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의 작업실 4. 계단

포토 에세이

by 샛별

오지랖이다. 나는. 그냥 즐기면 될 텐데 이 계단을 보는 순간. 으악!부터 소리를 냈다. 앗. 너무 가파르잖아. 위험한데. 아르바이트생들 서빙 어쩌냐. 무릎은 괜찮나. 걱정은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알바생이 면접 보러 왔을 때 이 계단을 봤다면 분명 망설였을 텐데. 일하기로 결정한 알바생도 대단하다. 가게에서 서빙할 때 정신 바짝 차리고 계단을 내려오지 않으면 큰 사고가 날 거 같았다. 더욱이 술과 식사 메뉴를 파는 스몰 펍. 손님이 주문한 칼스버그는 칼스버그 잔에 블랑은 블랑잔에 담아야 한다. 직원들은 감자튀김을 쟁반에 얹어 저 가파른 계단을 올라야 한다.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내려오다 유리잔이 깨지기라도 하면 곤란할 텐데... 발을 헛디뎌 미끄러지면 어쩌나 괜한 근심만 한가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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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계단에 트라우마가 있다. 어린 시절 가파른 계단이 있는 집에서 살았다. 어느 날 엄마랑 목욕탕을 가기로 하고 내려오다 발을 헛디뎌 굴러 떨어졌다. 늘 조심했을 텐데 이날은 엄마랑 목욕탕을 간다니 들떴나 보다. 깨어보니 방에 누워 있었다. (병원이 아닌 ㅎㅎ). 떨어지면서 몸은 다치지 않았지만 순간 정신을 잃었었다. 어린 마음에 나는 목욕탕에 못 간 게 너무 속상했다. 그 뒤로 계단만 보면 무섭다. 조심조심, 살금살금 발을 내딛는다. 옆에 뭐라고 꼭 붙들고 할머니처럼 내려온다.


저 레스토랑 계단 각도는 45도쯤 되려나. 계단과 계단 사이 폭도 좁고, 위험했다. 화장실 갈 때 한 번, 집에 갈 때 한 번. 두 번을 오르락내리락했는데 덜덜 떨었다.(고소공포증도 있다.) 이번에는 늦은 저녁에 가서 맥주만 마셨는데 곱창토마토스튜 파스타, 명란새우크림 리조또도 유명한 집인 거 같았다. 피자와 샐러드도 맛있어 보였다. 음식까지 서빙하려면...


나야 전망 좋은 루프탑에서 해지는 남산 뷰를 즐기는 기분은 최고였지만 저곳을 오르내릴 알바생들의 땀방울을 상상해봤다. 여긴 젊은 층들이 많고, 1층, 2층, 옥상까지 만석이었다. 우연히 들어간 가게는 북적북적 핫플레이스였다. 클럽 음악으로 숨통이 트였고, 루프탑에서 나누는 대화는 진솔했다. 다만. 저놈의 계단. 서빙하는 공간만이 열악했다. 시급이라도 넉넉히 받으면 좋겠다 생각했다. 부디 알바가 끝날 동안 계단에서 무사히!(엄마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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