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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샛별 Aug 29. 2023

[세계고전문학BOOK클럽] 에밀 졸라 <나나>리뷰

샛별BOOK연구소


고전문학 <나나>, 에밀 졸라, 문학동네. (614쪽 분량)


프랑스 작가 에밀 졸라의 대표작이자 자연주의 소설 최고의 걸작인 『나나』는 유한계급의 애욕생활, 창부생활의 추악함과 사치를 담았다. 귀족계층의 인물들은 나나에게 사로잡혀 파멸의 길로 나아간다. <나나>는 『루공 마카르총서』(Les Rougon-Macquart) 제9권으로 1880년에 간행되었을 당시 베스트셀러였다. 에밀 졸라는 제2제정시대의 온갖 사람들을 묘사해 일대 사회사를 쓰려고 생각했고, 나나의 실제 모델은 19세기 당시 실제 매춘부였던 블랑슈 당티니(Blanche d'Antigny, 1840-1874)로 알려졌다. 


  총서 제7권인 <목로주점>의 여주인공이자 절름발이이며 세탁부 일을 하다 아사하는 어머니 제르베즈와 알코올 중독으로 정신병원에 갇혀 죽은 쿠포 사이에 태어난 딸이 ‘나나’이다. 이 나나를 제9권에 담아냈다. <나나>는 사디즘, 마조히즘, 동성애도 함께 다뤘다. 




  1장-2장은 극장 장면이다. 바리에테 극장에 사람들은 보르드나브가 연출하는 <금발의 비너스>를 보려고 몰려든다. 극장 안에는 여러 계층의 사람들이 서로 인사를 나누고 누가 왔는지 확인하며 공연이 시작되기를 기다린다. 관객들은 첫 데뷔 무대에 서는 나나에 대한 궁금증을 쏟아낸다. 드디어 주인공 나나가 등장해 노래를 부르자 극장 안 사람들은 서로를 쳐다보며 ‘무슨 장난인가. 이건 보르드나브의 무모한 계획이 아닌가? 이렇게 박자가 맞지 않는 엉터리 노래는 들어본 적이 없’(p.26)다고 의아해한다. 그러나 나나의 굴곡 있는 몸매를 보자 관객들은 졸도하기 일보 직전이거나, 쌍안경으로 정신없이 무대를 보거나, 두 귀가 빨개지기 시작한다. 절정의 막이 내리자 자리에서 일어난 관객들은 ‘우레와 같은 환호 속에 두 번의 앙코르’가 있었고 “나나! 나나!‘(p.45) 외친다. 나나의 첫 무대는 성공적이었다. 


  3장은 사빈백작부인(뮈파 드 뵈빌 부인)이 초대하는 화요일 모임이 4장은 나나가 손님들을 초대한 장면이 나온다. 백작부인과 여배우의 살롱이 대비는 부분이다. 사빈 백작 부인은 백여 년 전부터 뮈파가 사람들이 살아온 저택에서 화요일마다 손님을 접대했다. 나나는 브레방 식당에서 식기, 잔, 꽃, 의자 등을 빌려 여배우로 성공한 자신을 자축하기 위한 파티를 연다. 나나의 집에는 초대된 사람들보다 더 많은 인원이 와서 비좁게 앉아 저녁식사를 하고 농담을 하며 떠들썩하게 보낸다. 사빈백작 부인의 저녁 초대는 우아했지만 건조했고, 나나의 저녁 초대는 우스꽝스럽고 소란스러웠다. 형식적으로 진행되는 프랑스의 살롱 문화. 호스트가 누구냐에 따라 손님들의 반응이 달라진다.  


  5장은 나나의 저녁 초대를 거절한 뮈파백작이 영국 왕세자와 공연을 보러 가면서 시작된다. 뮈파 백작은 여배우의 분장실을 방문하게 되고, 이때 나나가 옷을 갈아입느라 나체로 있는 모습을 보고 완전히 사로잡힌다. 관객들은 매일 저녁마다 비너스 역을 맡은 나나가 나체로 등장할 때마다 환호했고, 뮈파백작은 그 광경을 보고 창백해진다. 공연이 끝나고 뮈파 백작은 4층에 있는 조연 여배우들의 분장실에서 향수, 루주, 분가루 냄새를 맡는다. 뮈파 백작은 ‘호흡을 하면서 여성의 성적 체취를 온통 들이마신 것’(p.202)처럼 느끼며 나나를 욕망한다. 이후 뮈파 백작은 나나의 물주이자 먹잇감이 된다. 나나는 뮈파 백작을 조정하며 그를 파멸의 길로 몰아간다. 


  나나에게는 어린 시절 친구 사탱이 있었다. 소설은 같은 매춘부인 나나와 사탱을 비교해 읽어도 좋다. 나나와 사탱은 미등록된 매춘부여서 경찰의 감시를 피해 달아나기도 한다. 나나는 사탱을 마차에 태우고 빌리에 저택에 데려오면서 ‘그녀를 향한 열정에 사로잡’(p.408)힌다. 나나는 사탱을 씻기고 새 옷을 갈아입히고 돌보지만, 곧 사탱이 사라졌다는 소식을 듣고 ‘더러운 쓰레기 같은 여자를 시궁창에서 건져주지는 않겠다’(p.409)고 한다. 그러나 결국 로베르 부인 댁에서 사탱을 데리고 오자 로베르 부인은 화가 난다. 나나가 사탱을 독점했다고 생각한 로베르 부인은 ‘앙갚음을 하기 위해 나나의 애인들에게 끔찍한 익명의 편지들’(p.411)을 보낸다. 당시 파리 사회에서 여성 동성을 볼 수 있는 장면이다. 


  소설의 마지막 장면은 보불 전쟁 발발 직전, 수많은 억측(터키, 러시아로 갔다 등)과 함께 파리로 돌아온 나나는 죽음이 묘사된다. 나나의 죽은 아들 루이제로부터 옮은 천연두에 걸려 나나도 호텔에서 사망합니다. 나나의 비극적 결말에 대해 작품해설에서 ‘아마도 졸라는 그 악마성이 그녀가 물려받은 유전적 요인과 주어진 환경에 기인한다는 것을 말하고 싶었던 것 같다.’(p.611)고 써놨다. 19세기 파리의 화류계 여주인공 나나가 자신의 여성성으로 남성을 지배하는 모습을 리얼하게 담았다. 고급창부인 나나는 타고난 육체적 매력으로 귀족사회의 남성들을 추락시킨다. 


 뮈파 백작에게는 갖은 돈을 요구하며 그를 ‘합바지’라고 비하하더니 나중에는 네 발로 기게 만들고 조롱한다. 나나가 점점 추락하는 모습이다. 나나를 쫓아다녔던 젊은 청년 조르주가 죽었다는 소식에 나나는 울음을 터뜨리며 “나는 불쌍한 여자인지……사람들은 아직도 나를 화냥년이라고 말하겠지요.”(p.574)라고 한다. 나나는 사람들이 자신을 비난할 이유는 없다면서 “그들이 나쁜 사람들이죠. 그래요, 그들이 나빠요!…… 난 누구에게도 악한 짓을 하지 않았어요. 그들이 내 치맛자락에 매달렸죠.”(p.575)  



  에밀 졸라는 파리의 부패한 귀족계층의 양면성과 매춘부의 퇴폐적인 성생활도 함께 고발했다. '나나'를 통해 자연주의 문학의 진수를 보여주고 있다. 모계와 부계로부터 알코올 중독의 유전자를 물려받아 나나는 머리가 나쁘고 노래도 못한다. 그러나 어머니 제르베즈의 미모를 닮아 나나는 타고난 육체미를 풍겼다.  


  육감적 매력, 음란한 연기는 나나를 사교계에 입문하게 했고, 자신의 몸을 이용해 귀족계층을 사로잡았다. 귀족과 부르주아 남자들은 나나를 위해 명예와 재산을 던졌고 방탕해졌다. 결국 나나는 비극적 최후를 맞았고, 그토록 찬란했던 육체는 소멸했다. 작가는 나나를 통해 자연의 섭리를 보여줬다. 환경, 유전, 기질이 세습되며 세대 간에 이동된다는 자연주의 이론. 나나가 어떤 욕망과 꿈을 꿔도 결국 그의 어머니, 아버지처럼 살 수 밖에 없다는 되물림.  씁쓸하면서도 잔인하고, 암울하다. 그래서인지 <목로주점>, <나나> 모두 비참한 문장들이 가득하다. 그토록 가난을 벗어나 신분을 뛰어넘고, 계층간 이동이 어려운 이유는 무엇일까.  


<나나> 노트 정리! 열공한 OO 샘~ 최고!짝짝짝!.



발췌



-첫 공연을 관람하러 오는 특별 관객들은 언제나 같은 사람들이어서 미소로 서로 알은체하는 친밀한 구석이 있었다. 단골손님들은 모자를 쓴 채로 허물없이 친근하게 인사를 교환했다. 파리의 문단, 재계, 유흥업계가 거기에 있었다. 수많은 신문기자, 작가 몇 명, 증권거래소 직원, 여염집 부인보다 수가 더 많은 유흥가 여자들도 있었다. 온갖 재능으로 이루어지고 온갖 악덕으로 더럽혀진, 기묘하게 뒤섞인 세계였다. 그들의 얼굴에는 피로와 똑같은 열기가 지나갔다.(p.20) 


-바로 그때, 무대 안쪽의 구름이 양쪽으로 갈라지고 비너스가 나타났다. 나나, 키가 크고 열여덟 살치고는 몸매가 매우 풍만한 나나가 여신의 하얀 튜닉을 입고 긴 금발을 어깨 위에 늘어뜨린 채 관객을 향해 웃으며 태연하게 각광 쪽으로 내려왔다. 그리고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저녁에 비너스가 방황할 때……(p.26)


-디아나가 혼자 있게 되자 비너스가 등장했다. 전율이 극장 안을 사로잡았다. 나나는 알몸이었다. 나나는 자기 육체가 지닌 절대적인 힘에 확신을 갖고 태연하고 대담하게 나체로 등장했다. 얇은 레이스만 걸치고 있었다. 둥그런 어깨, 장밋빛 젖꼭지가 창끝처럼 꼿꼿하게 일어선 여장부 같은 젖가슴, 육감적으로 움직이는 풍만한 엉덩이, 통통한 황갈색 허벅지 등 그녀의 육체 전부가 흰 물거품 같은 가벼운 천 밑으로 드러나 보였다. 몸을 가릴 것이라고는 머리카락밖에 없었다. 그녀는 물결 속에서 비너스로 탄생하고 있었다.(p.42)


 -모든 쌍안경이 비너스에게 고정되었다. 나나는 점점 더 관객을 사로잡았고, 모든 남자들이 어쩔 수 없이 나나를 인정했다. 발정난 짐승처럼 그녀로부터 피어오르는 암내는 더욱더 퍼져서 극장 안을 가득 채웠다. 이제 그녀의 조그만 움직임도 관객의 욕망을 부풀게 했고, 그녀가 새끼 손가락만 움직여도 육체들이 뒤틀렸다. (...) 사람들은 숨이 막히는 거 같았고, 머리칼이 땀에 젖어 있었다. 거기 있는 세 시간 동안 관객의 입김과 사람 냄새가 공기를 덥혔다. 가스등의 타오르는 불빛 아래 먼지가 샹들리에 밑에서 두터워진 채 움직이지 않고 있었다. 극장 안 전체가 흥분과 피로로 비틀거렸고, 현기증을 일으켰고, 침실에서나 느낄 법한 한밤중의 잠이 욕망에 사로 잡혔다. 그러나 흥분하고, 기진맥진하고, 연극의 종결에 신경의 혼란을 일으킨 천오백 명의 관객 앞에서 나나는 대리석 같은 육체와 강한 성적 매력으로 그 모든 사람을 격파하면서 자기 자신은 아무런 상처도 입지 않고 의기양양했다.(p.45)


--낮에도 푸스름한 빛이 겨우 방안을 비출 뿐이었다. 그러나 밤이 되어 램프와 샹들리에가 켜지면, 제정시대의 육중한 마호가니 가구와 벽지가 있고 넓게 무늬가 새겨진 반들반들한 노란 벨벳 의자가 놓여 있는 그 방은 장엄하기 그지없었다. 사라진 시대가 경건한 향기를 발산하는 차디찬 위엄 속으로, 옛 풍속 속으로 들어가는 느낌을 불러일으켰다.(p.82) 


-포슈리는 사빈 백작부인에게 특히 마음이 끌렸다. 백작부인의 이름이 그의 주위에서 자주 거론된 바 있었다. 그래서 그녀가 열일곱 살에 결혼했고, 지금은 서른네 살쯤 되었을 것이며, 결혼한 이래 시어머니와 남편 사이에서 폐쇄적인 생활을 해왔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p.87)


-뮈파 백작으로 말할 것 같으면, 나폴레옹 1세로부터 백작 지위를 받은 육군대장이 나이 먹어서 낳은 아들이었다. 그래서 12월 2일 이후 자연히 총애를 받았다. 그 역시 쾌활한 사람은 못 되지만 매우 정직하고 가치관이 곧은 사람으로 통했다. 또 내세에 대한 소신이 있고 궁정에서의 자신의 지위와 위엄과 덕망에 대해 매우 높은 자부심을 가지고 있어서 늘 성체례 때처럼 고개를 빳빳이 들고 다녔다. 그에게 그런 훌륭한 교육을 시킨 사람은 돌아가신 그의 어머니였다. 그는 매일 고해성사를 했고, 어떤 종류든 젊은 시절에 저지를 법한 실수나 탈선행위를 하지 않았다. (p.89)




-하지만 백작부인이 앉아 있는 붉은 실크 의자가 그의 주의를 끌었다. 그 의자는 연기가 찬 것처럼 컴컴한 그 응접실에서 색이 매우 튀고 마음을 어지럽히는 엉뚱한 물건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백작이 그 육감적이고 게을러 보이는 가구를 들여오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 의자는 정욕과 향락의 시도, 그것의 시작이라고 말해주는 것 같았다.(p.95)


-그동안 사빈 백작부인이 종을 울렸다. 화요일에는 손님이 많지 않아 응접실에서 직접 차를 대접했다. 하인에게 탁자를 치우게 하면서 백작 부인은 방되브르 백작을 줄곧 쳐다보고 있었다. 그녀는 하얀 이를 약간 드러내 보이며 막연한 미소를 머금고 있다가 백작이 지나가자 이렇게 물었다. (p.104)


-긴 식탁 하나가 가구를 들어낸 응접실의 한쪽 끝에서 다른 쪽 끝까지 온통 차지하고 있었다. 식탁이 너무 좁아서 접시들이 서로 닿을 정도였다. 초 열 개를 꽂은 네 개의 촛대가 식기를 비추었다. 금칠을 한 촛대 좌우에 꽃다발이 있었다. (p.123)


-그러나 여자 두 명이 아직 서 있어서 사람들이 농담을 했다. 남자들의 무릎에 앉으라는 것이었다. 비좁아 팔꿈치를 움직일 수 없는 클라리스 방되브르가 자기에게 음식을 먹여줄 거라 기대한다고 말했다. 보르드나브는 또 의자 두 개를 차지하고 있었다! 모든 사람이 안간힘을 쓴 덕분에 전부 다 앉을 수 있었다. (p.125)


 “이봐요, 당신도 거기에 있었잖아요. 사실대로 말해봐요…… 그 사람들을 그렇게 만든 게 정말 나예요? 그 사람들은 십여 명씩 앞을 다투어 별별 더러운 짓을 꾸며대지 않으려고 내가 얼마나 버텼는데요. 나는 겁이 났어요. 그래요! 한 가지 예를 들자면 그들은 모두 나와 결혼하기를 바랐어요. 알겠어요? 참 별난 생각이죠? 그래요, 사실 말이지 동의만 했으면 나는 스무 번도 더 백작부인도 되고 남작부인도 됐을 거예요. 하지만 나는 거절했어요! 왜냐하면 나는 철이 들었으니까요…… 아! 도리어 나는 그 사람들에게 묻은 오물과 죄를 씻어주었어요…… 그렇지 않았다면 그 사람들은 도둑질하고 암살하고, 자기 부모도 죽였을 거예요. 내 말 한마디면 그랬을 거라고요. 하지만 난 그 말을 하지 않았죠…… (p.575) 


-그런데 이제 와서 나에 대한 보답은 당신이 보는 대로예요…… 다그네 같은 작자도 내가 장가를 보내줬죠. 굶어죽게 된 빈털터리를 몇 주일 동안이나 거저 먹여주고 훌륭한 사람으로 만들어줬고요. 그런데 어제 그 사람들을 만났는데 고개를 돌리더군요. 그래! 잘해봐라, 망할 녀석 같으니! 그래도 나는 너보다는 깨끗한 사람이야!”(p.575-5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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