있는 힘껏 싸우고, 있는 힘껏 사랑한 날들

by 스틸노트


어린이집 새 학기가 시작되고 2주 동안, 아이는 거의 매일 울며 등원했다.


조금 더 있다가 들어가겠다며 내 다리에 매달리는 아이를 떼어내 선생님께 넘겨주고, 애써 밝게 인사하고 돌아섰다. 문이 닫히기 직전까지 원망스럽게 나를 바라보던 눈빛이 잊혀지지가 않았다. 그렇게 집에 돌아오면 잘 지내고 있을지, 계속 울고 있진 않을지 종일 걱정했다.


3주 차가 되자, 아이는 달라졌다. 기분 좋게 등원 준비를 하고 씩씩하게 반 문을 열고 들어간다. 선생님의 폭풍 칭찬을 받고 어리둥절한 얼굴로 나를 돌아보며 손을 흔들어준다. 하원 시간이 되면, 나를 보자마자 한껏 상기된 채 방방 뛰며 달려와 안긴다. 집에 돌아오는 차 안에서는 재잘재잘 온갖 이야기를 쏟아낸다. 즐거웠다니 참 다행스럽고, 대견하다.



한때 우리는 아침마다 싸웠다. 나는 아이를 먼저 씻기고 옷을 입힌 뒤 아침을 먹이고 싶었지만, 아이는 일어나자마자 식탁으로 향했다. 옷을 입히려 하면 도망가고, 잡아오면 갑자기 책을 펼쳤다. 우리는 서로의 속도를 인정하지 못한 채 매일 아침 힘을 겨루었다.


조급해진 내가 결국 목소리를 높이고 나서야 아이는 울며 내게 끌려올 수밖에 없었다. 그런 아침이면 아이도 어린이집에 들어가기를 더 힘들어했고, 나도 종일 쓸 에너지를 다 써버린 듯 기운이 빠졌다.


아이에게도 스스로 선택하고 싶고, 자신이 상황을 통제하려는 욕구가 있다는 걸 알게 되고 나서는 방식을 바꾸었다. 가능하면 아이에게 작은 선택권을 주려고 한다.


“토스트 먹을래, 주먹밥 먹을래?”

“양말 먼저 신을래, 티셔츠 먼저 입을래?”


시간 여유를 두고 조금 더 일찍 아이를 깨워 준비를 시작한다. 아침 일과를 일관된 흐름 속에 둔다. 여유가 없는 날에는 아이에게 명령하는 대신 차분히 상황을 설명하고, 재촉하는 대신 설득하려 애쓴다.



우리는 있는 힘껏 싸웠고, 자신의 의사를 표현했다. 나는 화가 났던 이유를 설명했고 지나쳤다 싶으면 사과했다. 아이도 자신이 왜 그런 행동을 했는지 내게 말해주었다. 큰 소리로 화내기 전에 내 상태를 예고하기도 했다. 그러면 싸우기 전 갈등 상황이 멈추기도 했다. 우리는 조금씩 서로를 알게 되었다. 싸움의 횟수는 줄어들었고, 대신 이해하고 피해 갈 줄 알게 되었다.


아이는 이제 조금씩 시간 개념을 배워가고 있다. 타이머의 빨간 부채꼴이 줄어들수록 행동을 서두르는 시늉을 한다. 비누 거품이 묻은 손을 허겁지겁 비비고, 내가 씻는 사이 미리 꺼내둔 옷을 스스로 챙겨 입는다. 그 모습들을 보고 있으면 마음이 조급하다가도 웃음이 삐져나온다. 서툴러서, 더 사랑스럽다.



한 번은 저녁을 먹기 전에 손을 씻지 않고 밥을 먹겠다며 우기다 혼이 났다. 한바탕 울고 난 아이에게 조용히 말해주었다. 밥을 먹다 보면 손을 쓰게 되고, 그러면 세균이 입으로 들어갈 수 있다고. 그 이후로 아이는 식탁에 앉기 전 먼저 화장실로 간다.


“엄마 나 이제 세균 없어? 밥 먹어도 돼?”


밥을 먹고 나서도 손에 묻은 기름기가 불편한지 다시 가서 손을 씻고 온다. 가끔 몰래 들여다보면 거품을 묻힌 손으로 장난을 치며 깔깔 웃는다. 우리 집의 평화 같다.



있는 힘껏 싸우고 있는 힘껏 풀어낸 덕분일까. 우리의 하루는 점점 잔잔해지고 있다. 아침은 시간의 리듬을 배우는 시간이 되었고, 저녁은 웃음소리로 가득한 시간이 되었다.


아직 아이에게 가르쳐줄 것도, 내가 배워야 할 것도 많다. 하지만 분명한 게 있다. 불편함을 외면하지 않고 서로의 감정을 마주한다면, 그리고 사랑의 이면까지 기꺼이 감당하려는 용기가 있다면, 우리의 관계는 언제든 다시 평화로워질 수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