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샛별 Aug 07. 2024

<맥베스>연극 후기(feat. 국립극장 해오름)

샛별BOOK연구소

공연: 맥베스

개요: 연극 

타임: 120분 

기간: 2024.7.13~ 2024.8.18

장소: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출연: 황정민, 송일국, 김소진, 송영창, 김정현, 홍성원, 남윤호 외


브라보! 기립박수를... 




  셰익스피어 4대 비극 중 가장 마지막에 쓰인 <맥베스>.  이번 <맥베스>연극은 황정민 배우가 캐스팅돼 초반부터 화제였다. 티켓팅을 할 수 있을까 초조해하며 클릭에 클릭을 거듭해 성공했다. 5월에 예매했고, 7월 27일까지 기다렸다. 고전문학 단톡방에 공연 소식을 공유했고, 함께 가자는 샘들이 계셔 같이 봤다. 


  우리는 맥베스를 읽었고 토론도 했는데 다시 읽자고 의견을 모았다. 줌을 개설했고, 더운 여름밤 뜨겁고 빠르게 2시간 동안 낭독했다. <맥베스>는 스코틀랜드 장군 맥베스의 권력에 대한 야심과 파멸을 그린 작품이다. 맥베스 앞에 마녀 셋이 등장한다. 마녀들은 '고운 건 더럽고 더러운 건 고웁다'라고 말하며 맥베스와 덩컨 앞에 나타나 "맥베스를 환영하라! 왕이 되실 분이다"라고 예언한다. 연극은 이 부분을 어떻게 표현했을까 궁금해하며 국립극장 해오름으로 향했다. 



 연극은 최고였다. 객석은 꽉 찼고, 관객은 혼연일체가 되어 무대를 봤다. 막이 열리고 객석에 까마귀가 날고 세 명의 마녀(?)들이 등장하는데 와! 오프닝부터 엄청 압도되네 생각했다. 매 순간 무대를 활용하는 연출 힘이 대단했다. 계단, 문, 창문, 1층과 2층으로 분할된 무대는 스틸로 마감해 차가움을 줬고, 무대 세트는 검은색과 흰색을 사용했고 오른쪽에 마녀들의 통로를 동그랗게 뚫어놨다. 조명은 빨간, 초록이 극에 맞게 켜졌다 꺼졌다. 정면과 양쪽 옆면을 활용한 스크린 구성도 독특했다. 객석을 오고 가는 배우들과 수시로 바뀌는 무대는 지루할 틈 없이 관객들 혼을 쏙 빼놨다. 관객은 빠르게 전개되는 화면을 보며 서사를 따라가기 바빴다. 


  최대한 원작의 대사를 살렸고, 등장인물도 그대로 무대에서 만날 수 있었다. 맥더프 부인과 아들까지 살해되는 장면도 있었다. 120분 러닝타임 동안 쉬지 않고 서사가 흘러갔다. 맥베스를 맡은 황정민 배우는 초반에 활기찼고, 덩컨 왕을 죽인 후 광기에 휩싸였다. 죄를 짓고 자신의 자리- '왕'-를 지키기 위해 미쳐갔다. 그 감정을 목소리와 몸으로 표현했다. 영화에서 봤던 황정민 배우와는 또 다른 모습이었다. 황정민 배우는 스코틀랜드 장군 맥베스가 왕이 되고 분열하는 모습을 온 힘으로 표현했다. 왕관을 쓰고 그 무게를 견디지 못하는 과정을 광기로 표현했다.


  맥베스 부인을 맡은 김소진 배우는 우아했다. 맥베스와 같은 욕망을 꿈꾸며 악랄하게 잔인해져 갔다. 급기야 맥베스를 위협하며 왕비가 되려고 한 죄. 그녀는 죗값을 받았다. 결국 몽유병에 걸려 손을 미친 듯이 씻고, 씻는다. 아무리 씻어도 피 묻은 손은 깨끗해지지 않는다. 맥베스 부인은 왕비가 됐지만 불안, 공포심만 가득한 나날에 자신의 생도 추락한다. 


덩컨을 맡은 송영창 배우와 뱅코를 맡은 송일국 배우의 톤이 우렁찼다. 딕션도 좋고, 몸동작도 화려했다. 주연과 조연, 그 외 배우들은 소름 끼치도록 열연했다. 꽉 찬 객석과 꽉 찬 무대의 배우들은 400년 전 셰익스피어가 쓴 <맥베스>를 재현했다. 


  말이란 무엇인가. 우리는 누군가의 말에 흔들리는 유약한 존재다. 맥베스는 마녀들의 말을 듣고 마음속 잠자던 욕망이 꿈틀거려 악의 유혹에 흔들렸다. 맥베스는 부인에게 예언을 편지로 전했고, 왕이 되고 싶은 갈망에 분투한다. 지금 왕이 있는데 자신이 왕이 된다는 마녀들의 소리는 폭풍처럼 맥베스의 온몸을 휘감고 마비시킨다. 왕이 되려면 지금의 왕을 살해해야 한다고 판단한 맥베스와 레이디 맥베스. 맥베스는 머뭇거린다. 죄를 지으며 왕이 되고 싶은가 묻는다. 포기하고 싶지만 이미 늦었다. 욕망은 맥베스에서 부인에게로 전이됐다. 옆에서 부추기는 맥베스 부인이 있다. 자의반 타의반으로 맥베스는 결정한다. 왕을 살해하고 왕관을 쓰기로. 



  왕이 된 맥베스. 맥베스는 이성을 잃고, 사악한 악마가 된다. 권력욕은 계속된 살인에 살인을 부른다. 덩컨 왕을 죽이더니 자객을 보내 뱅코를 죽이고 뱅코의 아들까지 살해하려 한다. 자신 앞에 방해되는 자들은 그들의 자식, 부인까지 처참하게 몰살시킨다. 맥더프의 처자가 희생됐다. 가족을 건드린 맥베스는 과연 무사할 수 있을까. 폭군이 된 맥베스를 두고 국민들의 원성이 자자하다. 


"난 하나도 없소이다. 왕에게 어울리는 정의감, 진실성, 절제와 안정감, 관대함, 끈기와 자비심, 겸손함, 경건함, 인내심, 용기와 불굴의 정신은 기미도 안 보이고, 풍성한 죄악을 제각각 세분하여 다양한 방식으로 범하고 있소이다."(p.104) 



덩컨의 아들 맬컴이 하는 말이다. 왕이 되려면 필요한 자질이다. 400년 전이나 지금이나 별반 다르지 않다. 더 놀라운 건 왕의 부인이다. 맥더프는 왕비를 이렇게 회상한다.


"당신의 부왕께선 최고 성군이셨소. 당신 낳은 왕비께선 무릎을 꿇은 때가 선 때보다 많았고 매일을 죽어가며 사시었소."(p.105)


왕비가 서 있는 때보다 무릎을 꿇을 때가 많았다니... 겸허한 자세로 매일을 죽었다고 말한다. 선왕이었던 덩컨이 있었다면 그 뒤에 왕을 돕던 왕비가 있었다. 왕비가 무릎을 굻었던 이유를 생각해 본다. 낮은 자세로 기도로 사죄로 무릎을 꿇고 지냈던 왕비. 나라를 누가 통치해야 할까. 폭군이 통치하는 나라는 비참하다. 그 국민들이 피를 흘린다. 억울하다. 요즘은 어떤가. 선왕인가. 맥베스 부인과 같은 욕망은 없는 것일까. 


 <맥베스>를 알고 나면 권력이란 무엇인가를 고민하게 된다. 권력은 정당한 방법으로 얻을 수 없는 속성인 것인가 묻게 된다. 누군가를 밟고 일인자가 되어야 한다면 권력을 왜 가지려고 하는 걸까. 맥베스는 덩컨 왕까지 죽이면서 왜 왕관을 쓰려고 했을까. 왕관을 쓰고 그토록 시달려야 한다면 말이다. 덩컨이 후계자를 맬컴으로 지목했기에 초조했던 맥베스는 때를 기다리지 못했다. 분명 왕이 되실 분이라고 했으면 기다림도 필요했을 텐데 말이다. 유능한 장군으로 사는 삶에 만족하지 못하고 왕까지 되고 싶은 권력욕을 되짚어본다. <맥베스>를 보고 나면 떠오르는 질문들이다. 


 국가에 권력은 항상 존재하며 유동적이다. 천년만년 왕을 할 것 같았던 맥베스도 맥더프에게 죽임을 당한다. 결국 왕관은 다시 맬컴에게 쓰였다. 탐욕을 탐하면 얻을 수는 있다. 왕이 되고 싶었던 맥베스는 마녀들의 음성을 듣고, 부인의 협조도 얻는다. 결국 왕이 된다. 왕이 된 후 걸림돌이 되는 사람들은 모조리 숙청한다. 그러나 무의미하다. 왕이 되고자 함은 백성들을 위해서다. 왕이 되려는 이유를 숙고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그 나라는 왕 때문에 비극에 빠진다. 


공연이 끝나고 셔틀을 타려고 하는데 폭우가 내린다. 장충동에서 유명하다는 '평안도 족발집'에 들어와 족발과 막국수에 지평막걸리를 먹었다. "맥베스를 위하여" 함께 허기를 채우며 연극을 본 소감을 나눴다. 각자 인상 깊었던 장면, 궁금증을 말하고 태극당으로 옮겨 2차를 했다. 고전문학을 좋아하고, 연극을 보고 막걸리를 마시는 우리... 어쩌면 권력욕(?)은 1도 없는 사람들인지 모른다. 그냥 책이 좋고, 이런 모임이 좋을 뿐... "쌤들을 위하여"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