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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샛별 Aug 08. 2024

[짧은 영화리뷰] 빔 밴더스 감독 <퍼펙트 데이즈>리뷰

샛별BOOK연구소 


<퍼펙트 데이즈>( Perfect Daysl, 2024)


정보: 드라마/ 일본/ 124분/ 2024.07. 03 개봉/ 12세 이상 관람가

감독: 빔 밴더스

출연: 야큐쇼 쇼지 

*스포일러 주의




8점- 삶은 내가 가꾸는 꿈꾸는 정하는 보내는 일상의 반복들


  <패터슨>과 비슷한 일상을 그린 영화가 나왔다. 빔 밴더슨의 <퍼펙트 데이즈>다. 일상성!이란 무엇일까. 매일매일 반복되는 행위를 죽기 전까지 보내야 한다. 이고 가야 할 일상은 무겁다. 그 짐을 때로는 즐겁게 때로는 힘들게 지고 간다. 일상은 그날이 그날 같지만 자세히 보면 똑같은 시간은 없다. 고대 그리스 철학자 헤라클레이토스가 말했듯이 "우리는 같은 강물에 두 번 목욕하지 않는다." 하루를 사는 인간은 위대하다.


  일상에서 반복은 필수불가결하다. 일어나면 씻어야 하고, 씻었으면 일하러 나가고, 일하면 먹어야 하고, 먹으면 자야 한다. 자고 나면 다시 일어나 씻어야 한다. 주인공은 도쿄 시부야의 공공시설 청소부 '히라야마'다. 그도 마찬가지다. 반복되는 일상을 살아간다. 월화수목금토일~ 똑같다. 그렇지만 미세한 차이가 있다. 그 차이를 보여주는 영화다. 




  히라야마는 거리를 쓰는 비질 소리에 눈을 뜬다. 칫솔에 치약을 묻혀 이를 닦고 면도를 하고 분무기를 들고 화초에 물을 뿌리고 유니폼을 갈아입니다. 흰 수건을 목에 두르고 계단을 내려가 자동차 열쇠와 동전을 챙겨 현관을 나간다. 하늘을 올려다보고 집 앞에 설치된 자판기에서 캔커피를 뽑는다. 커피 한 모금을 마시고 시동을 건다. 카세트테이프를 골라 음악을 들으며 도쿄 시부야 공원에 있는 공중화장실로 출근한다. 그는 공중화장실 청소부다.  


  그는 화장실 변기 앞에 쪼그리고 앉아 닦는다. 그의 손길이 닿으면 공중화장실은 호텔 화장실처럼 변한다. 휴지도 각 접어 놓고, 보이지 않는 곳은 거울을 이용해 구석구석을 체크한다. 세제를 풀어 빡빡 닦고 물기 하나 없이 깔끔하게 정리한다. 화장실을 청소하는 그의 옆, 뒷모습을 보며 '일이란 무엇인가'를 생각했다. 더러운 화장실을 치우는 작업은 냄새나고 힘들지만 즐겁게 최선을 다한다.  이 남자를 리스펙하지 않을 수 없다. 



  점심은 근처 공원에서 샌드위치와 우유로 때운다. 샌드위치 한 모금 물고 하늘을 보며 사진을 찍는다. 일렁이는 초록 나뭇잎과 바람을 느끼며 그는 셔터를 누른다. 다시 공원화장실로 이동해 세면대를 닦고, 휴지통을 비운다. 여자화장실도 그의 몫이다. 


  청소가 끝나면 옷을 갈아입고 목욕탕에 간다. 10분 정도 씻고 난 후 자전거를 타고 역 안에 있는 가게에서 저녁을 먹는다. 식당 주인은 얼음물을 주며 히라야마에게 "오늘도 수고하셨습니다." 건넨다. 충분히 힘이 나는 말이다. 공중화장실을 청소하면 땀 흘렸을 그의 수고를 이웃들은 챙겨준다. 집에 돌아와 책을 읽고 잠자리에 든다. 다시 아침이다. 밖에는 비질 소리가 들리고 그는 일어난다. 이불을 개고 칫솔에 치약을 짠다. 다시 성스럽게 시작되는 하루다.  



  히라야마의 휴일은 특별하다. 그가 찍은 필름을 맡기러 가고, 새 필름을 사서 교체한다. 현상된 사진을 집에 가져와 분류한다. 별로인 사진은 가차 없이 찢는다. 그는 필름 카메라로 하늘과 햇빛에 반사된 일렁이는 나뭇잎을 찍는다. 그는 하늘과 나무를 사랑한다. 이렇게 찍은 사진들은 통에 보관한다. 점심을 먹다 발견된 나무 밑동에서 자란 어린 새싹을 가져와 애지중지 화분에 옮겨 심는다. 매일 분무기를 들고 화초에 물을 뿌리고 조명으로 온도를 조절한다. 그는 독서가다. 그가 읽는 책은 나무에 관련된 것들이다. 헌책방에 가서 책을 사고 빨래방에 가서 빨래를 돌린다. 이자카야에서 맥주와 저녁을 먹는다. 휴일의 작은 사치다.  


   휴일이 지나면 출근한다. 영화는 한 남자가 살아가는 모습을 잔잔하게 보여준다. 관객은 그의 일상 속으로 스며든다. 그가 펼치는 일상성을 통해  물끄러미 나를 본다. 별반 다르지 않다. 일어나면 씻고, 일하고 밥 먹고 책을 읽고 잔다. 다음날 해가 뜨면 다시 일어나 하루를 시작하는 일상. 그러나 히라야마는 꿈꾼다. 꿈은 흑백으로 펼쳐지며 빛이 찬란하다. 그는 죽는 날까지 수없는 일상을 반복을 할 것이다. 그러다 어떤 하루는 펑펑 울 것이다. 삶이 씁쓸하고 세상이 힘들 때. 인생에서 완벽한 날은 언제일까. 오늘일까.  (평점 ★★★★8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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