로를 이해하게 되었다.
이사 온 지 2년 만에 처음 보는 풍경이었다. 사실 나는 이런 장면을 내심 그려왔었다. 마음껏 뛰어노는 아이들을 바라보며 엄마들끼리 잠시 숨 고르는 시간. 그저 함께 있다는 것만으로도 위안이 되는 순간. 어제 그 장면이 내 눈앞에 꿈처럼 펼쳐진 것이다. 햇살과 웃음소리와 아이들의 빛나던 모습이 사진처럼 마음속에 남았다.
나는 이런 평범한 풍경을 오래 기다리고 있었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