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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샛별 Jan 14. 2024

[샛별의 씨네수다]2023년 외국영화 순위(1-10위)

샛별BOOK연구소


*스포일러 주의



2023년에 본 좋았던 외국영화 1위-10위 공개합니다. 




⊙10위   <나의 연인에게> Copilot 

감독: 앤 조라 베라치드 

출연: 카난 키르, 로저 아자르

국가: 독일, 프랑스

장르: 드라마, 멜로

러닝타임: 119분

등급: 15세 관람가

개봉: 2023.03.29.



6점- 나의 연인에게 마지막 말을 들었을 때. 밀려오는 폐허. 우리는 사랑이었을까. 


나의 연인에게 마지막 하고 싶은 말은 무엇이었을까. '사랑하는 부조종사. 영화는 '당신이 없었으면 나는 여기까지 오지 못했다'라는 편지로 시작된다. 레바논 출신의 치의대생 사이드(로저 아자르), 튀르기예서 온 의대생 아슬린(카난 키르)은 풋풋한 사랑을 한다. 바닷가에서 파티장에서 로맨스를 나누지만 아슬리의 어머니는 인종, 국가, 종교가 다르다며 둘의 관계를 허락하지 않는다. 환경적 삐걱거림은 둘을 더욱 밀착시킨다. 그러나 자꾸 미세한 균열이 스멀스멀 올라오는데 아실리는 알지 못한다. 아슬리는 연인의 낯선 모습에 당황한다. 언제부터 시작된 거리일까. 혼란스러운 그녀다. 자꾸 사라지는 나의 연인. 5년이 흐른 어느 날. 세계가 경악하는 사건에 나의 연인이 있다. 이념이 사랑을 이길때 남은 연인은 고통받는다... (평점 ★★★6점) 




⊙ 9위  <파벨만스> The Fabelmans, 2022

감독: 스티븐 스필버그

출연: 미셸 윌리엄스, 폴 다노, 세스 로건

국가: 미국

장르: 드라마

러닝타임: 151분

등급: 12세 관람가

개봉: 2023.03.22.



7점- 처음 영화를 보는 순간, 사랑에 빠진 순간, 감독이 되는 순간. 스티븐 스필버그. 


스티븐 스필버그가 필름으로 쓴 자화상. 소년 새미(가브리엘 라벨)는 엄마, 아빠와 영화를 처음 본 순간을 기억한다. 극장에서 본 장면을 찍고 싶어 안달하는 꼬마. 새미는 아빠 버트(폴 다노)에게 선물 받은 8mm 카메라로 일상을 찍는다. 새미는 가족을 담은 영상을 보며 일상에서 놓친 비밀을 카메라가 잡아채고 있음을 발견한다. 카메라는 정직하다. 그 기계는 피할 수 없는 사실을 증명한다. 엄마 미치(미셸 윌리엄스)는 필름 안에서 살아 있다. 


이후 새미는 카메라가 영웅도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한다. 카메라의 진실과 거짓. 그것이 영화미학임을 일찍부터 깨닫는다. 예술은 위험하지만 자석처럼 끌린다. <파벨만스>는 카메라와 숙명처럼 지낸 스티븐 스필버그의 어린 시절을 담담하게 담았다. 친구들과 찍은 영화는 이후 '라이언 일병 구하기'로 완성되며, 유대인이라고 놀림당하고 고통스럽던 학창 시절은 이후 '쉰들러 리스트'로 연결된다. 


지평선을 찍을 때 밑에 있으면 재밌고, 위에 있어도 재밌지만 중간에 있으면 재미없다는 말에 그는 재밌는 영화란 무엇인지 깨닫고 평생 영화감독으로 산다. 인생은 꿈꾸는 자의 것. (평점 ★★★☆ 7점) 




⊙ 8위  <어파이어>(Afire, 2023)


정보: 드라마/ 독일/ 102분/ 2023.9.13개봉/ 12세 관람가

감독: 크리스티안 펫졸드

출연: 토마스 슈베르트(레온), 폴라 비어(나댜), 랭스턴 위벨(펠릭스), 엔노 트렙스(다비트), 매티아스 브랜트(헬무트). 



비뚤어진 글쓰기

레온과 펠릭스는 차를 몰고 별장을 향한다. 음악을 듣고 나뭇잎을 보며 낭만을 만끽하는 순간도 잠시, 차가 고장 났다는 펠릭스의 말에 레온은 흥이 깨진다. 숲속 지름길로 트렁크와 짐을 낑낑 들고 별장에 입성한 두 사람. 아무도 없는 줄 알았는데 나다가 이미 짐을 풀고 지내고 있었다. 첫날부터 삐거덕거린다. 


레온은 두 번째 소설을 쓰는 중이다. 원고는 이미 출판사에 보냈고, 퇴고 단계에 있다. 출판사 사장이 방문해 출판 여부를 조언할 예정이다. 그래서인지 레온은 짜증만땅이다. 펠릭스도 포트폴리오 제작을 위해 카메라를 들고 다닌다. 그는 저녁을 만들고 지붕을 고치고 설거지를 한다. 수영도 하고, 사진작업도 한다. 일을 하면서도 생활을 즐긴다.


반면, 레온은 덥지도 않은지 여름인데도 재킷을 입고 원고를 들고 씨름한다. 그런다고 글이 잘 써지는 것도 아닐 텐데. 왔다 갔다 하며 테니스 공을 던지고, 시리얼을 먹는다. 레온은 나댜를 엿보며 그녀의 흔적을 따라다닌다. 나댜는 호텔에서 아르바이트를 한다. 레온의 글을 읽더니 형편없다고 비평해 준 그녀는 매 순간을 즐긴다. 충실한 일상이 빛난다. 그녀는 빨래를 하고, 섹스를 하고, 아이스크림을 팔고, 수영을 하고, 저녁을 넉넉히 만들어 대접할 줄 안다. 타인의 상황을 살피고 마음도 쓴다. 레온과 대립되는 삶의 태도를 지닌 여성이다.


펠릭스 또한 일의 경계를 짓지 않고 모든 게 일이라고 생각하며 단단한 생활을 한다. 레온은 글 쓰는 것만이 자신에게 일일뿐이다. 글쓰기 이외의 행동은 소모적이라고 생각한다. 지금 집중도를 높여 글을 써야 한다. 예술은 누구에게 영감을 줄까. 펠릭스일까. 레온일까. 


레온은 일을 해야 한다며 생활을 등한시하더니 결국 글은 쓰지 않고, 잠을 시도 때도 없이 잔다. 진도가 나가지 않는 소설을 붙들고 의기소침하고, 심술도 부린다. 위기 상황에 대처능력도 부족하다. 자신의 소설이 엉망인지 알면서도 그녀가 해준 비평을 인정하지 않는다. 작가인지 작가 흉내를 내는 것인지 구별이 어려운 레온의 글쓰기는 괜찮을까. 친구를 잃고, 비극을 겪고 나서야 삶의 태도가 진지해진다. 그제야 레온의 소설은 생명을 갖는다. 허구인 소설조차 생활에 뿌리를 내릴 때 열매를 맺는다.(평점 ★★★☆ 7점)





⊙ 7위 <여덟 개의 산>(The Eottoight Mountains, 2022)


정보: 드라마/ 이탈리아, 벨기에/ 147분/ 2023.9.20개봉/ 12세 이상 관람가

감독: 펠릭스 반그뢰닝엔, 샤를로트 반더미르히.

출연: 루카 마리 넬리, 알레산드로 보르기.



풍요롭고 풍성하고 풍부한 산. 그리고 아버지. 


이탈리아 작가 파울로 코녜티의 소설 <여덟 개의 산>을 원작으로 만든 영화. 도시에 사는 피에트로와 숲에 사는 브루노. 둘은 여름마다 알프스 산에서 재회하며 우정을 쌓는다. 호수에서 헤엄치고, 들판을 뒹굴고, 숲을 탐험한다. 피에트로의 아버지 조반니는 브루노를 자식처럼 생각하며 도시에 나가 공부할 기회를 주려는데 브루노의 아버지는 허락하지 않는다. 이후 피에트로와 브루노는 각자의 길을 걷게 된다. 


그 뒤 31살이 된 피에트로는 여행작가가 되어 세계 여기저기를 떠돈다. 아버지의 부음 소식으로 재회하게 된 옛 친구 브루노. 피에트로의 마음속에 늘 브루노가 있었다. 브루노는 피에트로에게 조반니의 유언이었다며 폐허를 허물고 새로운 집을 짓자고 한다. 벽돌공이 된 브루노는 돌과 나무를 나르고 척척 쌓는다. 시지프처럼 산을 오르고 내려가고 또 오르는 브루노. 묵묵히 하나의 목표를을 향해 살아가는 친구의 모습을 보며 피에트로는 고독을 느낀다. 


피에트로가 머무를 곳은 어디일까. 세계 여기저기를 떠돌며 자신의 산을 찾아 헤매는 피에트로. 그는 어디에도 정착하기 어렵다. 복잡한 세계를 방황하는 방랑인. 인생의 반은 어른으로 인생의 반은 소년으로 살았다는 피에트로는 세상의 여덟 개 산을 돌아보고 자신이 있을 곳을 정한다. 하나의 산을 정복하며 사는 브루노와 달리. 둘의 우정은 알프스 산처럼 변화무쌍하지만 꿋꿋함은 변함이 없다. 늘 피에트로 안에는 브루노가 숨 쉬고 있다. 서로를 그리워하는 마음은 슬픔이 머물지 못한다. (평점 ★★★☆ 7점) 






⊙ 6위 <이니셰린의 밴시> The Banshees of Inisherin, 2022


감독: 마틴 맥도나

출연: 콜린 파렐, 브렌단 글리슨

국가: 미국

장르: 코미디, 드라마

러닝타임: 114분

등급: 15세 관람가

개봉: 2023. 3. 15.



8점- 하루아침에 절친이 원수로 바뀔 때, 둘은 전쟁처럼 참담하고 슬프다. 


잘 지내던 친구가 아무 설명 없이 절교를 선언할 때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 매일 두시가 되면 맥주를 마셨던 절친 파우릭(콜린 파렐)과 콜름(브렌단 글리슨). 무슨 이유인지는 모르겠지만, 느닷없이 파우릭은 콜름에게 자신은 평온한 삶을 원하니 그만 내 앞에서 사라지라고 통보한다. 아일랜드의 외딴 섬 '이니셰린'에서 둘의 관계는 화젯거리가 된다. 한정된 섬에서 서로 모른척하기가 어렵다. 콜름은 시시 껄껄한 잡담을 하기보다 바이올린 연주와 작곡에 남은 생을 불태우겠다고 작심한다. 콜름은 받아들이기 어렵다. 절교라니!. 절교라는 폭탄선언에도 아랑곳 않는 콜름의 태도에 자신의 신체를 훼손하는 파우릭(이해하기 어려움). 나는 더 이상 너와 말하기 싫다. 너와의 절교가 진심임을 증명해도 파우릭은 어떡해서든 오해를 풀어보려 전전긍긍한다. 차가움과 다정함이 팽팽하게 줄다리기를 하는 것처럼. 둘의 관계는 서로에게 소중한걸(집, 손가락, 당나귀 등) 모두 잃었을 때 일단락 지어진다. 인간관계는 흡사 전쟁과 같다. 절친이 원수가 되었을 때 둘은 전쟁처럼 서로 물어뜯고, 내가 너를 죽이느냐, 내가 죽느냐로 끝난다. 평온하고 잔잔한 해안가 마을에 이들의 관계는 전쟁처럼 요동치며 끊어진다. (평점 ★★★★ 8점) 





⊙ 5위 <플라워 킬링 문>(Killers of the Flower Moon2, 2023)

정보: 범죄/미국/ 206분/ 2023.10.19개봉/ 청소년관람불가

감독: 마틴 스코세이지

출연: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로버트 드니로. 



레오나르 디카프리오에게 연기. 변신. 망가짐. 혼신. 이런 수식어가 붙는 영화였다. 로버트 드니로와 디카프리오의 케미. 둘의 조합이라니. 그들에게 검은 석유와 탐욕이 공통분모로 존재한다. 돈을 위해서라면 어떤 범죄도 서슴치 않고 권총의 방아쇠를 탕탕 당겨버린다. 미국인이 인디언에게 얼마나 잔인할 수 있는지, 몰염치했는지를 리얼하고 느리게 또박또박 보여준다. 


러닝타임이 3시간이지만 긴장감은 상당했다. 몰리의 가족들을 한 명씩 제거하는 과정이 섬뜩하고 비극적으로 그려진다. 아내 몰리의 핑크빛이었던 혈색이 점점 흙색으로 변해간다. 땀을 뻘뻘 흘리고, 병든 상황으로 몰아 잿빛 혈색이 되는 과정이 참담하게 펼쳐진다. 몰리의 남편인 디카프리오의 아둔함과 판단 없음은 몰리와 가족들을 더욱 구렁텅이로 몰고 간다. 악은 패배하는 것일까. 범죄는 밝혀지고, 법정 과정이 또 다른 서사로 탄생한다. 


레오나르 디카프리오라는 배우를 다시 생각해보게 된 영화다. <타이타닉>에서 갑판 위를 달리며 사랑을 말하는 소년이 중년이 되어 또 다른 사랑을 잔인하게 파괴하는 연기라니. 로버트 드니로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그의 노력들. (평점 ★★★★ 8점) 






4위 <오펜하이머>(Oppenheimer, 2023)


스릴러, 드라마/ 미국, 영국/ 180분/ 2023.8.15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감독: 크리스토퍼 놀란

출연: 킬리언 머피(J. 로버트 오펜하이머), 에밀리 블론트(키터 오펜하이머), 맷 데이먼(레슬리 그로브스), 로버트 다우닝 주니어(루이스 스트로스). 



한국 개봉일 8.15. 일부러 날짜를 광복절에 맞췄나 보다. 오펜하이머가 만든 핵은 세상을 구원했을까. 히로시마, 나가사키에 투하된 원자폭탄으로 한국은 해방을 맞았다. 그러나 2023년은 북한, 전 세계의 핵전쟁으로 공포스러운 나날들이다. 영화 각본은 상당히 복잡하다. 내용을 모르고 보면 무슨 영화인지 모른다.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이 평전 <아메리칸 프로메테우스>(카이 버드)을 읽고 영화를 만들었다니 참고해도 좋겠다. 오펜하이머를 연기한 킬리언 머피의 연기는 최고였다. 실제 살아있는 오펜하이머처럼 보였다. 180분 러닝타임 내내 흑백, 컬러 영상이 교차되며 관객을 혼란에 빠트린다. 핵개발의 진행여부와 실험, 그리고 도전과 성공(?)으로 반전의 드라마가 펼쳐진다. 독일 과학자들이 우라늄 원자가 쪼개지는 것을 발견했고, 이를 알게 된 미국 과학자들은 비밀리에 '맨해튼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독일보다 먼저 핵무기를 만들자고 단합하는 과학자 집단과 국가. 이곳의 리더 오펜하이머는 핵개발을 진두지휘하며 물리 이론의 세계에 거침없이 빨려 든다. 그러나 22만 명의 사상자를 낸 핵폭탄은 비극이며, 인류는 더 이상 핵 개발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 오펜하이머는 프로메테우스가 된 것이다. 과학자의 비애란 무엇인지 고독하고 부조리하게 묻고 있는 영화. 그렇다고 오펜하이머를 지지할 수는 없다. 오펜하이머 vs 스트로스의 팽팽한 대립도 중요한 관전 포인트다. (평점 ★★★★ 8점) 




⊙3위 <애프터 썬> Aftersun, 2022.


감독: 샬롯 웰스

출연: 폴 메스칼(캘럼), 프랭키 코리오(소피). 

국가: 영국

장르: 드라마

러닝타임: 101분

등급: 12세 관람가

개봉: 2023. 2. 1.




8점- 튀르기예 바다는 다른 빛깔로 기억된다. 아빠와 딸의 입장만큼 파랑과 검정으로 출렁임.


지난 추억은 더욱 아름답고, 아득하고, 그립다. 샬롯 웰스 감독의 첫 장편 영화 <애프터 썬>은 소피를 내세워 아빠와 여행했던 11살로 돌아간다. 다시 한번 그 시간 속에서 아빠를 생각한다. 소피는 아빠와의 마지막 여행을 되새김질하며 다시 아빠를 소환한다. 소피는 그 출렁이는 여름바다를 잊지 못한다. 아빠와 20여 년 전 갔던 튀르키예 여행을 속속들이 복원한다. 소피는 아빠와 아이스크림을 먹고, 수영을 하고, 호텔에서 잠을 자고, 체스를 두고, 춤을 췄던 그 여름날이 그립고 또 그립다. 소피는 캠코더에 담긴 영상을 틀고 틀며 그날 속으로 들어가는데 아빠는 어디로 갔을까. 왜 그랬을까. 소피는 여행에서 행복했다고 기억하는데 아빠도 그랬을까. 아닐 것이다. 아빠는 딸과의 마지막 여행임을 알았을 것이고, 내내 최선을 다했겠지만. 


아빠의 나이가 된 소피는 아빠를 다른 시점에서 관찰한다. 여전히 풀리지 않는 의문으로 캠코더를 켜며 영상 안에서 아빠에게 묻어나는 우울을 본다. 그것은 무엇이었을까. 젊은 시절 소피를 키우며 자신의 청춘을 잃어버린 아빠(레이먼드 카버가 생각난다). 튀르기예 바닷가에서 보낸 여름날 소피는 11살, 아빠는 30살이었다. 소피는 바다가 푸른색이라 기억하는데 아빠는 검은색이었을까... (평점 ★★★★ 8점) 






⊙2위 <타르> TAR, 2022.


감독: 토드 필드

출연: 케이트 블란쳇, 니나 호스, 노에미 메를랑. 

국가: 미국

장르: 드라마

러닝타임: 158분

등급: 15세 관람가

개봉: 2023. 2. 22.



9점- 인생도 음악처럼 지휘할 수 있다면. 추락하는 새도 비상할 수 있다면.


케이트 블란쳇. 그녀의 연기는 여전히 압도적이다. 베를린 필하모닉 7년 차 지휘자인 리디아 타르(케이트 블란쳇). 지휘자가 막강한 권력을 지키려면 제1바이올린과 협력해야 한다. 지휘자와 제1바이올린은 동거로 협업하며 입양한 딸을 돌본다. 탐하는 자 가질 것이다. 지휘자로 살 수 있다면 모든 걸 걸겠노라. 광기 어린 지휘와 그곳에서 추락하고 싶지 않은 욕망은 그녀를 거짓으로 살게 한다. 음악만을 생각하며 사는 그녀지만 지휘자 자리에서 언제 내려올지 모르는 악몽에 시달린다. 타르의 일상은 지휘, 곡 쓰기, 달리기를 하며 말러 교향곡 5번이다. 지휘자는 지휘봉으로 시간을 장악한다. 곡의 시작은 지휘자의 손짓으로 결정된다. 시작과 끝을 알리는 자신의 손짓에 카타르시스를 느끼며 선율을 통제한다. 마치 혼자 무대에 선 것처럼. 케이트 블란쳇의 지휘에 관객은 숨죽인다. 결국 타르는 여기저기 옮겨 다니는 트렁크 신세가 되어 뉴욕, 유럽, 필리핀까지 굴러간다. 그럼에도, 지휘를 위해서라면 모든 걸 버린다. 추락하는 새에게 날개가 있다면. 또다시 비상을 꿈꾼다. (내 마음속 2023 아카데미 여우주연상) (평점 ★★★★☆ 9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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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둥 1위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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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위 <괴물> (MONSTER, 2023)



정보: 드라마, 스릴러/ 일본/ 127분/ 2023.11.29개봉/ 12세 이상 관람가

감독: 고레에다 히로카즈

출연: 안도 사쿠라(사오리 역), 나가야마 에이타(호리 미치토시 역), 쿠로카와 소야(미나토 역), 히이라기 히나타(요리 역). 



9점 - 인간성과 괴물성을 동시에 지닌 존재 인간. 나는 인간이고 너는 괴물이라고 말할 수 없다. 


각각 시점이 다르게 펼쳐지는 영화 <괴물>이다. 대형건물에 화재가 나 소방차가 불을 끄러 간다. 화재가 난 건물을 사오리, 호리, 미나토, 요리도 보게 된다. 같은 걸 봐도 보는 시선에 따라 각도에 따라 생각과 입장이 달라진다. 똑같은 화재를 다르게 바라보는 시선처럼 영화는 3부로 나눠져 사오리, 호리, 미나토의 시선으로 연출된다. 이 셋은 학교에서 벌어진 일을 두고 각각 다르게 보고 판단한다. 내가 본 시선이 진실이라고 말할 수 있는지, 타자를 재단할 수 있는지 그 위험성을 고발한 영화다. 그 위험은 화재처럼, 폭우처럼 인간을 괴물화 시킨다. 나도 모르게 타인을 괴롭히는 인간에 내재된 '괴물성'이다. 인간과 괴물은 한 끗 차이다. 괴물은 나도 되고 너도 될 수 있다. 인간 안에는 고유한 인간성과 타자를 파괴하려는 괴물성이 동시에 존재하는 것일까. 이것을 논리적으로 밀고 나가는 거장의 카메라시점에 관객은 압도된다. 


사오리에게 아들 미나토의 담임인 호리는 괴물처럼 보인다. 호리 선생은 반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보면서 미나토가 요리를 괴롭히는 괴물로 보인다. 미나토는 요리를 향한 마음 때문에 자신을 괴물처럼 자학한다. 요리는 아버지의 세뇌로 자신이 괴물이라고 받아들인다. 같은 반 학생들, 학교 동료들, 교장 마키코(타나가 유코)도 각각 인간과 괴물의 얼굴을 교차한다. 폭력에 시달리는 요리는 생각보다 강하다. 이런 요리를 보호(끌리는)하고 싶은 미나토는 감정을 숨기기 어렵다. 미나토와 요리는 서로를 보듬어준다. 과자를 나눠먹고, 비밀 장소를 공유하고, 상처를 불어준다. 엔딩은 처연하다. 누구 하나 괴물이 아닌 캐릭터가 없다. 그런데 괴물은 누구일까? 누가 괴물이게? 괴물은 진정 있는 것일까... (평점 ★★★★☆ 9점) 



영화토론합니다. 

https://blog.naver.com/bhhmother/2233010519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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