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트러지는 시간을 정리하는 방법

나는 왜 매일 같은 시간에 일어나지 못했을까

by 스틸노트


나는 한동안 시간을 잘 쓰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매일 같은 시간에 일어나고, 정해둔 루틴을 꾸준히 지키는 삶. 그러면 하루가 덜 흔들릴 거라고 생각했다.


새벽 시간이야말로 내게 주어진 보너스 시간이라는 걸 알게 되고 나서, 그 시간을 고정하려고 애쓰던 시기가 있었다. 몇 달 동안 같은 시각에 일어나기 위해 반복해서 시도했다. 하지만 매일 유지되지는 않았다.


아이가 중간에 깨거나, 내 컨디션이 따라주지 않거나 하는 예상하지 못한 변수들이 계속 생겼다. 그럴 때마다 계획은 무너졌고, 매번 원점으로 돌아가는 기분이 들었다. 무리하게 일찍 일어난 날이면, 그날 하루 전체가 흔들리기도 했다. 해가 뜨기 전과 후의 하루, 모두 지키는 방법은 없을까 고민하는 날들이 이어졌다. 그러다 시간을 다루는 방식을 바꾸기로 했다.


나는 알람을 맞추는 대신, 새벽에 깨어 있을 때마다 그 시간을 기록하고, 질문하고, 고민했다. 꼭 같은 시간에 일어나야 하는지, 지금 생활에 맞는 방식이 무엇인지, 이 시간에는 무엇을 할 때 가장 집중이 되는지. 그 과정을 반복하면서 어떠한 기준이 생겼다. 나는 시간을 고정하는 대신 상황에 따라 선택할 수 있는 흐름을 만들었다.


이를테면, 새벽 1~2시에 깨는 날에는 생각을 정리하고 다음 날을 가볍게 점검한다. 4~5시에 일어나면 여유 있게 모닝 루틴을 진행하며 고요를 즐긴다. 피곤한 날이면 6시쯤 일어나 최소한의 기록으로 대신한다. 전날 늦게까지 깨어있는 날에는 무리하지 않고 육아기록을 하거나 하루를 정리하는 데 집중한다.


이렇게 기준을 바꾸자 크게 달라진 점이 있다. 고요의 시간들을 새벽 곳곳에 배치해 둔 덕에 나는 더 이상 기상 시간을 지키지 못했다는 이유로 하루 전체를 실패로 여기거나 좌절하지 않게 되었다. 사고도 더 유연해졌다. 그날의 상황에 따라 내가 할 수 있는 선택을 하게 되었다. 시간에 나를 맞추려고 애쓰던 시간들이 오히려 시간을 주도하게 만들어준 계기가 되었다.


낮 시간도 같은 방식으로 정리했다. 아이를 등원시키고 집에 돌아오면 무엇부터 해야 할지 몰라 막막해하며 시간을 흘려보내는 날이 많았다. 그래서 청소를 하기 전 구역을 나누는 것처럼 하루를 구간으로 나누었다. 등원 후, 점심 후, 하원 전, 하원 후. 각 구간마다 무엇을 하면 좋은지 미리 정해두고 실제로 해보면서 계속 수정해 나갔다.


지금은 집에 돌아오자마자 가벼운 집안일로 몸을 움직이며 시작하고, 이어서 집중 시간을 확보한다. 점심을 먹고 나서는 짧은 산책을 하고, 글을 쓰거나 책을 읽는다. 그 시간 덕분에 집은 어느 정도 단정하게 유지되고, 나의 미래와 관련된 일도 멈추지 않게 되었다.


지금도 시도와 수정을 반복 중이다. 요일별 루틴도 여러 번 바뀌고 있고, 완벽하게 맞는 방식을 아직 찾는 중이다. 분명한 건 하루의 성공과 실패보다 지속가능한 방식이 더 중요하다는 사실이다.


둘째를 준비하면서 오랜 노력 끝에 만들어둔 이 흐름이 다시 무너질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내 시간이 다시 사라지는 게 아닐까 두렵기도 했다. 그러나 이전과 다르게 느껴지는 건, 어떠한 변수가 생겨도 다시 조정할 기준을 만들 수 있다는 자신이 내게 생겼기 때문이다. 더 이상 줄어드는 시간에 불안해하지 않고 기쁘게 아기를 기다릴 수 있을 것 같다.


나는 여전히 시간을 완벽하게 쓰지 못한다. 다만 주어진 하루를 허투루 쓰고 싶지 않아서, 성실히 하루하루 발자국 남기듯 살아내고 싶어서 절실한 마음으로 시간을 붙든다. 그런 하루들이 쌓여 미래의 좋은 날을 만들고 있는 거라고 믿을 뿐이다.


인생의 어느 시점에서 온 힘을 다해 자신을 실험하는 시간은 필요하다. 결론이 명확하지 않더라도 괜찮다. 다만 나는 내가 오랫동안 고민해 온 주제라면 온 마음을 다해 그 끝을 보고 싶다. 그러다 답을 스스로 내리게 된다면, 기쁘게 내 삶의 중심에 켜켜이 쌓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