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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샛별 Aug 10. 2023

장하준 <장하준의 경제학 레시피> BOOK 발췌 1.

샛별BOOK연구소


<장하준의 경제학 레시피>, 장하준, 부키, 2023. (340쪽 분량)

-마늘에서 초콜릿까지 18가지 재료로 요리한 경제 이야기- 


  독자를 유혹하는 경제학 입문서가 나왔다. 장하준은 <나쁜 사마리아인들>로 세상에 알려졌고,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 <사다리 걷어차기> 등의 책들을 펴내 사랑을 받은 경제학자다. 올해 나온 <장하준의 경제학 레시피>는 저자가 오래전부터 쓰고 싶었던 책이라고 들었다. 경제학을 꼭 알았으면 하는 그의 마음이 '요리'라는 미끼에 담아 독자들에게 던진다. 경제학 서적은 어렵다는 이미지가 많은데, 요리와 엮어 쓴 글이라 쉽게 읽힌다. 


  요리를 하려면 식재료가 필요하다. 목차는 주변에서 볼 수 있는 식재료인 마늘을 시작으로 도토리, 오크라, 코코넛, 멸치, 새우, 국수, 당근, 소고기, 바나나, 코카콜라, 호밀, 닭고기, 고추, 라임, 향신료, 딸기, 초콜릿으로  꾸몄다. 챕터를 열면 18가지 식재료에 대한 에피소드, 정보를 풀고 나서 장하준 교수가 하고 싶은 세계경제를 언급한다. 더 많은 대중에게 경제학을 설파하고 싶은데 사람들이 잘 읽지 않고, 관심이 없으니 요리 레시피라도 들고 와 사람들을 유혹한다. 영리하다. 저자는 경제학은 삶에서 중요한 학문이라고 주장한다. 경제학 서적을 약간 등한시하는 경향이 있었데 이 책을 통해 경제에 좀 관심을 가져야겠다. (장하준 교수님 성공하셨네요.)  



발췌 


사진: iStock


-평생을 마늘 몬스터들 사이에서 살다 보면 날마다 얼마나 마늘을 많이 먹는지 깨닫지 못하게 된다. 1986년 7월, 스물두 살의 나이로 대한항공에 몸을 싣고 케임브리지대학교에서 석사 과정을 시작하기 위해 영국으로 향하기 직전까지 내가 바로 그랬다. 이래 봬도, 에헴, 그것이 첫 비행기 여행은 아니었다. (p.15)


-내 음식의 우주는 빛의 속도로 확장되고 있었지만 내가 속한 다른 우주인 경제학 분야는 슬프게도 블랙홀로 빨려 들어가고 있었다. 1970년대까지만 해도 경제학은 서로 다른 비전과 연구 방법을 자랑하는 다양한 '학파'에 속하는 학자들이 활동하는 분야였다. 가장 굵직한 학파만 해도 고전학파, 마르크스주의, 신고전학파, 케인스학파, 개발주의, 오스트리아학파, 슘페터학파, 제도주의, 행동주의 등 다양했다. 이 수많은 학파의 경제학자들은 서로 공존했을 뿐 아니라 상호 교류를 하기도 했다. (p.28)


-이슬람이 과학적 진보나 경제 발전 같은 실용적인 문제에 관심이 없는 속세에서 먼 종교라는 고정 관념 또한 존재한다. 그러나 이슬람의 교리는 경제 발전을 도모하는 문화적 가치와 궤를 같이 한다. 중세에는 이슬람 문화권이 (특히 10세기부터 11세기 사이 바그다드를 중심으로) 법학뿐 아니라 수학과 과학 분야에서도 유럽보다 훨씬 더 앞서 있었다. 과학 용어 중 얼마나 많은 수가 아랍어에서 온 것인지만 봐도 알 수 있다. 알코올, 알칼리, 알지브라algebra(대수학), 알고리즘(인공지능의 핵심 요소) 등이 그 예다. (p.50)


-문화가 사람들의 가치관과 행동에 영향을 주고, 따라서 그 나라의 경제가 조직되고 발전하는 양상에 영향을 준다는 사실을 부인하는 것은 어불성설일 것이다. 그러나 문화가 어떻게 영향을 끼치는지에 대해서는 흔히 통용되는 단순한 고정 관념으로 설명할 수 없다. 모든 문화는 복합적이고 끊임없이 진화하는 다양한 부면을 지니고 있다. 가장 중요한 사실은, 개인의 경제적 행동과 국가의 경제적 성과를 결정하는 데서 문화는 정책에 비해 그 영향력이 훨씬 약하다는 점이다. 그 점은 도토리를 먹는 한국인에게나 도토리를 먹여 키운 돼지고기를 먹지 않는 이슬람교도에게나 마찬가지다.(p.59)



-잘게 썰어서 모양을 알아볼 수 없게 조리해 놓았기 때문에 그 채소를 '숙녀의 손가락'이라는 뜻의 레이디스 핑거스라고 부르는 이유도 이해할 수 없었을 뿐 아니라 맛도 그다지 호감이 가지 않았다. '미끈둥거리는' 식감(기술적인 용어는 '점착성'이라는 것을 나중에 알았다) 때문에 얼른 친해지기 힘든 재료였다. (p.63)


-지난 150여 년에 걸쳐 자본주의가 좀 더 인간적이 된 것은 오로지 자유 시장적 시각으로 자본주의를 옹호하는 사람들이 신성불가침이라 여겼던 자산 소유자들의 경제적 자유를 제한할 수 있었던 덕분이다. 우리는 자산 소유자들의 경제적 자유가 대중의 정치적.사회적 자유와 충돌할 때 후자를 보호하는 제도를 마련했다. 민주 헌법, 인권법, 평화로운 시위에 대한 법적 보호 등이 그 예다. 자산 소유자들의 경제적 자유를 제한하는 수많은 법- 노예 제도와 연한 게약 노동의 금지, 노동자의 파업 권리 보호, 복지 국가 설립등-을 도입했다.(p.76)



-코코넛은 진정한 의미의 팔방미인이다. 덜 읽은 코코넛은 깨끄한 물을 비교적 쉽게 얻을 수 있는 재료다- 과거에 열대 지방을 지나 먼 거리를 항해하는 선박들은 비상 식수 공급원으로 덜 익은 코코넛을 싣고 다니는 경우가 많았다. 코코넛 오일은 조리용으로 널리 쓰인다. 영국의 대표 음식으로 곱히는 피시 앤드 칩스는 19세기 중반 유대인 이민자들이 만들어 팔기 시작했는데 이런 업소들에서 최초로 사용한 식물성 오일이 바로 코코넛 오일이었다고 한다.(p.82)


-그리고 이렇게 생산성이 낮은 것은 교육 수준, 건강 등 노동자 개인의 능력이나 조건과 크게 상관이 없다. 노동력의 질은 전문직이나 고도의 기술이 필요한 직종에서는 생산성의 차이를 낼 수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직종에서 가난한 나라 노동자와 부자 나라 노동자의 개인적인 생산성은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이 점은 가난한 나라에서 부자 나라로 이민 온 사람의 생산성이 크게 향상되는 것을 생각해 보면 이해가 잘 될 것이다. 이민을 왔다고 갑자기 없던 기술이 생기거나 건강이 급격히 더 좋아지는 것이 아니데 그렇다. 그들의 생산성이 가파르게 상승하는 것은 더 양질의 사회기반 시설 infrastructure(전기, 교통, 인터넷) 과 더 잘 기능하는 사회적 체제(경제 정책, 법률 체계 등)를 기반으로 해서 더 잘 운영되느 생산 시설(공장, 사무실, 가게, 농장 등)에서 더 나은 테크놀로지를 사용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p.89)



-멸치anchovy는 예로부터 잔챙이 생선의 상징이다. 한국에서는 비쩍 마른 아이를 '마른 멸치'라고 부르곤 한다. 하지만 알고 보면 멸치는 세상에서 가장 큰 물고기다. 적어도 음식문화에 끼친 영향 면에서는 그렇다. 한국, 일본, 말레이시아, 베트남, 태국, 인도, 프랑스, 스페인, 이탈리아 모두에서 이렇게 많이, 이렇게 다양한 방법으로 소비되는 생선이 또 어디에 있겠는가? (p.96)


-또 다른 예로 일본은 천연연료의 부족을 극복하기 위해 연료 효율을 세계 최고로 높이는 기술을 개발했다. 기술 수준이 그보다 낮은 다른 나라들은 1970년대 오일 쇼크가 닥쳤을 때 석유 소비를 줄이는 방법으로밖에 대처할 수 없었다. 기술력을 갖춘 일본은 더 효율적으로 석유를 사용하고 고도로 효율적인 원자력 발전 산업을 개발하는 방법으로 위기를 넘기는 대조적인 모습을 보였다. (p.107)




-하지만 곤충을 먹는 데 혐오감을 보이는 사람들도 프론이나 슈림프 또는 바닷가재나 민물가재 등 그들의 친척까지 굉장히 만족스럽게 잘만 먹는다는 사실은 생각해 보면 묘한 일이다. 곤충을 피하는 것은 적어도 내가 보기에는 특정 음식을 기피하는 심리 중에서도 가장 이해할 수 없는 현상이다. 갑각류와 곤충은 둘 다 촉수와 외골격, 분절된 몸체, 그리고 여러 개의 다리를 가진 절지동물이다(독자들이나 나 같은 비전문가는 이들을 벌레라고 부른다). 그런데 왜 갑각류는 먹고 곤충은 못 먹겠다는 걸까? (p.113)


-유치 산업을 보호하지 않았다면 한때 경제적 새우였던 나라들- 18세기의 영국과 19세기의 미국, 독일, 스웨덴, 20세기의 일본, 핀란드, 한국-은 오늘날 세계 경제의 고래로 성장하지 못했을 것이다. (p.121)




-제일 먼저 언급해야 할 국수는 담백한 밀가루 면이다. 부드럽고 가는 국수(소면), 부드럽고 납작한 굵은 국수(칼국수), 약간 쫄깃한 두꺼운 국수(가락국수. 일본의 우동과 비슷하다) 등이 대표적인 예다. 모두 맵지 않은 국물(한국인도 맵지 않은 음식을 먹을 때가 있긴 하다!) 에 말아 먹지만 소면은 채소(가끔 고기도 들어간다)와 함께 각종 소스(매운 소스도 있고 그렇지 않은 소스도 있다)에 비벼 먹기도 한다.(p.125)


-대부분의 사람은 국수 집착증이 있는 이탈리아라는 나라 출신의 이 일류 디자이너가 초기에 디자인한 차 가운데 하나가 '포니Pony'라는 사실은 잘 알지 못한다. 포니는 또 다른 국수 집착증의 나라 한국의, 그리고 그때까지 아무도 들어 보지 못한 현대자동차라는 회사에서 1975년 출시한 소형 자동차다.(p.132)



-중앙아시아(현재의 아프가니스탄 지역이 거의 확실하다)가 원산지인 당근은 원래 하얀색이었다. 그 후로 보라색 당근과 노란색 당근이 개발되었다. 현재 주종을 이루는 주황색 당근은 17세기에 들어선 이후에야 네델란드에서 개발되었다.(p.143)


-모든 제도와 마찬가지로 특허 제도 또한 그 제도로 얻는 것이 잃는 것보다 많기 때문에 사용해 왔다. 하지만 얻는 것이 잃는 것보다 더 이상 많지 않게 되면 제도를 수정하는 것이 옳다. 수정한 형태가 처음에는 낯설고 이상해 보일지라도 말이다. 결국 우리가 주황색 당근을 먹을 수 있는 것은 17세기 네덜란드의 누군가가 당근이 주황색이 될 수도 있다는 낯설고 이상한 아이디어를 떠올린 덕분 아닌가.(p.153)



-축구나 정치, 인권 문제보다 어쩌면 덜 화려할지 모르지만 우루과이가 세계 선두를 달리는 또 다른 분야는 소고기beaf산업 부문이다. 현재 이 나라는(인간) 1인당 소의 숫자가 가장 많다. 양뿐 아니라 질에서도 뛰어나다- 우루과이는 모든 소를 한 마리도 빠짐없이 추적 가능하도록 한 세계 최초의 국가다(2004년). 역사적으로 우루과이는 소고기 추출물extract을 세계에서 처음으로 대량 생산했다. (p.160)


-솔직한 논편으로 이름난 환경과학자 바츨라프 스밀Vaclav Smil은 이토록 대단한 소고기의 위력 덕분에 지구는 "소를 위한 행성"이 되었다고 말한다. 소고기 산업은 온실가스, 삼림파괴, 엄청난 물 사용 등으로 막대한 환경 부담이 되고 있고 소고기는 인간 식생활에서 너무나 큰 부분을 차지하게 되었다. 그래서 인류 사회와 경제에서 육류가 차지하는 역할을 이야기할 때 긍정적으든 부정적으로든 소고기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다. (p.175)



-이 바나나학살 사건은 콜롬비아의 소설가이자 노벨 문학상 수상자인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의 소설 <백 년 동안의 고독>(내가 제일 좋아하는 책이라는 것을 고백한다)을 통해 사람들의 뇌리에 각인되었다. 이 책에서 가르시아 마르케스는 소설의 배경이 된 마콘도 바나나 플랜테이션에서 살해당한 3000명이 넘는 파업 노동자들의 시신을 화물 열차에 실어 날라 학살의 증거를 없앤 허구의 사건을 묘사했다. (p.187)


-요즘 미국을 비롯한 부자 나라 사람들은 '바나나 리퍼블릭'을 의류 브랜드 이름으로만 알고 있다. 하지만 이 표현은 원래 부자 나라의 거대 기업들이 가난한 개발도상국을 거의 완전히 장악했던 어두운 현실을 묘사하기 위해 만들어진 용어였다. 이 의류 브랜드의 이름은 무지에서 나온 것이라 좋게 봐 줄 수도 있지만 나쁘게 보자면 굉장히 모욕적이고 불쾌하다.(p.1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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