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만의 답을 찾기 위해서는 자신만의 공식을 만들어야 한다.”_ <쓰는 사람>, 백희성
학창 시절, 나는 수학 문제를 푸는 시간을 좋아했다. 유독 길었던 중학교 점심시간, 친구들이 층계를 오르내리며 ’ 경찰과 도둑‘ 놀이를 하느라 복도가 소란스러울 때에도 나는 조용히 책상에 앉아 문제집을 펼쳤다. 이따금씩 친구들이 장난을 걸어오면 가볍게 받아주고선 다시 문제집에 시선을 집중했다. 과외 숙제였지만, 의무감보다 몰입의 즐거움이 더 컸다.
수학을 좋아했던 이유는 단순했다. 수학엔 언제나 답이 존재한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한 문제를 오래 붙들고 있더라도 결국 정답에 닿으리라는 믿음. 그 믿음 하나로, 시간이 많이 걸려도 좋았고 다른 과목의 진도가 조금 밀려도 괜찮았다.
답에 다가가는 과정은 단순하지 않다. 내가 가던 방향이 틀렸다고 깨닫는 순간, 어디까지 왔든 기꺼이 멈추고 돌아서야 한다. 몇 시간을 들이고도 다시 처음부터 시작해야 할 때도 있었다. 그렇게 끝내 스스로 찾아낸 답에 동그라미를 치고 정답지와 일치하는 걸 확인하던 순간의 설렘을 나는 아직도 기억한다. 그때의 희열은 그동안의 시간을 모두 보상해 주는 것만 같았다. 그리고 그 답은 온전히 내 것이 되었다.
살다 보면 수학문제처럼 명확한 답이 보이지 않는 순간들을 만난다. 아무리 끌어안고 이 방법, 저 방법으로 시도해 봐도 도저히 ‘이거다!’ 싶은 답이 나오지 않는 문제들이 있다. 내겐 하루 24시간을 배치하는 일, 생활비를 관리하는 일, 그리고 앞으로의 방향을 설정하는 일이 그렇다.
모든 문제에 정답이 존재하리란 보장은 없다. 그럼에도 나는 내 안에서 반드시 답을 만나게 되리라는 설렘과 믿음을 품고 살아가고 싶다. 수학 문제를 풀듯 인생의 질문들을 끌어안고 고민한 시간과 노력은 언젠가 마주할 나만의 답으로 보상받을 것이라 믿는다.
“질문에 천천히 다가가는 과정. 어려운 질문에 바보 같은 답변을 해 보는 건 실패가 아니다. 다양한 생각으로 질문에 다가가는 과정일 뿐이다.”
건축가이자 이 책의 작가는 평생 식당을 운영하며 형편이 어려운 아이들을 돕던 아버지의 새 식당을 설계해 달라는 의뢰를 받았다. 그는 오래전부터 이런 질문을 품고 있었다. ‘건물은 사람을 닮을 수 없을까? 건물에도 감정이 표현될까? 건물에도 표정이 있을 수 있을까?’ 하지만 쉽게 답을 찾지 못했다. 첫 질문을 적은 지 2년이 지나도 방향은 보이지 않았고, 5년이 흐르면서 질문은 조금씩 다른 방식으로 확장되어 갔다.
그러다 6년쯤 지난 어느 날, 전혀 다른 질문을 파고들다가 실마리를 발견한다. 쌍둥이의 가치관과 성격 차이에 대한 고민 끝에, ‘경험 여부가 아니라, 선택된 경험이 쌍둥이의 가치관 차이를 만든다 ‘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 것이다. 그리고 그 선택된 경험이 바로 ’기억‘이라는 것을 이해하게 된다. 작가는 이 깨달음을 건축에 적용했고, 의뢰인의 의도를 넘어선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공간을 만들어 냈다.
이 이야기를 읽으며, 20대 때 사회의 쓴맛과 우여곡절을 겪으며 문제를 고민하고 해결하는 과정에서 남은 앙금 같은 문장이 떠올랐다.
인생은 끊임없는 물음표(질문)에 대한
해답을 찾는 과정에서 성장하는 것이다.
하나의 질문을 오래 붙들고 고민한다는 건, 나만의 답이 나오는 공식을 쌓는 과정이다. 자신만의 답을 위한 자신만의 공식. 스스로 질문을 던지고 스스로 답을 찾아가는 힘. 그 힘이 결국 남다른 답을 만들어 낸다.
그래서 나는 그 과정을 기록해보려고 한다. 기록은 길을 잃었을 때 돌아올 수 있는 기준점이 되어준다. 내가 어디까지 왔는지, 어느 지점에서 헤매고 있는지, 얼마나 더 가야 하는지 알려줄 것이다.
늘 그렇듯, 답은 스스로 찾아야만 비로소 나의 것이 된다는 걸 기억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