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말에는 문화센터 원데이 클래스를 신청했다. 체력을 충분히 쓰고 돌아오는 길에 잠들기를 기대하며, 일부러 매트 위에서 구르고 뛰는 체육 수업을 골랐다. 시간도 낮잠 시간에 맞춰 점심 무렵으로 잡았다. 나가기 전 이른 점심을 먹이고, 만반의 준비를 해서 집을 나섰다.
수업이 끝난 뒤, 마트에 들러 간단히 과일을 사고 차에 올라탔다. 아이의 낮잠 시간과 정확히 맞아떨어졌다. 이대로라면 아이는 곧 잠들고, 나는 오랜만에 조용히 쉴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남편에게 아이가 잠들 때까지 조금 돌아가자고 속삭였다.
하지만 아이는 하품을 하면서도 지금은 자고 싶지 않다며 두 눈을 더 크게 떠 보였다. 아이는 끝내 버텨냈고, 결국 그대로 집으로 돌아왔다.
혹시 이른 점심을 먹어서 배가 고픈 건 아닐까 싶어 간단히 다시 밥을 차렸다. 하지만 아이는 먹지 않았다. 잠도, 밥도 모두 거부했다. 그런 아이를 보고서야 나도 낮잠을 포기했다.
모든 계획이 어긋났다는 생각이 들자, 오전 내내 쌓였던 피로가 한꺼번에 밀려왔다. 이대로 남은 반나절을 버텨야 한다는 사실이 막막하게 느껴졌다.
나는 서재 바닥에 앉았다. 아이를 따라다닐 힘조차 남아 있지 않았다. 그런데 아이는 내 옆에 붙어 계속 책을 읽어달라고 졸랐다. 몇 권을 읽어 주다가, 나도 모르게 허공을 바라보았다. 나만의 시간 없이 붙들린 이 시간이 유난히 길게 느껴졌다.
“왜 하루 종일 엄마만 불러? 이제 혼자 좀 놀아. 책은 다섯 권만 읽어줄게.”
아이는 다섯 권의 책을 고르더니 물었다.
“엄마, 왜 다섯 권밖에 읽어줄 수가 없는 거야?”
순간 말문이 막혔다.
“엄마도 더 읽어주고 싶고, 너랑 더 놀고 싶더. 그런데 지금은 조금 힘들어서 쉬고 싶어. 엄마도 혼자 있는 시간이 필요해. 그래야 다시 힘이 나서 더 잘 놀아줄 수 있어.”
나는 아이에게 ‘엄마의 시간’을 설명했다. 그리고 잠시 혼자 놀며 기다려 줄 것을 부탁했다. 조용히 책상 앞에 앉아 이어폰을 꽂고 필사를 시작했다. 흐트러진 마음이 한 줄씩 정리되는 듯했다.
내가 집중하는 동안 아이는 내 책장을 뒤적이며 놀았다. 그러다 내게 손을 흔들어 인사를 하더니 거실에서 놀겠다며 문을 닫고 나갔다.
30분 정도 지났을까. 방에서 먼저 잠들었던 남편이 나와 아이와 놀아주기 시작했다. 나는 조금 더 자리에 앉아 필사에 집중했다. 차분히 가라앉은 마음 위로, 천천히 에너지가 차오르는 것이 느껴졌다.
방문을 열고 나가 아이에게 다가갔다. 엄마가 다시 돌아왔다는 걸, 말 대신 행동으로 전했다. 그날 저녁은 평소보다 여유 있게, 더 정성스럽게 차려냈다. 꽤 근사한 저녁이었다.
미타임(Me-Time)이라는 말이 있다. 육아와 가사 속에서 부모가 자신만의 시간을 갖는 것을 뜻한다. 부모의 시간을 지키며 아이와 잘 놀아주기 위해서는 균형이 필요하다. 하루 중 단 한 시간이라도 오롯이 나를 위한 시간을 가지면, 그 시간은 다시 아이에게 돌아간다.
아이는 부모가 온전히 자신에게 집중하는 순간 가장 큰 행복감을 느낀다. 결국 중요한 건 함께 보낸 시간의 양보다, 곁에 머문 시간의 질이다. 무한하지 않은 시간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지금 이 순간은 다시 오지 않는다. 소중함을 기억하며, 아이와의 시간을 지키기 위해 먼저 나의 시간을 지키기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