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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샛별 May 21. 2024

[짧은 영화리뷰]<크레센도>,<류이치 사카모토:오퍼스>

샛별BOOK연구소

크레센도 (Crescendo, 2023)

정보: 다큐멘터리/ 미국/ 111분/ 2023.12.20개봉/  전체관람가

감독: 헤더 월크

출연: 임윤찬, 안나 게뉴시네, 드미트리 초니, 마린 알솝. 

*'크레센도'는 점점 크게



러닝타임 내내 뜨거움을 체험했다. 열정과 정열에 대해 생각해 본 영화였다. '반 클라이번 국제 피아노 콩쿠르'에 참여하기 위해 각국에서 온 오디션 참가자들의 인터뷰를 들으며 음악에 대한 철학을 들을 수 있어 좋았다. 특히, 임윤찬 인터뷰는 황홀했다. 어눌한 말투와 몸짓으로 음악처럼 말하는 임윤찬이었다. 연주를 하며 자신의 음악이 하늘에 닿기를 염원하다니. 작고한 피아니스트들에게 들리길 희망하다니. 숭고한 자세였다. 그는 인터뷰에서 선생님이 말씀하시길... 을 여러 번 언급했다. 그를 가르친 선생님의 영향력이 컸음을 느꼈다. 


그 마음들이 피아노로 모아졌나 보다. 그가 내는 음에는 뭔지 모를 이야기가 들렸다. 왜일까. 온 마음을 다해 연주하는 모습은 뜨겁고 진실했다. 피아노를 치며 흘리는 땀방울을 보며 예술가의 아름다움을 봤다. 18세가 표현할 수 있는 감정은  순수함의 소리처럼 들렸다. 저세상 텐션이었다. 


오디션에 참가한 피아니스트들은 인터뷰에서 연습, 연습, 연습. 연습이라는 단어를 모두 중요하게 말했다. 하루에 6시간 연습, 밥 먹고 연습, 오디션 결과를 듣자마자 다음 곡 연습. 연습이라는 말이  치열하게 들렸다. 오디션에 서기 위해 얼마나 많은 연습을 했을까...


영화를 보며 임윤찬 베토벤 곡을 들으며 걸었던 제주의 바다가 생각났다. 바닷가 바위에 앉아 그의 음을 들었던 축복된 시간. 잊지 못할 시간의 한 컷이다. 임윤찬은 결승곡 라흐마니노프 곡을 치며 오케스트라, 지휘자와 하모니를 이룬다. 관객들은 브라보를 외친다. 언어는 장벽이 될 수 있지만 음악은 경계가 없다.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선율... 피아노를 연주하며 그 아름다움에 취하는 사람. 한 위대한 예술가의 탄생이다. 영원하라! 




류이치 사카모토: 오퍼스 (RYUICHI SAKAMOTO: OPUS, 2023)

정보: 다큐멘터리/ 일본/ 103분/ 2023.12.27개봉/  전체관람가

감독: 네오 소라

출연: 류이치 사카모토



올해 마지막 영화였다. 영화는 류이치 사카모토가 임종 전 연주한 20곡을 들려준다.  무대 위는 온통 피아노처럼 흑과 백이다. 감독은 단조로운 화면을 최대한 편집했다. 피아노를 칠 때 보여줄 수 있는 모든 씬이 나왔다. 피아노 치는 모습을 찍을 때 어떻게 연출할지 될 수 있겠다. 카메라 구도와 각도, 편집에 집중하면서 봤다. 씬의 변화는 조명을 컸다 켰다, 좌우, 양옆, 클로즈업 등 다양하게 연출했다. 


백발을 한 류이치 사카모토가 누르는 음들이 서글프게 들렸다. 인생이 그려지는 한음 한음이다. 나는 하루하루를 이렇게 살았고 걸어왔노라고 아름답게 들려준다.  그가 누르는 음 하나마다 세월을 가늠해 본다. 힘줄이 툭툭 튀어나온 위대한 손. 평생을 건반 위에 있었을 손. 손을 클로즈업할 때 삶과 죽음을 느꼈다. 인생이란 무엇일까.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 모든 것은 지나간다. <크레센도>에서 한 예술가의 탄생을 봤다면 이 영화에서는 한 예술가의 죽음을 본다. 전 세계인을 위로해 준 작곡가이자 피아니스트. 그리고 영화음악가. 그는 마지막 솔로 무대에서 힘겹게, 온 힘을 다해 자신의 인생을 마지막으로 정리한다. 


그의 연주를 들으며 나도 한 해를 정리할 수 있었다. 그의 숨소리를 들을 때마다 조금 놀랐지만... 연주중 류이치 사카모토의 "잠시 쉬었다 갑시다"라는 육성이 들렸다. 그 말마저 의미심장했다. 살면서 힘겨울 때 잠시 쉬었다 가야 한다는 듯 말이다. 영화를 보며 몇 분 동안은 고 이선균 배우를 생각했다. 그의 선택을...  그와 우리들의 실수를. 악랄한 세상을... 2023년을 돌려보며 스치는 시간들. 잊었던 감정들. 떠오르는 상념들... 안녕. 2023. 한 예술가는 떠났지만 그의 음악은 영원히 남을 것이다. "인생은 짧고 예술은 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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