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샛별 Mar 27. 2023

[짧은영화리뷰]<애프터썬>,<타르>,<이니셰린의 벤시>

샛별BOOK연구소


<애프터 썬> Aftersun, 2022.


감독: 샬롯 웰스

출연: 폴 메스칼(캘럼), 프랭키 코리오(소피).

국가: 영국

장르: 드라마

러닝타임: 101분

등급: 12세 관람가

개봉: 2023. 2. 1.


네이버영화


8점- 튀르기예 바다는 다른 빛깔로 기억된다. 아빠와 딸의 입장만큼 파랑과 검정으로 출렁임.


지난 추억은 더욱 아름답고, 아득하고, 그립다. 샬롯 웰스 감독의 첫 장편 영화 <애프터 썬>은 소피를 내세워 아빠와 여행했던 11살로 돌아간다. 다시 한번 그 시간 속에서 아빠를 생각한다. 소피는 아빠와의 마지막 여행을 되새김질하며 다시 아빠를 소환한다. 소피는 그 출렁이는 여름바다를 잊지 못한다. 아빠와 20여 년 전 갔던 튀르키예 여행을 속속들이 복원한다. 소피는 아빠와 아이스크림을 먹고, 수영을 하고, 호텔에서 잠을 자고, 체스를 두고, 춤을 췄던 그 여름날이 그립고 또 그립다. 소피는 캠코더에 담긴 영상을 틀고 틀며 그날 속으로 들어가는데 아빠는 어디로 갔을까. 왜 그랬을까. 소피는 여행에서 행복했다고 기억하는데 아빠도 그랬을까. 아닐 것이다. 아빠는 딸과의 마지막 여행임을 알았을 것이고, 내내 최선을 다했겠지만.


아빠의 나이가 된 소피는 아빠를 다른 시점에서 관찰한다. 여전히 풀리지 않는 의문으로 캠코더를 켜며 영상 안에서 아빠에게 묻어나는 우울을 본다. 그것은 무엇이었을까. 젊은 시절 소피를 키우며 자신의 청춘을 잃어버린 아빠(레이먼드 카버가 생각난다). 튀르기예 바닷가에서 보낸 여름날 소피는 11살, 아빠는 30살이었다. 소피는 바다가 푸른색이라 기억하는데 아빠는 검은색이었을까... (평점 ★★★★ 8점)




<타르> TAR, 2022.


감독: 토드 필드

출연: 케이트 블란쳇, 니나 호스, 노에미 메를랑.

국가: 미국

장르: 드라마

러닝타임: 158분

등급: 15세 관람가

개봉: 2023. 2. 22.



9점- 인생도 음악처럼 지휘할 수 있다면. 추락하는 새도 비상할 수 있다면.


케이트 블란쳇. 그녀의 연기는 여전히 압도적이다. 베를린 필하모닉 7년 차 지휘자인 리디아 타르(케이트 블란쳇). 지휘자가 막강한 권력을 지키려면 제1바이올린과 협력해야 한다. 지휘자와 제1바이올린은 동거로 협업하며 입양한 딸을 돌본다. 탐하는 자 가질 것이다. 지휘자로 살 수 있다면 모든 걸 걸겠노라. 광기 어린 지휘와 그곳에서 추락하고 싶지 않은 욕망은 그녀를 거짓으로 살게 한다. 음악만을 생각하며 사는 그녀지만 지휘자 자리에서 언제 내려올지 모르는 악몽에 시달린다. 타르의 일상은 지휘, 곡 쓰기, 달리기를 하며 말러 교향곡 5번이다. 지휘자는 지휘봉으로 시간을 장악한다. 곡의 시작은 지휘자의 손짓으로 결정된다. 시작과 끝을 알리는 자신의 손짓에 카타르시스를 느끼며 선율을 통제한다. 마치 혼자 무대에 선 것처럼. 케이트 블란쳇의 지휘에 관객은 숨죽인다. 결국 타르는 여기저기 옮겨 다니는 트렁크 신세가 되어 뉴욕, 유럽, 필리핀까지 굴러간다. 그럼에도, 지휘를 위해서라면 모든 걸 버린다. 추락하는 새에게 날개가 있다면. 또다시 비상을 꿈꾼다. (내 마음속 2023 아카데미 여우주연상) (평점 ★★★★☆ 9점)




<이니셰린의 밴시> The Banshees of Inisherin, 2022



감독: 마틴 맥도나

출연: 콜린 파렐, 브렌단 글리슨

국가: 미국

장르: 코미디, 드라마

러닝타임: 114분

등급: 15세 관람가

개봉: 2023. 3. 15.





8점- 하루아침에 절친이 원수로 바뀔 때, 둘은 전쟁처럼 참담하고 슬프다.


잘 지내던 친구가 아무 설명 없이 절교를 선언할 때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 매일 두시가 되면 맥주를 마셨던 절친 파우릭(콜린 파렐)과 콜름(브렌단 글리슨). 무슨 이유인지는 모르겠지만, 느닷없이 파우릭은 콜름에게 자신은 평온한 삶을 원하니 그만 내 앞에서 사라지라고 통보한다. 아일랜드의 외딴 섬 '이니셰린'에서 둘의 관계는 화젯거리가 된다. 한정된 섬에서 서로 모른척하기가 어렵다. 콜름은 시시 껄껄한 잡담을 하기보다 바이올린 연주와 작곡에 남은 생을 불태우겠다고 작심한다. 콜름은 받아들이기 어렵다. 절교라니!. 절교라는 폭탄선언에도 아랑곳 않는 콜름의 태도에 자신의 신체를 훼손하는 파우릭(이해하기 어려움). 나는 더 이상 너와 말하기 싫다. 너와의 절교가 진심임을 증명해도 파우릭은 어떡해서든 오해를 풀어보려 전전긍긍한다. 차가움과 다정함이 팽팽하게 줄다리기를 하는 것처럼. 둘의 관계는 서로에게 소중한걸(집, 손가락, 당나귀 등) 모두 잃었을 때 일단락 지어진다. 인간관계는 흡사 전쟁과 같다. 절친이 원수가 되었을 때 둘은 전쟁처럼 서로 물어뜯고, 내가 너를 죽이느냐, 내가 죽느냐로 끝난다. 평온하고 잔잔한 해안가 마을에 이들의 관계는 전쟁처럼 요동치며 끊어진다. (평점 ★★★★ 8점)



매거진의 이전글 영화 메가박스<달콤 쌉사름한 초콜릿>(로열발레단)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