샛별BOOK연구소
<호밀밭의 파수꾼>, J.D. 샐린저. 민음사.
ZOOM고전문학 샘들 표지 감사합니다.
『호밀밭의 파수꾼』(The Catcher in the Ray)은 제롬 데이비드 샐린저의 장편 소설이다. 1951년 발표 당시 베스트셀러에 올랐지만 호평과 혹평이 엇갈리며 물의를 일으킨 작품으로 유명하다. 그러나 미국 사회의 도덕적 무질서와 부조리, 불안한 개인의 심리적 특성을 현대적으로 창출했다는 호평이 점점 우세해지며 청소년 필독서로 자리매김했다.
『호밀밭의 파수꾼』의 주인공 소년 홀든 콜필드(Holden Caulfield)는 열일곱 살이다. 이야기는 고등학교에서 4과목 낙제를 받아 퇴학당하고 집으로 돌아가는 3일간의 여정이다. 이후 정신병원에 들어가 형에게 자신의 3일간 경험담을 말하고 그 여정을 글로 남긴다. 홀든 콜필드가 네 번의 학교를 퇴학당하고 뉴욕의 길바닥을 돌아다니며 순수와 속물 사이를 왔다 갔다 방황한 이야기를.
조숙한 사춘기 소년 홀든은 학교에서 적응하지 못한다. 학교 밖을 나가면 순수한 세상이 있을 거라 기대한다. 홀든은 학교를 떠나기 전 마지막 인사차 스펜서 역사 선생님을 만난다. 이후 뉴욕을 가서 여자친구를 만나지만 진실한 대화를 나누지 못했다. 택시 운전사에게 말을 붙여 보지만 기사는 화를 낸다. 홀든은 만나는 사람마다 대화가 되지 않음을 느낀다. 홀든은 외롭다. 누구에게라도 전화를 걸고 싶은데 딱히 떠오르는 사람이 없다. 군중 속 고독을 깨닫는 홀든이다.
역사를 가르치는 스펜서 선생은 일흔 살쯤 되었지만 담요 하나를 사면서 활력을 찾는다. 홀든은 스펜서 선생님께 교장선생님 말씀을 전한다. “인생은 운동경기와 같다고 말씀하셨어요. 규칙에 따라서 시합을 해야 한다고 말입니다. 교장 선생님은 아주 좋게 대해주셨어요. 화를 내신다거나 때리지는 않으셨다는 뜻입니다. 인생이란 시합과 같다는 말씀만 계속하셨어요.”(p.19)
스펜서 선생님은 “인생은 시합이지. 맞아. 인생이란 규칙에 따라야 하는 운동 경기와 같단다.”(p.19)라고 대답한다. 홀든은 자신도 그렇게 생각한다고 말하면서 속으로는 “시합 같은 소리 하고 있네. 시합은 무슨. 만약 잘난 놈들 측에 끼어 있게 된다면 그때는 시합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건 나도 인정한다. 하지만 그렇지 못한 측에 끼게 된다면, 잘난 놈이라고는 하나도 찾아볼 수 없는 그런 편에 서게 된다면 그때는 어떻게 시합이 되겠는가? 아니. 그런 시합은 있을 수 없다.”(p.19) 고 생각 하지만 내색은 않는다. 최대한 선생님 앞에서 예의를 차리는 홀든이다.
책은 당시 기숙사 생활 모습을 디테일하게 담았다. 함께 지낸다는 게 버거운 홀든을 볼 수 있다. 옆방 18세 애클리는 성냥으로 손톱 밑을 파거나 손톱을 깎고 아무렇게나 바닥에 버린다. “밤에 맨발로 다니면서 네 지저분한 손톱을 밟고 다니고 싶지는 않다고."(p.39)라는 홀든. 애클리가 이를 닦는 걸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손수건을 사용하지 않고 여드름을 짜는 더러운 녀석이라고 생각한다.
룸메이트인 스트라드레이터는 홀든의 옷을 빌려 입고 데이트를 갔다. 그는 면도를 하지만 면도칼을 닦아낸 적은 없단다. 엄청난 미남이고 언제나 단정해 보이지만 자기만 가꾸기 바쁘다. 홀든에게 영어 작문을 부탁하면서 마침표를 제자리에 찍으면 티가 나니까 잘 쓰지 말라는 룸메이트. 토요일 밤 기숙사의 모습이다. 데이트도 없고 할 일 없는 홀든은 친구 맬 브로사드와 시내에 나가 햄버거를 먹고 영화를 보러 간다. 영화관에 갔더니 모두 본 영화 라 햄버거만 먹고 9시 15분에 들어온다. 애클리가 싫어도 햄버거 먹을 때 데려가는 배려심 있는 홀든이다. 룸메이트가 부탁한 영어 작문에 동생 앨리 이야기를 썼다. 작문은 10시 30분에 마쳤다. 한 시간 정도 썼다. 퇴학당하는 자신에게 작문을 부탁하는 룸메이트. 홀든은 이런 기숙사가 따분하고 숨 막힌다.
룸메이트인 스트라드레이터가 제인 캘러헐과 데이트를 했다는 말에 화가 난 홀든은 싸움이 벌어진다. 홀든은 수요일까지 집에 도착하면 되지만 룸메이트와 다투는 바람에 토요일에 기숙사를 나와버렸다. 기숙사에 있느니 뉴욕에서 며칠 지내다 집에 들어갈 계획이다. 기차에서 만난 머로 부인이 학교 로고를 보고 어니라는 학생을 아냐고 묻는다. 어니의 어머님을 만난 홀든. 그녀가 꽤 매력적이라고 느낀다. 어니에 대해 솔직하게 말하지 못하고 거짓말한다. 어니는 아주 매력적인 녀석이라고. 엄마들의 마음을 살살 긁을 줄 안다. 뉴욕시에 도착 한 홀든은 나이트클럽에 가서 30살 안팎 여자들과 춤을 추고, 택시를 타고 뉴욕 샌트럴 파크의 오리를 걱정한다.
호텔 로비에서 만난 웨이터가 매춘부 서니를 소개해 준다. 서니에게 잠은 자지 않고 얘기만 하고 5달러를 주자 웨이터는 10달러를 내놓으라며 홀든을 때린다. 실컷 얻어맞은 홀든은 눈물을 흘리다가 수녀님을 만나 10달러를 기부한다. 여자친구 샐리에게 전화를 걸어 공연을 보고 롤러스케이트장에 따라간다. 샐리랑 있으면 지루한 홀든이다. 이럴 땐 동생 피비가 보고 싶다. 피비를 보러 몰래 집에 들어간다. 피비는 오빠에게 퇴학당한 거 아니냐고 아빠에게 걸리면 오빠는 죽을 거라고 여섯 번이나 말한다. 피비에게 돈을 빌려 집을 나온 홀든은 마땅히 갈 곳이 없다. 피비의 돈을 호텔료로 지불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홀든은 앤톨리니 선생님을 찾아간다.
앤톨리니 선생님댁을 찾아가 펜시 고등학교에서 퇴학당했다고 말한다. 앤톨리니 선생은 “모든 일은 때와 장소가 있는 게 아닐까?”(p.243) 라며 학교교육에 대한 필요성을 얘기한다. 선생은 “학교교육이란 건 많은 도움을 주지. 학교 교육이란 건, 어느 정도까지 받다 보면 자신이 가지고 있는 사고의 크기를 측정할 수 있게 되지”(p.251)라고 말한다. 홀든은 “학교는 끔찍할 정도로 지겨”(p.175)운 곳이라 생각한다. 홀든은 학교에 적응하지 못한다. 그렇지만 앤톨리니 선생은 홀든이 작문의 귀재였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홀든을 걱정하는 선생님이다.
홀든은 잠결에 앤톨리니 선생님이 자신의 머리를 만지자 소스라치며 선생님댁을 나온다. 홀든은 선생님이 자신의 머리를 왜 만졌는지 혼란스럽다. 홀든은 이런 변태짓을 20번이나 당했다. 당시는 화들짝 놀라 집을 나왔지만 홀든은 다시 생각해 본다. 혹시 제자가 안쓰러워 머리를 쓰다듬었을 수 있다고 말이다. 홀든을 통해 방황하는 사춘기 소년의 양가감정을 본다. 세상이 부정직해 보이고, 루저같다. 어른들은 고리타분하고 위선자들이다. 뉴욕은 냉소적이라 서부로 가고 싶어 한다. 홀든은 학교에서 벌어지는 기만, 가식을 생각한다. ‘최대의 엉터리’라고 표현한 하아스 교장을 비롯해 뉴욕의 위선적인 행위를 꼬집는다. 다만 홀든은 아이들에게 연민을 느낀다. 동생 피비에게만은 순수성을 지켜주고 싶어 한다.
여동생 피비가 홀든에게 진짜 좋아하게 뭐냐고 묻자 홀든은 “내가 뭘 하고 싶은지 알고 싶어? 내가 뭐가 되고 싶은지 말해 줄까”(p.229)라며 자신이 할 수 있는 꿈에 대해 하나의 환상을 만들어 낸다. 홀든은 호밀밭에서 놀고 있는 아이들이 위험한 낭떠러지에서 떨어지지 않도록 그들을 지켜주는 파수꾼이 되고 싶다고 말이다. '호밀밭의 파수꾼'. 망가지고 추락하는 것들을 지켜주고 싶은 홀든이다. 아이들이 더 이상 속물적 모습으로 타락하지 않도록 자신이 그 역할을 하고 싶어 한다.
사춘기는 누구보다 예리하고 민감한 감수성을 보인다. 어른을 보면 이해 안 되는 것들 투성이다. 홀든의 방황은 이유가 있다. 기성세대를 향한 속물근성, 순수함을 점점 잃어가는 아이들, 하루에도 여러 번 변하는 감정, 생각과 행동의 괴리 등이 홀든의 마음을 뒤흔든다. 홀든은 우울하다. 이유 없이 눈물을 흘리고 외로워한다. 죽은 동생을 보고 싶다.
홀든을 통해 청소년의 복잡성을 보게 된다. 속어, 은어를 남발하지만 벽에 있는 욕은 지우고 다니는 홀든. 거짓말하고 자의식도 강하지만 아직은 미성숙하다. 계속 거짓 자아를 만들고 자신을 합리화시킨다. 진실한 대화를 찾아 여기저기 돌아다니지만 딱히 누구를 만나면 숨기 바쁘다. 그러나 책을 덮은 독자는 홀든과 함께 아파할 것이다. 상실의 아픔을 겪는 홀든을 연민하게 된다. 동생을 잃었던 슬픔과 기숙사에서 친구가 떨어졌을 때 홀든은 이미 호밀밭의 파수꾼이 되려고 결정했을지 모른다. 독자는 홀든이 내뱉는 사회비판에 자신의 모습을 보게 될는지도. 소년의 눈으로 바라본 성인의 세계. 샐린저는 홀든을 통해 순수성을 잃지 말라고 당부하는 듯하다. 세계는 타락했다. 기성세대들이 망쳐놓은 세계에 호밀밭의 파수꾼은 절실히 필요하다.
발췌
“인생은 시합이지. 맞아, 인생이란 규칙에 따라야 하는 운동 경기와 같단다.”
“예. 선생님. 저도 그렇다고 생각합니다.”
시합 같은 소리 하고 있네. 시합은 무슨. 만약 잘난 놈들 측에 끼어 있게 된다면 그때는 시합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건 나도 인정한다. 하지만 그렇지 못한 측에 끼게 된다면, 잘난 놈이라고는 하나도 찾아볼 수 없는 그런 편에 서게 된다면 그때는 어떻게 시합이 되겠는가?(p.19)
-어른들은 내 나이에 맞는 행동을 하라고 말하는 것은 지겹기까지 하다. 때로는 나도 나이보다 조숙하게 행동할 때가 있다. 그건 정말이다. 하지만 사람들은 그 사실을 알아차리지 못한다. 어른들은 절대로 아무것도 모르니까.(p.20)
교육받고 학식이 높은 사람만이 세상에 가치있는 공헌을 한다는 건 아니야 내가 말하고 싶은 건, 교육을 받고, 학식이 있는 사람이 재능과 창조력을 가지고 있다면, 불행히도 드문 경우이긴 하지만....., 그냥 재능 있고, 창조력이 있는 사람보다는 훨씬 가치 있는 기록을 남기기 쉽다는 거지. (p.250)
학교 교육이라는 건, 어느 정도까지 받다 보면 가지고 있는 사고의 크기를 측정할 수 있게 되지. 자기의 사고에 맞는 것은 어떤 것인지, 맞지 않는 것은 무엇인지를 알 수 있게 돼. 나중에는 자기 사고의 일정한 크기에 어떤 종류의 사상을 이용해야 할 것인지를 알게 될거야.(...)결국 학교 교육이란 자신이 가지고 있는 사고의 크기를 알게 해주고, 거기에 맞게 이용하게 해주는 거야.(p.251)
정말 말도 안 되는 소리. 이곳은 다른 학교들과 별다른 차이가 없다. 더군다나 눈을 씻고 찾아봐도 건전한 사고 방식을 가진 훌륭한 젊은이들이라고는 본 적이 없다. 어쩌면 한두 명쯤은 있을지도 모른다. 많아야 그 정도일 것이고, 그나마 이 학교에 들어오기 전부터 그렇게 훌륭한 학생이었을 테지(p.11)
언제 한번 남학교에 가봐. 시험 삼아서 말이야. 온통 엉터리 같은 녀석들뿐일 테니. 그 자식들이 공부하는 이유는 오직 나중에 캐딜락을 살 수 있을 정도의 위치에 오르기 위해서야. 축구팀이 경기에서 지면 온갖 욕설이나 해대고, 온종일 여자나 술, 섹스 같은 이야기만 지껄여대. 더럽기 짝이 없는 파벌을 만들어. (p.176)
“그건 그렇다치고, 나는 늘 넓은 호밀밭에서 꼬마들이 재미있게 놀고 있는 모습을 상상하고 했어. 어린애들만 수천 명이 있을 뿐 주위에 어른이라고는 나밖에 없는 거야. 그리고 난 아득한 절벽 옆에 서 있어. 내가 할 일은 아이들이 절벽으로 떨어질 것 같으면, 재빨리 붙잡아주는 거야. 애들이란 앞뒤 생각 없이 마구 달리는 법이니까 말이야.(...) 말하자면 호밀밭의 파수꾼이 되고 싶다고나 할까. 바보 같은 얘기라는 건 알고 있어. 하지만 정말 내가 되고 싶은 건 그거야. 바보 같겠지만 말이야.”(p. 230)
-누군가가 벽에다 <이런, 씹할>이라고 낙서를 해놓은 것이다. 피비나 다른 아이들이 이런 걸 보게 된다고 생각만 해도 정말 사람 환장할 노릇이었다. 아이들은 이 말의 뜻을 궁금해할 것이다. 그러다 문득 어떤 나쁜 놈이 아이들에게 잘못된 뜻을 가르쳐주게 되는 건 아닐까하는 생각까지 들었다. (p.263)
-“오늘 오후에는 학교에 가지 말고 산책하는 거야. 그럼 이렇게 고집 부리지 않을 거지? 내일은 다시 착한 피비로 돌아와서 학교에 갈 거지?”(p.2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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