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프랑켄슈타인>(감독: 제임스 웨일/1931년)에 나왔던 괴물( 보리스 칼로프 역)은 유명하다. 이 괴물은 현재까지도 프랑켄슈타인의 모델이 되고 있다. 영화는 메리 셀리가 쓴 <프랑켄슈타인>을 원작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원작에서 프랑켄슈타인은 괴물이 아니다. 프랑켄슈타인은 과학자 이름이다. 과학자 프랑켄슈타인이 '괴물'을 만들었는데 영화에서 괴물 이름을 '프랑켄슈타인'이라 짓는 바람에 괴물=프랑켄슈타인으로 고착화되어 버렸다.
영화 (1931년 작품) 괴물: 보리스 칼로프감독: 제임스 웨일
메리 셸리의 <프랑켄슈타인>(1818)은 젊은 과학자 빅터 프랑켄슈타인이 자신이 창조한 생명체 ‘괴물’에게 습격을 당한다는 내용이다. 고전적인 공포소설이다. 프랑켄슈타인은 자신이 2년 동안 심혈을 기울여 만든 괴물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괴물을 피해 다니는 프랑켄슈타인은 가족과 약혼녀가 있는 제네바로 돌아가려 했다. 때마침 프랑켄슈타인은 어린 동생 제임스가 죽었다는 편지를 받는다. 프랑켄슈타인은 동생을 죽인 범인이 자신이 창조한 괴물임을 직감하며 이야기는 펼쳐진다. 책은 복제 생물 및 인공 생명체 창조가 가능해질 경우 창조자가 된 인간이 자신의 피조물을 어디까지 책임질 수 있을지에 대한 철학적 질문을 던진다. 한편 작품은 최초로 인공 생명체의 창조와 그에 따른 윤리적 문제를 다룬 과학소설로도 평가받는다.
프랑켄슈타인은 2년 동안 ‘생명 없는 육신에 숨을 불어넣겠다는 열망’(p.72)으로 휴식도, 건강도 포기하며 열정적으로 실험에 매달린다. ‘인간 창조’에 대한 실험은 처음 계획과는 달리 ‘키가 대략 2.5미터가량 되고 몸집도 그에 맞게 거대’(p.66) 하게 만들어진다. 이를 본 빅터 프랑켄슈타인은 ‘숨 막히는 공포와 혐오만이 내 심장을 가득 채우는 것’이 되었고 자신이 창조한 것이 ‘참혹한 괴물’(p.73)이 되었다고 말하며 자신의 창조물을 외면한다.
연극 공연실황 미국 130분 2019 .03.14 개봉 감독: 대니 보일 출연: 베네딕트 컴버배치,
괴물은 창조주에게 외면받고, 떠돌이 생활을 시작한다. 갈 곳이 없는 괴물은 어느 오두막집에 몰래 숨어 지내며 그곳에서 사는 사람들 모습을 관찰한다. 오두막집에 지내는 노인은 드 라세로 프랑스 가문 출신이었으나 몰락하여 아들 펠릭스, 딸 아카타와 함께 독일에 정착했다. 오두막집 사람들 대화는 괴물에게 ‘매번 새롭고 경이로운 것들에 눈을 뜨게’(p.159) 해주었으며 ‘인간 사회의 기이한 체제가 해명’되었다. 괴물은 ‘재산 분배며 막대한 부와 누추한 빈곤, 계급, 가문, 그리고 고귀한 혈통에 대한 이야기’(p.159)도 알게 된다. 괴물은 그들을 통해 말을 배우고 글을 익혔다. 그들을 몰래 탐구하며 자신을 성장시켰던 괴물. 더욱이 괴물은 오두막집 사람들이 가난하지만 서로 보듬고 아끼는 모습에 감명을 받는다. 괴물은 오두막집 식구들을 보면서 ‘나는 깊은 감동을 받았다.’(p.170)라고 말한다.
그러나 프랑켄슈타인의 동생 윌리엄은 괴물에게 죽임을 당한다. 이에 무고하게 연루된 하녀 유스틴은 억울하게 죽는다. 둘의 죽음으로 아버지는 실의에 빠지고, 갑자기 상갓집이 된 빅터네 가족은 샤모니 계곡(알프스산맥)으로 여행을 떠난다. 비가 오자 빅터는 혼자 몽탕베르산 정상에 올라 거대한 빙하를 보러 간다. 정상에 도착한 빅터 앞에 괴물이 나타나자 그는 부들부들 떨며 “악마”(p.131)라고 외친다. 괴물은 “나는 자애롭고 선했다. 불행이 나를 악마로 만들었다. 나를 행복하게 만들어라, 그러면 다시 미덕을 지닌 존재가 될 테니.”(p.133)라고 말한다. 괴물은 곧 이렇게 외친다.
나에 대한 당신의 의무를 다하라. 132쪽
<프랑켄슈타인> 메리 셸리, 문학동네, 132쪽.
당신이 나를 만들었으니 "나에 대한 당신의 의무를 다하라"라는 말이다. 이 말은 괴물의 절규이다. 자신이 원하지도 않았는데 세상에 나왔고, 세상에 나오자마자 부모나 다름없는 창조자에게 버림받았다. 자기처럼 생긴 사람은 이 지구 상에 아무도 없다. 괴물은 인간도 동물도 아니다. 자신의 정체성이 흔들린다. 괴물은 철저하게 고독하다. 자신과 비슷한 인종도 없고, 자신을 보면 사람들은 기절하거나 쓰러진다. 너무 혐오스럽게 만들어진 괴물. 인간과 다른 이방인. 이런 존재이기에 괴물은 친구가 필요했다. 자기와 비슷한 처지의 또 다른 사람이 한 명이라도 있으면 좋았겠다고 말이다. "나에 대한 당신의 의무를 다하라"(p.132)는 마치 자식이 부모에게 하는 말 같다. 태어나게만 하고 돌보지도 사랑하지도 않는 부모. 심지어 학대까지 하는 부모에게 외치는 경고의 함성이다. 저 고독한 문장은 내가 어떤 존재이건 있는 대로 받아들이고 어떤 모습이든 평가하지 않으며 사랑으로 보듬어 달라는 절규이다.
괴물은 자신을 창조한 프랑켄슈타인에게 “나를 위해 여자를 만들어 달라. 내 존재에 필요한 공감을 함께 나누며 살아갈 수 있도록. 이건 당신만이 할 수 있는 일이다.”(p.194)라며 부탁한다. 그러나 프랑켄슈타인은 “네놈과 같은 존재를 하나 더 창조한다면, 둘이 합심하여 악행을 저질러 세상을 참혹하게 만들 수도 있다.”라며 청을 거절한다. 괴물은 여자를 만들어주면 “우리는 서로를 더 깊이 아끼고 사랑하리라. 우리의 삶이 행복하지는 않겠지만, 남을 해치지도 않을 테고 지금 내가 느끼는 이런 불행도 알지 못할 것이다.”(p.195)라고 하더니 “내 청을 거절하지 말아 다오!”(p.195)라고 말한다. 고민에 빠진 프랑켄슈타인이다. '죽느냐 사느냐 그것이 문제로다'라고 말한 햄릿의 고뇌처럼 프랑켄슈타인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처지가 되어 버렸다.
영화 <메리 셸리: 프랑켄슈타인의 탄생> 2018.
괴물은 자신의 삶을 브리핑하듯 프랑켄슈타인에게 읊조린다. 이에 조금은 마음을 움직인 그는 괴물에게 여자를 만들어주겠다고 약속한다. 약속은 했지만 계속 갈등 중인 프랑켄슈타인은 아버지에게 이 사실을 비밀로 하고 영국으로 떠난다. 영국에 도착한 주인공은 스코틀랜드 외딴 지역에 혼자 지내며 작업을 시작한다. ‘작업이 진척되자 점점 더 짜증스럽고 끔찍해’ 지며 도무지 마음을 잡지 못한다. 화자는 실험을 하면서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며 ‘서로를 싫어할 수도 있었다. 이미 살아 있는 피조물은 일그러진 자기 형상을 증오하는데’(p.225)라며 격한 감정에 만들고 있던 것을 갈가리 찢어버린다. 이를 본 괴물은 자신의 모습을 드러낸다. 프랑켄슈타인은 결의의 목소리로 “꺼져버려! 나는 약속을 파기한다. 네놈만큼이나 흉측하고 사악한 괴물을 다시는 만들어내지 않겠다.”(p.227)라고 외친다.
분노한 괴물이 프랑켄슈타인의 친구 클레르발과 신부 엘리자베스를 죽여버리자, 괴물을 죽이기 위해 추적에 나선 프랑켄슈타인은 극도로 쇠약해져 선장 월턴에게 괴물을 부탁하고 먼저 숨을 거두고 만다. 프랑켄슈타인은 괴물을 죽이기로 결심했으나 자신이 먼저 죽음을 맞이한다. 이를 본 괴물은 “당신이 아무리 비참하게 무너졌다 한들, 내 괴로움이 당신보다 훨씬 크니까.”(p.302)라는 말을 남기며 자신의 할 일도 끝났다며 스스로 불에 타 죽으리라 말하고 떠난다. 비극이다. 결국 프랑켄슈타인도 괴물도 최후를 맞는다. 인간의 탐욕으로 한 생명이 태어나고, 그 생명은 또 다른 악행을 저지르고 결국 스스로 멸하고 말았다. 괴물은 내내 이런 마음이지 않았을까.
"제가 청했습니까. 창조주여, 흙으로 나를 인간으로 빚어달라고?
제가 애원했습니까, 어둠에서 끌어올려달라고?" <실낙원>
여성작가가 이 소설을 19살에 썼고, 21살에 완성했다니 믿기지 않는다. 2021년 기준 203년이 된 작품이다. 그럼에도 인간의 절대 고독, 피해자와 가해자. SF 소설, 생명 복제, 과학기술과 윤리 등을 논하기에 충분한 책이다.
창작 뮤지컬 <메리 셸리> 2021년 8월 7일~10월 31일 KT&G 상상마당 대치 아트홀에서 공연할 예정.
발췌
-새로운 종(種)이 생겨나 조물주이자 존재의 근원인 나를 축복하리라. 헤아릴 수도 없는 행복하고 탁월한 본성들이 내 덕에 탄생하리라. 나만큼 자식의 감사를 받아 마땅한 아버지는 이 세상에 다시없으리라. 이런 생각들을 따라가던 나는 무생물에 생명을 불어넣을 수 있다면, (지금은 불가능해도) 시간이 지나면 겉보기에는 죽음으로 부패된 육신에도 새 생명을 줄 수 있겠다는 데 생각이 미쳤다.(p.67)
-하느님, 맙소사! 그 누런 살갗은 그 아래 비치는 근육과 혈관을 제대로 가리지도 못했다. 윤기가 자르르 흐르는 흑발은 출렁거렸고 이빨은 진주처럼 희었지만, 이런 화려한 외모는 허여멀건 눈구멍과 별로 색깔 차이가 없는 희번덕거리는 두 눈, 쭈글쭈글한 얼굴 살갗, 그리고 일자로 다문 시커먼 입술과 대조되어 오히려 더 끔찍해 보일 뿐이었다.(p.73)
-내 친구들과 친척들은 어디에 있는가? 내 유년기를 지켜본 아버지도 없으며, 미소와 부드러운 손길로 나를 축복해 준 어머니도 없다. 있다 한들 전생의 내 삶은 이제 시커먼 얼룩, 아무것도 분간할 수 없는 시커먼 빈 공간이 되어버렸다. 기억이 나는 첫 순간부터 이미 나는 그때와 똑같은 키와 덩치였다. 그때까지 나를 닮은 존재도, 나와 관계가 있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만나본 적이 없었다. 나는 무엇일까? 그 질문이 또다시 튀어나왔지만, 대답이라고는 신음뿐이었다.(p.161)
-그들의 감정은 잔잔하고 평화로웠으나, 내 감정은 날마다 더욱 격 해지만 했다. 지식이 쌓일수록 내가 얼마나 비참한 추방자인지를 절실히 느끼게 되었다. 물론 희망은 간직하고 있었다. 그러나 물속에 비치는 내 모습이나 달빛에 비치는 내 그림자를 볼 때면, 덧없는 허상이고 변덕스러운 그늘일 뿐인데도, 희망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p.175)
-‘바로 그 일을 하려고 합니다. 그리고 바로 그러기 위해 나를 사로잡는 무수한 공포심을 극복해야 했습니다. 이 친구들을 나는 깊이 사랑합니다. 그들은 알지 못하지만 몇 달 동안 날마다 그들을 위해 친절을 베풀어왔습니다. 그러나 그들은 내가 해를 끼치려 한다고 믿고 있어서, 그 편견을 제가 뛰어넘어야 한답니다.’(p.179)
-“사람들은 모두 나를 얼마나 증오하겠는가! 하지만 당신, 내 창조자인 당신이 나를 혐오하고 내치다니. 나는 네 피조물이고, 우리는 둘 중 하나가 죽음을 맞지 않는 한 끊을 수 없는 유대로 얽혀 있다. 당신은 나를 죽이려 하겠지. 감히 당신이 이렇게 생명을 갖고 놀았단 말인가? 나에 대한 당신의 의무를 다하라. 그러면 나도 당신과 나머지 인간들에 대한 의무를 다하겠다. 내 조건에 동의한다면 나도 인간들과 당신을 평화롭게 내버려 두겠다. 하지만 거절한다면, 살아남은 당신 친구들의 피로 배부를 때까지 죽음의 밥통을 채울 것이다.”
“혐오스러운 괴물! 진정 사악한 악마로군! 네놈이 저지른 죄에 복수하려면 지옥의 고문으로도 성에 차지 않겠어. 끔찍한 악마! 네놈이 감히 창조해주었다고 나를 비난하다니. 그러면 와라, 내 그렇게 경솔하게 내렸던 생명의 불씨를 꺼뜨려줄 테니.”(p.132)
-“나는 외롭고 불행하다. 사람들은 나와 어울리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나처럼 기형이고 추악한 존재라면 날 거부하지 않을 것이다. 내 반려자는 나와 똑같은 종족이고 같은 결함을 가져야만 한다. 당신은 바로 이런 존재를 창조해 내야 한다.”(p.192)
-“나를 위해 여자를 만들어달라. 내 존재에 필요한 공감을 함께 나누며 살아갈 수 있도록. 이건 당신만이 할 수 있는 일이다. 그리고 이 요구는 당신이 거절할 수 없는 내 권리의 주장이다.”
-“거절하겠다.” 내가 말했다. “그리고 어떤 고문을 해도 내 동의는 얻어낼 수 없을 것이다. 네놈이 나를 세상에서 가장 비참한 인간으로 만들 수 있을지는 몰라도, 나 자신의 눈에 저열한 인간으로 만들 수는 없다. 네놈과 같은 존재를 하나 더 창조한다면, 둘이 합심하여 악행을 저질러 세상을 참혹하게 만들 수도 있다. 꺼져라! 나는 이미 대답했다. 고문을 해도 좋지만 결코 동의하지 않을 것이다.”(p.194)
-“나처럼 추악한 모습을 한 이성(異性) 피조물을 요구하겠다. 만족감은 적겠지만 그 이상은 절대 얻을 수 없다면 만족하겠다. 물론 우리는 세상과 단절된 괴물들로서 살아가리라. 그러나 바로 그렇기에 우리는 서로를 더 깊이 아끼고 사랑하리라. 우리의 삶이 행복하지는 않겠지만, 남을 해치지도 않을 테고 지금 내가 느끼는 이런 불행도 알지 못할 것이다. 오! 창조주여, 나를 행복하게 해다오! 딱 한 가지 은혜를 베풀어 당신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갖게 해다오! 나도 내가 다른 존재의 마음에 연민을 불러일으키는 광경을 보고 싶다! 내 청을 거절하지 말아다오!(p.195)
-자기가 창조되기 전에 맺어진 약조를 거부할 수도 있었다. 형상을 증오하는데, 눈앞에 똑같은 형상이 여자의 모습을 나타나면 더 큰 증오심을 품지 않을까? 그녀 또한 그를 혐오하며 등을 돌려 인간의 우월한 아름다움을 열망할지도 모른다. 그녀가 떠나면 그는 다시 혼자 남을 것이고, 자기와 같은 종족에게도 버림을 받는다면 이 새로운 도발에 분노가 폭발할지 모른다.(p.225)
-나는 광기에 사로잡힌 채 그와 같은 존재를 또 하나 만들어주겠다던 약속을 떠올리고는, 격한 감정에 부들부들 떨며 내가 몰두해 만들고 있던 것을 갈가리 찢어버렸다. 괴물은 장래의 행복을 걸었던 피조물이 내 손에 파괴되는 모습을 보고, 악마 같은 절망과 복수의 울부짖음을 뱉으며 물러나 사라졌다.(p.226)
-“당신이 시작한 일을 파괴해버리다니, 의도가 무엇인가? 감히 약속을 깨고자 하는가? 나는 고생과 불행을 감내했다. 당신과 함께 스위스를 떠나왔다. 버드나무 무성한 섬들을 따라 라인강변을 기었고, 그 언덕 봉우리까지 올라섰다. 영국의 히스 평원과 스코틀랜드의 사막에서 몇 달을 살았다. 헤아릴 수 없는 피로와 추위와 굶주림을 참아냈다. 감히 당신이 내 희망을 파괴하려 하는가?
-“꺼져버려! 나는 약속을 파기한다. 네놈만큼이나 흉측하고 사악한 괴물을 다시는 만들어내지 않겠다.”(p.227)
-이런 관점에서 처음 창조한 괴물이 동반자를 창조해달라고 했던 요구를 거절했고, 그 거절은 정당했습니다. 놈은 비길 데 없는 악의와 이기심을 보여주었습니다. 내 친구들을 살해했습니다. 비범한 감각, 행복, 그리고 지혜를 지닌 존재들을 파괴하는 데 매진했습니다. 이 복수심의 갈증이 어디서 끝날지 저도 모릅니다. 그 자신이 불행한 존재이니, 또 다른 이를 불행하게 만들 수 없다면 죽어야 할 것입니다. 그를 파괴하는 일은 내 사명이지만, 저는 실패했습니다. 이기적이고 사악한 동기에서 지난번 대장님께 제가 미처 다 하지 못한 일을 완수해달라고 부탁드렸습니다.(p.295)
-한때는 이 외모를 용서하고 내가 풍기는 훌륭한 자질들을 사랑해줄 존재들과 만나고 싶다는 헛된 희망을 품었다. 명예와 헌신이라는 고아한 생각에서 자양분을 얻었다. 그러나 이제 죄악으로 가장 미천한 짐승보다 못한 존재로 전락했다. 어떤 범죄도, 어떤 악행도, 어떤 악의도, 어떤 불행도 내가 겪은 것에 비할 수 없다. 내가 저지른 끔찍한 것들을 하나씩 돌이켜보면, 한때 숭고하고 투영한 미와 위풍당당한 선의 비전으로 사고가 충만했던 존재라는 게 믿기지 않는다. 그러나 사실이다. 타락한 천사가 사악한 악마가 되는 법이다. 하지만 심지어 신과 인간의 원수에게조차 외로움을 함께할 친구와 동료가 있다. 나는 철저히 혼자다.(p.300)
-안녕히! 이제 난 당신을 떠난다. 그리고 당신은 내 눈이 보게 될 마지막 인간이 되겠지. 이제는 작별이다. 프랑켄슈타인! 아직 살아 있어 내게 복수심을 품고 있다면, 나를 죽이는 것보다 살려두는 편이 오히려 나았을 테지. 하지만 그러지 못했다. 당신은 내가 더 큰 불행을 초래할까 봐 두려워 나를 파멸시키려 했으니까. 하지만 혹시라도, 나로서는 알 수 없는 방식을 통해 당신이 아직 생각하고 느낄 수 있다면 나를 불행하게 만들고자 내 목숨을 원치 않을 거다. 당신이 아무리 비참하게 무너졌다 한들, 내 괴로움이 당신보다 훨씬 크니까. 회한의 쓰라린 가책은 죽음이 영원히 상처를 덮어버리지 않는 한 상처 속에서 끝없이 곪아갈 테니까.(p.302)
창작 뮤지컬 <프랑켄슈타인> 2014년 초연 당시 제8회 ‘더 뮤지컬 어워즈’에서 ‘올해의 뮤지컬’과 ‘올해의 창작 뮤지컬’에 선정. 왕용범 연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