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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샛별 Jun 20. 2024

[세계고전문학BOOK클럽]존 윌리엄스<스토너>토론후기

샛별BOOK연구소

<스토너>, 존 윌리엄스, 알에치코리아.(392쪽)


  스토너는 문학을 사랑했다. 그가 끌리는 건 문학 말고는 없었다. 징병에 나가야 할 때, 아내와 살면서, 사랑을 찾았을 때, 딸을 지켜야 할 때 그는 비겁하게 책 속으로 숨었다. 2차 세계 대전이 발발하자 미주리 대학교의 많은 젊은이들이 참전을 선택했지만 스토너는 슬론교수와 의논 후 대학에 남는다. 스토너의 박사과정 동료 데이비드 매스터스와 고든 핀치(23세)도 “우린 모두 자신의 몫을 해야 하네”(p.50)라고 말하며 입대했다. 스토너의 결정을 두고 고든 핀치는 “나중에 후회할 걸세, 빌.”이라고 말하지만 스토너는 “자신의 결정에 전혀 죄책감을 느끼지 않았”고 “징병유예를 신청하면서도 이렇다 할 가책을 느끼지 않았다”(p.56). 스토너는 참전보다 문학을 택했다. 어떤 선택을 할 때 스토너는 늘 문학을 믿었다.  문학에 대한 열정이 위태로울 때만 그는 맞서고 목소리를 냈다. 




 아처 슬론 교수는 졸업을 앞둔 스토너를 불러 앞으로 어떤 계획이 있냐고 묻는다. 스토너는 ‘생각해본 적도 없고, 생각하고 싶지도 않던 문제’(p.30)였다. 슬론 교수는 책상 위 서류철을 보더니 “이 기록을 보면, 자네는 농촌 출신이야. 그럼 부모님도 농사를 지으시겠군?”하면서 “그럼 자네는 여기서 학위를 받은 뒤 집으로 돌아갈 생각인가?”라고 묻는다. 스토너는 농사일은 확실하게 '아니요'라고 답했다. 슬론 교수는 스토너를 눈여겨보고 있었다. 스토너에게 교육자가 되라고 권한다. 스토너는 “그런 걸 어떻게 아시죠? 어떻게 확신하십니까”(p.32)라고 묻자 슬론 교수는 스토너를 바라보더니 “이건 사랑일세(...) 자네는 사랑에 빠졌어”라고 알려준다. 사랑은 숨길 수 없다. 문학을 사랑하는 스토너의 눈빛은 빛났다. 자신이 어떤 길로 가야 할지 알려주는 아처 슬론과의 만남은 스토너에게 등불이었다. 어쩜, 아처 슬론도 스토너 같지 않았을까. 


  스토너는 융통성도 없고, 솔직하고, 단조롭다. 그럼에도 스토너가 사랑했던 문학. 문학만큼은 일관된 열정을 보였다. 교수로 학생들을 가르치고, 연구하고, 논문을 지도하는 일에 자신을 받쳤다. 학자로서의 삶은 진솔했지만 남편으로, 아버지로의 역할은 작았다. 학문만 지킬 수 있다면 그는 어떤 희생도 감내하는 것처럼 보였다. 젊은 제자 캐서린에게 끌렸던 건 그녀가 문학에 대한 조예가 깊었기 때문이다. 스토너는 캐서린에게서 진정한 육체의 파동을 느꼈지만, 늘 최후의 선택은 문학이었다. 스토너가 사랑했던 캐서린은 또 다른 문학이었다. 


  1965년 미국에서 발표된 존 윌리엄스 소설 <스토너>는 오랫동안 잊혔다가 50년이 지나서야 유럽 출판계와 평론가, 독자들의 열렬한 반응을 얻으며 베스트셀러에 오른 작품이다. 왜 이 작품을 독자들은 좋아할까. 농부의 아들로 태어나 열아홉 살 때 미주리 대학에 입학한 후 문학을 전공하며 교수의 길을 걷는 한 남자의 이야기를 말이다. 스토너와 이디스의 불행한 결혼생활, 딸 그레이스의 아픔, 스토너의 교수 생활, 캐서린 드리스콜과의 만남 등이 단조롭게 펼쳐지는 듯 보인다. 그러나 스토너는 안간힘을 다해 살고 있었다. 


   스토너를 부러워하는 부분은 교수로서 삶이었다. 문학만은 순수(또는 진실)해야 한다는 집념이다. 그걸 변절된 교수사회에서 지키고 싶었고, 묵묵히 한 길을 걸었다. 이런 선택은 긴긴 세월 스토너에게 풍파가 된다. 로맥스 교수는 찰스 워커에게 스토너의 세미나를 들으라고 권했다. 학생신분인 찰스 워커는 수업태도가 불량했다. 로맥스는 찰스 워커를 두둔하며 “그 친구의 학문적 능력과 비판능력을 판단하지 않기를 바라네.”(p.192)라고 방어한다. 스토너는 워커에게 보고서를 제출하지 않으면 F학점을 줄 수밖에 없다고 하자 불만을 제기한다. 이 일로 스토너는 문리대 학장이 된 고든 핀치, 새 학과장이 된 로맥스와 갈등을 겪는다.


  찰스 워커의 일로 스토너 교수는 곤경에 처한다. 로맥스는 스토너의 혐의를 공식적으로 제기할 수밖에 없다고 하자 스토너는 컬럼비아를 떠날 수도 있겠구나 느낀다. 스토너는 다음 해 강의배분이 상급반 학생들 과목과 대학원세미나가 빠져있는 걸 보게 된다. 결국 워커는 구두 예비시험의 기회를 한 번 더 주기로 결정되었고, 다시 학교를 다닌다. 로맥스는 스토너에게 “신체적으로 아주 불행한 고통을 겪고 있어서 정상적인 사람이라면 그 학생에게 연민을 느꼈을 걸세.”(p.248)라는 말한다. 그래도 찰스워커에게 합격을 줄 수 없는 스토너다. 문학은 사랑하지 않으면 가르칠 수 없다고 생각하는 스토너다. 찰스워커는 자격이 없다는 것이다. 하여튼 이 사건으로 스토너는 20년을 불이익 받으며 교수생활을 한다. 


  이후 스토너는 암선고를 받고 걷지도 못할 만큼 쇠약해져 뒷방에 머물며 죽음을 맞이한다. 스토너의 삶을 이렇게 막을 내린다. 자신이 믿는 신념을 지키며 어떤 굴곡에도 묵묵히 견디며 살았다. 그가 부러운 건 문학에 진실된 태도다. 스토너는 학생들에게 떳떳하게 지도했다. 그가 자신의 생을 반추하며 했던 말은...."내가 좀 더 많은 것을 알고 있었더라면. 내가 이해할 수 있었더라면. (...) 내가 저 사람을 좀 더 사랑했더라면..."(p.384)이다. 스토너가 이디스에게 좀 더 잘해줬더라면 스토너도  이디스도 덜 고독했을지 모르겠다. 그러나 이젠 잘해 줄 시간이 없다. 어떻게 살았던 인간은 늘 후회할 수밖에 없다. 스토너의 결정과 인생에서 우리는 또 한명의 보편성을 본다. 




  2023년 고전문학BOOK클럽은 <스토너>로 마무리합니다. <스토너>는 찬바람 부는 12월에 읽기 좋은 책/ 한 해를 마무리할 때 좋은 책이었습니다. <스토너> 별점도 높았고, 원서 읽기 모임도 자체적으로 만드시고, 올해 읽은 고전 중 최고의 고전으로 뽑아주셨어요. 31기 마지막 날 많은 나눔 해주신 샘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내년에 즐겁게 봬요. 우리의 고전문학 사랑... 마치 스토너같아요. ㅋ   


별점 및 소감 


4.5/ 4/ 4.7/ 4/ 4/ 3.7/ 5.0/ 4.8/ 4/ 3.5/4.5/4.5/4.5/ 4/ 5.0/ 3.9/4.0/4.2 외 


-스토너의 일대기 구성이다.

-평범하게 사는 것도 가치롭다고 느꼈다.

-주인공이 될 만한 요소들이 있다.

-옆집 아저씨처럼 사는 모습을 들여다보는 거 같았다.

-스토너는 어떤 상황에도 억울해하지 않는 거 같다.

-미드를 보는 느낌으로 읽었다.

-스토너가 세상을 대하는 방식이 온유하다.

-자기 마음대로 안되는 시련이 닥쳐도 스토너는 온유함을 잃지 않았다.

-문학이야기가 나와 흥미로웠다.

-영미문학개론을 가르치는 교수는 문학을 정말 사랑했다.

-스토너라는 이름의 유래에서 우직한 성품을 발견한다.

-이디스, 그레이스, 캐서린 등 여성의 삶도 보게 됐다.

-먹먹한 내용이다. 

-스토너의 인생에서 선택은 중요했다. 

-한 인생의 삶을 담은 보편적인 책이다.

-살아있지만 죽음 같은 삶을 산 거 같다.

-겨울에 읽기 좋은 책이다. 여름보다는.

-이디스와 스토너. 부부 관계를 살펴봤다. 

-스토너를 알 수 있는 심리묘사가 부족했다.

-인생의 파노라마를 보는 것 같았다.

-스토너의 어린 시절이 궁금했다.

-담백한 문체가 좋았다.

-답답한 거 같은 삶을 살았지만, 충만했던 거 같기도 하다. 

-그 외 



커피 잘 마셨습니다.^^



'스토너'라는 인물에 대해.

-이기적인 인물이다.

-문학을 사랑했다. 

-성실하다.

-묵묵히 교수라는 자리를 지켰다.

-아처 슬론 교수를 만난 건 행운이었다.

-이디스와의 결혼 생활에 별다른 노력을 안 한다. 

-이디스의 반응에 화를 내지 않고 참는다.

-교수로서 원칙을 지키려고 애쓴다. 

-교수에 대한 자신만의 가치가 확고하다. 

-결혼을 잘 해야 한다.

-첫눈에 반했으면서 너무 이디스에게 마음을 열지 않았다.

-자기 세계에 빠져있는 남편이었다.

-문학에 진실했던 교수였다.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평생할 수 있는 건 축복같다.

-영문학만 할 수 있다면 그는 무엇도 상관없는 사람 같았다.

-암에 걸린 스토너. 그의 분출되지 못한 응어리가 암이 되지 않았을까 싶다.

-그 외. 






'이디스'라는 인물에 대해


-복잡한 인물이다.

-남편 스토너에게 심술을 부린다.

-미성숙한 인지를 지녔다.

-이디스의 입장이 되면 이해가 된다. 

-아무런 반응없는 스토너가 답답했을 거 같다.

-남편이 너무 쉬워 보였던 거 같다.

-남편을 증오한다.

-결혼에 대해 깊게 생각하지 않고 했다. 

-둘의 관계로 딸이 고통받았다. 

-남편에게 아버지를 투사하고 있다. 

-균형감각이 떨어진다. 

-자기인식이 부족한 여성이었다.

-정말 남편 스토너를 사랑했나 의문이다.

-캐서린과 스토너의 관계에서 쿨할 수 있는 부분이 더 무섭게 여겨졌다.

-가장 불행한 여성이다.

-이디스와 스토너의 불행은 딸에게 영향을 미쳤다.

-이디스는 아버지에게서 벗어나 남편에게 의지하려고 했지만 실패했다. 

-이디스와 스토너는 너무 다른 사람이었다.

-반면, 캐서린과 스토너는 잘 맞았다. 





발췌



“자네는 학부 성적은 아주 뛰어나네. 다만…….” 그가 눈썹을 치뜨며 빙긋 웃었다. “다만 2학년 때의 영문학 개론 강의만 빼고 나머지 영문학 강의에서는 모두 A학점을 받았지. 어디서도 B학점 이하의 점수를 찾아볼 수 없네. 졸업 후 1년 정도만 버틸 수 있다면, 자네는 틀림없이 성공적으로 석사과정을 마칠 수 있을 거야. 그러고 나면 십중팔구 강의를 하면서 박사과정을 밟을 수 있겠지. 자네가 관심을 갖고 있다면 그렇다는 말이지만.”(p.31)


"모르겠나, 스토너 군?" 슬론이 물었다. "아직도 자신을 모르겠어? 자네는 교육자가 될 사람일세". 갑자기 슬론이 아주 멀게 보였다. 연구실의 벽들도 뒤로 물러난 거 같았다. 스토너는 자신이 허공에 떠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질문을 던지는 자신의 목소리가 들렸다. "정말이십니까?" "정말이지." 슬론이 부드럽게 말했다.(p.31)



나눔 해주신 샘들께 감사합니다.^^



“그런 걸 어떻게 아시죠? 어떻게 확신하십니까?”

“이건 사랑일세, 스토너 군.” 슬론이 유쾌한 표정으로 말했다. “자네는 사랑에 빠졌어. 아주 간단한 이유지.” (p.32)


-그런데 전쟁이 이제 발등에 떨어진 불이 되자 그는 자신의 마음속에 엄청난 무심함이 자리 잡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그는 전쟁 때문에 대학의 일들이 중단된 것에 화가 났다. 자신의 내면에서 강렬한 애국심 같은 것은 찾을 수 없었다. 또한 독일인들을 미워하는 마음도 생기지 않았다.(p.49)





마침내 결정을 내리고 나자 결국 이렇게 될 것을 처음부터 알고 있었다는 기분이 들었다. 그는 금요일에 매스터스와 핀치를 만나 자신은 독일군과 싸우러 가지 않겠다고 말했다. 여전히 미덕에 취해 있는 고든 핀치는 안색을 굳히더니 스토너를 책망하는 듯한 슬픈 표정을 지었다. “자네가 우리를 실망시키는군, 빌.” 그가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 “우리 모두를 실망시켰어.”(p.55~56) 


학생들이 평소처럼 자신을 대하는 것 같은데도 불손한 태도가 예리한 칼날처럼 비어져 나오는 것 역시 알고 있었다. 심지어 대학에 남겠다는 결정을 따스하게 반겼던 아처 슬론조차 시간이 흐를수록 점점 차갑고 소원해지는 것 같았다.(p.57)



그녀는 잔의 개수를 다시 세어보다가 예상되는 손님 수에 비해 잔이 모자라는 것을 발견했다. 결국 울음을 터뜨린 그녀는 2층으로 뛰어 올라가더니 이제 어떻게 되든 상관없다며 아래층으로 내려가지 않겠다고 흐느꼈다. 스토너는 그녀를 달래려고 했지만 그녀는 그의 말에 대답하지 않았다. 그는 자신이 잔을 구해볼 테니 걱정하지 말라고 그녀에게 말한 뒤, 하녀에게 곧 돌아오겠다고 이르고는 서둘러 밖으로 나갔다. (p.138)


-그렇게 해서 윌리엄은 1년이 넘도록 살림을 하면서 자기 몸을 스스로 돌볼 수 없는 두 사람을 돌봤다. 그는 동이 트기 전에 일어나 학생들의 과제를 채점하고 강의를 준비했다. 출근하기 전에 그레이스에게 아침을 먹이고, 자신과 이디스가 먹을 아침식사와 자신의 점심 도시락을 준비했다. 도시락은 서류가방에 넣어 학교로 가지고 갔다. 수업이 끝나면 집으로 돌아와 쓸고 닦고 청소를 했다. (p.124)




-그는 이디스의 새로운 행동에 대해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그녀의 활동은 그에게 아주 조금 성가실 뿐이었고, 그녀가 행복해 보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녀가 조금 필사적인 것 같다는 느낌이 들기는 했다. 사실 그녀가 이렇게 새로운 삶의 방향을 찾게 된 책임은 그에게 있었다. 그녀가 그와 함께하는 결혼생활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게 해주지 못했으니까. 따라서 그녀가 그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곳에서 인생의 의미를 찾아 그가 따라갈 수 없는 길을 가는 것은 옳은 일이었다.(p.167~168)


-“이것만은 절대 인정하고 싶지 않았는데.” 그가 왠지 고요해 보이는 표정으로 말했다. “당신은 정말로 나를 증오하는군. 그렇지 않소, 이디스?” 

“뭐라고요?” 그녀의 목소리에 깃든 놀라움은 진심이었다. “아, 윌리!” 그녀가 또렷한 소리로 마음껏 웃음을 터뜨렸다. “바보 같은 소리 마세요. 그럴 리가 없잖아요. 당신은 내 남편인데요.”

“아이를 이용하지 마시오.” 그는 목소리가 떨리는 것을 막을 수 없었다. (p.176)




-그날 저녁 집으로 돌아와 보니, 이디스가 낮에 일꾼을 고용해서 그의 소지품을 모두 서재에서 꺼내놓은 뒤였다. 그의 책상과 소파가 거실 귀퉁이에 비좁게 놓여 있고, 그 주위에 그의 옷가지, 서류, 모든 책들이 아무렇게나 쌓여 있었다.(p.177)


-워커의 말은 현란하기만 할 뿐 부정확했지만 그의 표현력과 창의성은 당혹스러울 만큼 인상적이었다. 또한 비록 기괴한 모습이기는 해도 그의 존재감 역시 진짜였다. 그의 눈빛에는 차갑고 계산적이고 경계를 게을리하지 않는 뭔가가 있었다. 그것은 쓸데없이 무모하면서도 필사적으로 느껴질 만큼 신중했다. (p.200)




-“하지만 자네의 태도가 내게 여지를 주지 않는군. 내가 보기에 대안은 몇 가지뿐일세. 앞으로 3주 안에 자네가 할당된 주제에 대해 만족스러운 보고서를 제출한다는 조건하에 자네가 아직 강의를 다 마치지 못한 것으로 처리해 줄 수 있네.” (p.205) “교수님.” 워커가 외쳤다. “지금은 그것을 제 손에서 내놓기가 꺼려집니다. 전혀 정리되지 않은 초고라서요.”(...) “워커 군, 정말 놀라운 사람이군. 자네는 당연히 F학점을 받을 걸세.(...) 게으름과 부정직과 무지 때문에 고난을 각오해야 하지.”스토너가 말했다.(...)

“스토너 교수!” 그가 다시 고함을 질렀다. “난 이대로 가만히 있지 않아. 두고 봐, 이대로 가만히 있지 않아!”(p.206)


“내가 아는 한 그 학생은 읽어야 할 자료를 하나도 읽지 않았네. 라틴전통에 대한 세미나였는데, 그 학생은 세미나 보고서를 가짜로 꾸며내려고 했지. 내가 보고서를 새로 쓰든지 아니면 기존의 보고서 원고를 제출하라고 기회를 줬는데도 그 학생은 거절했네. 그러니 낙제점을 주는 것 외에는 대안이 없었어.”(p.211)




“나도 유감이야. 나로 인해 저 친구는 학위를 받을 수 없을 것이고, 대학의 강단에 설 수도 없을 테니까. 내가 원하는 것이 바로 그것일세. 저 친구가 교육자가 되는 것은……재앙이야.”(p.229)


“대학이 소외된 자, 불구가 된 자들이 세상에서 도망칠 수 있는 피난처라는 얘기를 했어. 하지만 그건 워커 같은 친구들의 이야기가 아니었지. 데이브라면 워커를……세상으로 보았을 걸세. 그러니까 그 친구를 허락할 수가 없어. 만약 우리가 허락한다면, 우리도 세상과 똑같이 비현실적이고 그리고……우리에게 희망은 그 친구를 허락하지 않는 것뿐일세.”(p.235)


원서읽기 모임이 만들어졌어요! 


찰스 워커의 일로 고든 핀치는 스토너에게 “자네가 옳다는 걸 알고 있다고. 하지만 현실을 생각해야지. 로맥스는 이번 문제를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그냥 넘어가지 않을걸세. 결국 싸움이 벌어진다면 정말이지 난처하기 짝이 없는 상황이 될 거야. 로맥스가 앙심을 품을 수도 있네. 자네도 나만큼 잘 알지 않나. 로맥스가 자네를 해고할 수는 없겠지만, 그 밖에는 거의 무슨 일이든 할 수 있네. 그리고 어느 정도까지는 나도 거기에 보조를 맞출 수밖에 없어.”(p.233)


로맥스는 핀치에게 시선을 돌렸다. “그렇다면 첫째, 스토너 교수가 세미나에 워커를 받아들이는 것을 꺼렸다는 사실이 입증되었소. 둘째, 스토너 교수는 마음이 내키지 않은 나머지 워커를 받아들이면 세미나 수업이 망가질 것이라며 워커를 위협했소. 셋째, 최소한 스토너 교수는 워커가 수업을 따라올 능력이 있는지 의심을 품었소, 넷째, 그런 의심과 강한 분노를 품었으면서도 스토너 교수는 워커를 수업에 받아들였소.”(p.238)




“내 생각에 자네는 교육자가 되기에 적합한 사람이 아닐세. 재능과 학식보다 편견이 앞서는 사람이라면 절대 안 되지. 내게 그럴 힘이 있다면 십중팔구 자네를 해고했을 걸세. 하지만 우리 둘 다 알다시피 내게는 그럴 힘이 없지. 우리는…… 자네는 종신교수 제도의 보호를 받고 있네. (...)앞으로 나를 만나고 싶거든……그러니까 학과의 일로 만나고 싶거든……비서에게 연락해서 약속을 정하게.”(...) 그 뒤로 20여 년 동안 두 사람은 다시는 직접적으로 대화를 나누지 않았다.(p.249)


-나이 마흔셋에 윌리엄 스토너는 다른 사람들이 훨씬 더 어린 나이에 이미 배운 것을 배웠다. 첫사랑이 곧 마지막 사랑은 아니며, 사랑은 종착역이 아니라 사람들이 서로를 알아가는 과정이라는 것. 두 사람 모두 수줍어하면서 천천히 조심스럽게 서로를 알아갔다.(p.272) 


-두 사람이 이렇게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을 것이라고는 두 사람 모두 상상해본 적이 없었다. 열정에서 시작된 감정이 욕망을 거쳐 깊은 관능으로 자라나 순간마다 계속 새로워졌다. “욕망과 공부.” 캐서린이 한 번은 이렇게 말했다. “중요한 건 그것뿐이죠, 안 그래요?”(p.278)




-어렸을 때 두 사람은 마음과 몸이 별개의 것이며 서로 적대적인 관계라고 배우며 자랐다. 그래서 별로 깊이 생각해보지 않고, 둘 중 하나를 선택하려면 나머지 하나를 희생하는 수밖에 없다고 당연한 듯이 믿고 있었다. 둘 중 하나가 다른 하나를 강화해줄 수도 있다는 생각은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었다. 그런데 두 사람이 진실을 깨닫기도 전에 체험이 먼저 찾아왔으므로, 이 새로운 발견이 오로지 두 사람만의 것처럼 보였다. 두 사람은 이처럼 ‘기존 관념’이 기이하게 달라진 사례들을 모아 보물처럼 간직해두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것이 기존 관념을 고수하는 세상으로부터 두 사람을 분리시키는 데 일조했다.(p.279)


 -따라서 여름이 끝날 무렵 이디스가 그 관계에 대해 거의 처음부터 알고 있었음을 깨달았을 때 그는 커다란 충격을 느꼈지만 개인적으로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p.2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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