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휴가 시작되면서 오늘은 서두르지 않고 하루 종일 느긋하게 떠날 채비를 하기로 했다. 주말 아침처럼 여유롭게 토스트와 라테를 만들어 먹고, 책을 들고 식탁에 앉았다.
며칠 집을 떠날 생각을 하니 벌써 그리워지려는 마음에 잠잠히 집의 온기를 느껴본다. 그러다 문득 아이에게 물었다.
“채채는 집이 왜 좋아?“
”지붕이 있어서.“
순간 웃음이 터지며 고개가 끄덕여졌다. 아마 아침에 읽은 아기돼지 삼형제 책 속 지붕이 떠오른 모양이다.
곱씹어보면 지붕은 단순히 덮개가 아니라 ‘막아주는 것’이다. 비와 바람, 불편함과 위험으로부터 우리를 지켜주는 천장. 셋째 돼지의 벽돌집처럼 늑대의 공격에도 끄떡없는 집. 집이란 결국, 안전하다는 느낌이다.
집이 움직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여행 갈 때마다 모든 물건을 가져갈 순 없으니. 아무리 편안한 호텔이라도 집의 안락함을 대신할 수는 없다. 그렇다면 조금이라도 집의 편안함을 느끼게 하는 게 있다면 무엇일까.
집안을 둘러본다. 아침마다 마시는 차의 티백. 화분에 담긴 식물. 폭신한 소파 쿠션. 뒤통수에 꼭 맞는 베개. 머리칼을 쓸어내리는 빗. 읽다 만 책 한 권. 이런 소소한 것들이 모여 집을 편안하게 만들어주는 것 같다.
또 하나 집이 좋은 이유는, 시간에 쫓기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밖에서는 언제나 집에 돌아올 시간을 계산하며 움직여야 한다. 하지만 집에서는 시간도 온전한 내 것이 된다.
그런 의미로 이번 연휴에는 짐가방에 소품들과 함께 ‘시간’도 챙겨야겠다. 집을 옮기는 마음으로. 나의 물건들과 여유가 함께하는 어디든, 그곳에 집의 온기가 깃들 수 있도록.
“집은 우리가 더 이상 설명하지 않아도 되는 곳이다.”_로버트 프로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