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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샛별 Jul 30. 2021

영화 <그린 북> 리뷰

샛별의 씨네수다 8.

영화 <그린 북>


• 감독: 피터 패럴리

• 장르: 드라마

• 국적: 미국

• 주연: 비고 모텐슨(토니 발레롱가), 마허살리 알리(돈 셜리 박사), 린다 카델리니(돌로레스)

• 개봉: 2019.1. (12세 관람가)

• 상영시간: 130분

 * 스포일러 있습니다.


@ 사진 출처: 네이버 영화

 영화 <그린 북>은 1962년 미국을 배경으로 찍었다. 영화는 허풍쟁이 입담과 주먹만 믿고 살아가던 토니 발레롱가(비고 모텐슨)와 천재 피아니스트 돈 셜리(마허샬라 알리) 박사의 케미를 보여준다. 토니는 나이트클럽 지배인이었으나 클럽이 문을 닫자 셜리 박사의 운전기사로 취직한다. 토니는 운전사+매니저 역할도 겸해야 했다. 공연을 위해 남부 투어를 하며 좁은 차 안에서 벌어지는 둘의 티격태격하는 모습은 아슬아슬하지만 코믹하다.


 토니 발레롱가와 돈 셜리의 특별한 여정을 그린 <그린 북>은 뉴욕에서 펜실베이니아, 오하이오, 인디애나, 켄터키, 테네시 등 미국의 동부 해안지역을 따라 내려가 남부로 향하는 두 사람의 여정을 복원한다. 돈 셜리는 백악관에 초청되는 등 미국 전역에서 콘서트 요청을 받으며 명성을 떨치고 있었다. 그런데 그는 왜 위험하기로 소문난 남부 투어를 결심했을까. 영화를 보면서 이 지점을 찾는 시선도 중요해 보인다. 백인 사회에서 이방인으로 살아가는 돈 셜리는 흑인을 대변하기 위해 공연에 나섰을까. 흑인이지만 클래식 연주자로 성공한 자신의 모습을 백인 사회에 드러내고 싶었을까. 토니는 셜리를 수행하며 이 부분에 골똘한다. 편하게 셜리가 뉴욕에서 연주했어도 좋았을 텐데 자신을 환영하지 않는 남부 투어라니.


  셜리는 토니에게 공연장에 도착하면 제일 먼저 피아노가 '스타인웨이'인지 점검하고 호텔방에 위스키 한 병이 있는지도 체크하란다. 셜리는 매일 밤마다 위스키를 마신다. 토니는 혼자 마시지 말고, 자기랑 같이 마시자고 치근댄다. 셜리의 의사는 상관없이 막무가내로 개입하는 토니이다. 좌충우돌 캐릭터 토니는 영화에서 생기를 담당하고 있다. 이번엔 켄터키주를 지나가다 '프라이드치킨' 가게를 보게 된 토니는 차를 세우고 치킨을 사 온다. 토니는 차에서 운전을 하며 치킨을 먹다가 박사에게도 한 조각 치킨을 먹어보라고 권한다. "한 번 잡셔봐" 딱 이런 심정이다. 셜리 박사가 자신은 “평생 프라이드치킨을 먹어본 적 없어요.”라고 하자 토니는 놀란다. 토니는 “개소리! 당신네 사람들 프라이드치킨에 옥수수 이런 거 좋아하잖아.”라며 툴툴댄다. 토니는 셜리에게 자꾸 치킨을 먹으라고 고집을 부린다.

#차 안에서


토니: 좀 드실래요?

셜리: 고맙지만 사양할래요.

토니: 먹어본 중 초고의 켄터키 프라이드치킨이네 현지 음식이라 그렇겠죠?

셜리: 당신 같은 식성의 소유자는 처음이오.

토니: 넉넉히 샀으니까 좀 잡숴봐요.

셜리: 평생 프라이드치킨을 먹어본 적 없어요.

토니: 개소리! 당신네 사람들 프라이드치킨에 옥수수 이런 거 좋아하잖아요. 군대 있을 때 흑인 요리사가 그것만 만들어 주던데.

셜리: 나에 대해 상당히 편협한 판단을 내렸네요, 토니.

토니: 그렇죠, 제가 그런 걸 잘해.

셜리: 판단을 잘못했다고요. 흑인이라고 다 같은 음악이나 같은 음식을 좋아하는 건 아니에요.

토니: 잠깐만, 누가 이태리 놈들은 다 피자랑 스파게티 좋아한다고 그래도 난 기분 안 나쁜데?

셜리: 요점은 그게 아니잖아요. 당신은 지금 모든 흑인이...

토니: 먹을 거예요, 말 거예요?

셜리: 안 먹어요.

토니: 냄새 정말 좋지 않아요?

셜리: 냄새는 괜찮지만 담요에 기름이 묻으면 곤란해서요.

토니: 그깟 담요 좀 더럽히면 어때서. 부탁이니 한 조각만 먹어봐요. 안 죽어.

셜리: 싫어요.

토니: 받아요, 던지기 전에.

셜리: 그런 짓 하지 말아요!

토니: 그럼 하나 먹어봐요.

셜리: 어떻게? 접시나 포크 있어요?

토니: 개소리! 손으로 들고 먹어요. 원래 그렇게 먹는 거요.

셜리: 그건 안 돼요.

토니: 빨리 받아요, 운전해야 하니까. 핸들 양손으로 잡으라면서요. 빨리 받아요. 빨리빨리!

셜리: 정말 못하겠어요,

토니: 그냥 좀 먹어요! 맙소사. 그래서 별로요?

셜리: 좀 비위생적인 거 같네요.

토니: 뭔 상관이람? 그냥 편하게 맛을 음미해요. 우리 아버지가 말씀하시길 뭘 하든 완벽하게 하랬어요. 일할 때는 일만 하고 웃을 때는 온전히 웃으라고. 먹을 땐, 최후의 만찬처럼 배 터지게. 하나 더? 가슴살, 맛있는 부위죠. 받아요?

셜리: 뼈는 어떻게 해요?

토니:(뼈를 창문 밖으로 던지자 박사도 따라 던진다) 잘하시네. 왜 그래요, 박사 다람쥐들이 다 먹을 거라고.

셜리: 주워요, 토니.

토니: 자연으로 돌아가게 되어 있다고! 주우라고 했어요. 젠장.


 셜리 박사는 프라이드치킨을 먹어본 적 없다. 치킨은 누가 먹었던 음식일까. 프라이드치킨은 흑인 노예들이 즐겨 먹던 음식이었다. 당시 오븐이 없었던 흑인들은 백인들이 즐겨 먹었던 로스트 치킨을 만들지 못했고 자신들만의 닭 요리를 만들었다. 그것이 지금의 프라이드치킨이 된 것이다. 치킨의 유래에는 흑인의 가난이 서려 있다. 그래서 토니는 셜리에게 '당신네 사람들 프라이드치킨에 옥수수 이런 거 좋아하잖아요.'라고 말했던 것. 어쨌든 셜리 박사는 토니가 끈질기게 권한 탓에 치킨을 한 조각 맛본다. 흑인들의 음식을 거부했던 셜리에게 이 치킨 조각은 마음의  빗장을 푸는 힘이 되었을까. 뜨끈한 김이 모락모락 나는 치킨을 먹으며 셜리와 토니는 서로에 대한 선입견을 조금씩 수정한다.  


  노스캐롤라이나주 롤리에서 공연을 하게 셜리는 피아노 연주 후 화장실을 들어간다. 이를 본 지배인은 셜리에게 “저기 밖에 전나무 앞에” 있는 화장실을 사용하라고 알려준다. 허름한 화장실을 본 셜리는 그 화장실이 싫다고 하자 지배인은 ‘불평하는 사람 없던데’라며 보기보다 괜찮다고 말한다. 셜리는 꾹 참으며  ‘숙소 화장실에 다녀올 수도 있지만 적어도 30분 걸린’다고 했더니 지배인은 ‘기다려주지’라는 말을 남긴다. 흑인은 화장실 사용도 차별받는다. 충격적이었다. 특히 셜리는 공연장에 초대된 연주자 아닌가. 연주자한테 화장실 사용도 금지시키는 백인들의 무례한 의식은 도대체 어디에서 나온 것일까.

#화장실 앞에서


지배인: 잠시만, 돈. 아름다운 연주였어요. 화장실을 찾나? 내 알려주지,

셜리: 네

지배인: 저기 밖에 전나무 앞에 있어.

셜리: 저기는 싫은데요.

지배인: 무슨 소리, 보기보다 괜찮아.

셜리: 경험에서 하시는 말씀인가요?

지배인: 불평하는 사람 없던데.

셜리: 숙소 화장실에 다녀올 수도 있지만 적어도 30분은 걸립니다.

지배인: 기다려주지.

토니: 차 세워줄 테니 숲에다 일 봐요.

셜리: 동물들이나 하는 짓이에요.

토니: 모텔까지 20분은 걸린다고요!

셜리: 불평 그만하고 서둘러요. 그래야 공연도 빨리 끝내죠.

토니: 이게 당신과 내 차이예요. 난 숲에다 쌀 수도 있는데.

셜리: 그건 잘 알죠?

토니: 왜 나한테 심통을 내요? 내가 만든 규칙도 아닌데.

셜리: 아니라고? 그럼 누가 만들었어요?

토니: 어? 나도 백인이니 그게 그거라는 거요? 방금 말 편견적인 거 알아요? 아주 편견적이라고. 저런 저택에 사는 놈들보다 노점상 하는 유대인하고 더 공통점이 많아요,

셜리: 난 정면을 봐요.

토니: 마음에 안 들면 그 소리지.

셜리: 정면을 보라고요!


  결국 토니와 셜리는 숙소 화장실을 다녀온다. 그리고 다시 연주회장 만찬에서 셜리는 백인들에게 웃음을 보인다. 이를 지켜본 토니는 "어떻게 저렇게 웃으면서 악수를 할 수가 있지? 나 같음 그런 개소리 들으면 거실에 싸 버렸을 거요."라고 말하자 옆에 있던 연주자가 "이런 일은 또 일어날 거니까. 화를 잘 다스리라고" 충고를 한다. 백인 우월주의가 여지없이 보이는 부분이다. 이런 장면은 영화 곳곳에 등장한다. 셜리와 토니가 양복점에 양복을 맞추러 가자 양복점 주인은 셜리에게는 양복을 입어보지 못하게 한다. 또, 연주회장 식당 사용도 제한했다. 토니는 이럴 때마다 분통이 터진다. 백인들이 박애, 평등을 아무리 외쳐도 흑인들에게 저지른 야만적인 행동은 용서받지 못할 것이다.


  북부에서 공연하면 이런 대접도 받지 않았을 셜리 박사는 왜 남부 투어를 자청하며 이런 수모를 겪을까. 남부 투어를 통해 연주자 피아니스트이자 흑인인 자신을 통해 흑인에 대한 편견이 씻기길 원했을지도 모른다. 이런 일이 또 일어날 거라는 연주자의 말은 그동안 셜리가 겪을 수치를 짐작하고도 남는다. 그렇지만 토니는 화내지 않고 순순히 저항한다. 당신들이 사용하는 화장실은 못 사용해도 당신들이 지정해 준 화장실은 사용하지 않겠다는 자존심은 보여줬다.

  토니는 백인이기 때문에 흑인들이 겪는 수모를 알지 못했다. 셜리를 수행하며 토니는 흑인 차별을 몸소 터득하는 한다. 토니는 부당하다고 느낀다. 차를 운전하는데 경찰이 토니를 세우더니 뒷좌석에 있는 셜리를 보고 이 시간에 흑인은 통행금지라며 내리라고 한다. 밖은 비가 쏟아지는데 말이다. 경찰은 토니에게 당신 성은 어떻게 읽냐고 하자 토니는 “발레롱가”라고 불러준다. 경찰이 “아 이제 알겠네. 그래서 저놈을 모시는군. 네놈도 반은 깜둥이니까”라고 비아냥거린다. 토니는 경찰의 얼굴을 후려친다. 이 사건으로 토니와 셜리는 경찰서로 잡혀간다. 셜리는 토니에게 "난 평생 그런 대접받았는데 당신은 하룻밤도 못 참아?"라며 화를 낸다. 토니가 경찰 말에 참았어야 했다는 뜻이다.


  토니와 셜리는 폭우가 쏟아지는 도로 위에서 격렬하게 고함지르며 싸운다. 토니는 "헛소리! 난 나를 잘 안다고. 평생을 브롱스에서 살았어요. 내 부모님, 형제들 이젠 아내랑 아이들과 같이 그게 나라고. 매일 식구들 먹여 살리려고 바둥거리는 사람은 나고. 거물 선생님, 당신은 성 꼭대기에 살잖아! 부자들 상대로 공연하느라 세계를 돌아다니면서 난 거리에서 살고 당신은 왕좌에 앉아 있지. 당연히 내 세상이 당신보다 더 흑인스럽지."라고 내뱉는다.


그래, 난 성에 살아, 토니! 혼자서! 돈 많은 백인이 피아노 치라고 돈을 주지. 문화인 기분 좀 내보려고 하지만 무대에서 내려오는 순간 그 사람들한텐 나도 그냥 깜둥이일 뿐이야.

  셜리는 이 말을 하면서 얼마나 슬펐을까 "나도 그냥 깜둥이일 뿐이야" 아무리 백인 주류에 끼려고 해도 자신은 그들의 화장실도, 식당 출입도 사용할 수 없다. 무대 위에선 백인들에게 존경받는 피아니스트이지만 무대를 내려오면 자신은 차별받는 흑인일 뿐이다. 흑인으로 살아간다는 것은 무엇일까. 차별과 핍박, 가난과 고통을 모두 흡수하며 하루하루 백인들 틈에서 살아내야 하는 사람들. 연주회 투어를 마치고 크리스마스 날 집에 돌아온 토니는 가족, 친척들과 파티를 즐긴다. 그렇지만 홀로 있을 셜리를 생각하니 씁쓸하다. 토니의 친척이 ‘그 검둥이는 어땠어?’라고 묻자 토니는 ‘그렇게 부르지 마’라고 말한다. 토니가 완전히 달라졌다.


 <그린 북>은 우왕좌왕하는 토니를 통해 흑인의 삶을 간접적으로 엿보게 만들었다. 토니도 흑인 혐오가 가득했던 사람이다. 흑인들에게 주스를 대접한 컵을 더럽다고 쓰레기통에 버리기까지 했던 백인이었다. 그러나 셜리와 남부 투어를 통해 흑인 차별을 몸소 목격했다. 흑인들을 차별했던 자신의 시선을 반성한다. 그는 흑인도 똑같은 사람이라는 점을 뼛속 깊이 인식하게 됐다. 투어를 통해 셜리와 토니는 우정을 나눴다. 투어를 가기 전 그냥 흑인이었던 셜리가 여행 후에는 친구로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셜리에게 차별받는 토니는 셜리의 고통을 봤다. 피부색이 다르다는 이유로 혐오스러울 정도로 차별하는 백인들의 우월의식을 반성했다.


  토니는 집으로 돌아올 때 변해있었다. 흑인을 바라보는 의식이 바뀌어 돌아왔다. 영화는 토니의 의식변화를 말하고 싶어 했다. 한 사람의 힘이라도 모이면 커질 것이라고 감독은 믿고 있었을까. 영화는 관객에게 질문한다. 지금 미국 사회 인종차별은 사라졌는지, 예전보다 나아졌는지 말이다. 영화는 흑인으로 살아가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에 관한 태도를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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