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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샛별 Mar 20. 2022

유튜브 '원지의 하루(살이)' 리뷰

feat. 제 마음대로 살아보겠습니다.

여행 유튜버 에세이 <제 마음대로 살아보겠습니다>, 이원지 (글/사진), 상상출판, 2019. (283쪽 분량)


  요즘 유튜브 '원지의 하루(살이)' 채널에 빠져있다. 구독자는 30.5만 명이다. 물론 나도 구독자다. 원지 님 영상은 사랑스럽기 짝이 없다. 한 번 보면 그 매력에 빠져나올 수 없다. 원지 님은 상큼/발랄하고 거침없는 성격이다. 여자 혼자 씩씩하게 전 세계를 여행하며 영상을 찍고 올렸다. 그녀의 여행 기록이 무지무지 부럽다. 어린 막냇동생을 보는 시선으로 정주행 중이다.


  유튜브 '원지의 하루' 채널은 소탈하다. 꾸밈이 1도 없다. 진심이 그대로 묻어난다. 잘 편집된 영상도, 극적인 에피소드도 없지만 털털한 원지 님의 성격이 그대로 드러난다. 뭐 이런 사람이 다 있어~~ 할 정도로. 필터링 없이 찍는 게 좋다. 솔직한 사람을 보면 무조건 팬이 될 수밖에 없다. 진솔함에는 아무도 못 당한다. 그리고 아주 많이 멋있다. 자신의 삶을 오롯하게 개척해나간다. 누구를 흉내 내며 사는 게 아닌 '원지'로 당당하게 살아간다. (+귀여움은 보너스)


  오늘도 하루 종일 봤다(내가 미쳐미쳐~~). 아주 재밌어 죽는 줄 알았다. 한 편 한 편 소중하게 아껴 본다. 좀 전에 따끈따끈한 영상이 업로드된 걸 보고 주변을 정리하고 정자세로 앉아 경건하게 시청했다. 영상 밑에 댓글을 달았더니 원지 님께서 좋아요를 눌러줬다. 카오~~ ㅎㅎ  


출처: <제 마음대로 살아보겠습니다> 학창시절 원지 님께서 살던 집의 외부


나에게 늘 여행은 가느냐 마느냐의 문제라기보다는 마음의 소리를 행하느냐 하지 않느냐의 문제였던 것 같다. 직업과 거처, 늘 오르락 내리락하는 변덕스러운 마음까지. 그렇게 흘러가듯 살다 보니 결국 이제는 여행이 일이 되어버렸다.


  원지 님은 여행보다 먹는 것에 진심이다. 어디를 가도 꼭 배를 채워야 한다. 배가 고프면 화를 많이 낸다(ㅋㅋㅋ). 식당에 가도 혼자서 꼭 두 가지 메뉴를 시킨다. 유럽에 가도 동남아 음식점을 찾아다닌다. 드러눕는 걸 좋아한다. 침대에는 입던 옷을 입고 올라가지 않는다. 여행 루틴이 관광지는 대충~~ 음식엔 진심~~. 겁도 있어 보인다. 여행하는 걸 보면 즉흥적이다. 나랑 많이 닮았다. 무계획 원지님도 여행지에서 당하지만 변수가 생기고 해결된다. 그녀는 준비성도 없는 거 같은데 어떻게 여행 유튜버가 됐을까. 하긴 원래 여행이란 비행이 티켓만 끊어놓고 떠나는 게 젤 좋다. 이것저것 준비하고 예약하면 무슨 재미인가. 그래야 에피소드도 많이 생기고 영상에 담을 게 있지~


책이 나왔다는 영상을 보고 당장 도서관으로 달려가 빌렸다. 그리고 나는 그만 울고 말았다. 이 사진을 보고... 깜짝 놀랐다. 가난했던 시절을 그대로 보여줬는데 상상할 수 없는 가난이었다.


  원지 님은 판잣집에서 살았고 부모님은 이혼했으며 아버지는 노숙자가 되셨다. 이곳에서 학창 시절을 보냈다. 밤 9시 이후에는 물이 나오지 않았고, 공용 화장실을 썼으며, 대문이 낡은 스뎅(?)이라 잘 닫히지도 않았고, 정확한 주소가 없었다고 한다. 휴... 가족은 기초수급대상자가 됐고 매달 쌀 한 포대씩 받았다. 건축학과를 들어간 원지 님은 '심장이 저릿할 만큼'(p.39) 운이 좋아 5년 전액 장학금을 받고 대학을 다녔다. 휴학 후에는 아프리카 8개국 종단(24세), 서울에서 우간다까지 스타트업 도전(29세), 미국 LA, 시카고 취업(30세)을 거쳐 본격 2018년부터 여행 유튜브가 됐다. 그녀의 나이 31살이었다. 가난한 사람은 잃을 게 없다. '흙수저', '짠내'나는 생활을 하면서 그녀는 가난 너머의 생활을 동경했고, 꿈꿨고, 실천했다.


   매달 1회 이상 출국을 하며 에디오피아, 일본, 태국, 필리핀, 베트남, 홍콩, 터키, 오스트리아, 인도를 찍다 코로나로  여행이 중단됐다. 심플 라이프 자취방 브이로그를 찍다 다시 이집트를 여행길에 나섰다. 그리스, 아이슬란드를 거쳐 지금은 연고 없는 미국에 홀로 이민을 가 있다. 갑자기 미국에 이민을? 허튼, 무계획으로 사는 그녀다. (물론 영주권을 받기 위해 4년을 준비했다고 한다.)


  '원지의 채널'은 소소한 일상과 여행 영상이 꾸준히 올라오고 있다. 원지 님은 유튜버로 살아남으려면 "내가 가장 편한 영상을 만들고 대중과 소통하는 것을 진심으로 즐겨야"(p.274)한단다. 무계획으로 떠나는 즉흥적인 여행을 즐기는 편이며 무거운 장비는 지양하고 있단다. 매회 1회 이상 엄마와 여행을 가려고 노력하는 지 님(세상 쓰담쓰담). 나만의 채널 유튜브가 있다는 게 진심으로 위로가 된다고 한다. 나도 '샛별BOOK연구소' 블로그가 있어  아주 위로가 마니~~ 된다.  


p.s. 아무튼, 미국에 살러 가신 원지 님 다음 영상 기대할게요. 건강하게 잘 지내세요.

(원지 님은 노랑색을 좋아한다.)



발췌


'야자를 마치고 집에 돌아오면 엄마는 항상 큰 냄비에 물을 가득 데워 두셨다. 플라스틱 세숫대야에 미리 받아둔 찬물과 갓 데워 뜨끈한 물을 조금씩 섞어가며 씻어야 했다. 겨울에 바가지로 물을 끼얹을 때마다 몸에서 김이 모락모락 피어나 꽤 아련한 풍경을 만들어 내곤 했다. (29쪽)


좋아하는 다큐멘터리 영상을 돌려보다 문득 아프리카란 대륙에 한번 가보고 싶어졌다. 사방이 꽉 막힌 작은 집에서 벗어나 치타처럼 드넓은 초원을 달리고 싶었다. 현지에 가서 그 벅찬 기운을 느끼면 어떨까. 막연한 동경은 어느 순간 '가야겠다'라는 확신으로 돌변했고, 한 살이라도 더 어릴 때 가지 않으면 영원히 가지 못할 거라는 조바심마저 들었다. 단숨에 '아프리카 여행'에 꽂혀 각종 여행 커뮤니티를 들락거리며 알아보기 시작했다. (41쪽)


아끼느라 못 먹고, 밤이면 여행 정보를 찾느라 못 자고, 낮에는 일하느라 제대로 쉬지 못한 날들이 꽤 오랫동안 이어지고 있었다. 하지만 어떤 시련도 '끝'을 생각하면 쉽게 견딜 수 있다. 변기 위에서 눈물의 주먹밥을 입속에 욱여넣으며 배웠다. 다만 나는 그 '끝'을 조금이라도 더 앞당기기 위해 찌질하고 또 찌질하게 아껴댔다. 악착같이 벌어들인 돈의 99% 정도를 저금했고, 단 몇 달 만에 통장에 800만 원이라는 거액이 찍혔다. (47쪽)


비행기 표는 최저가 티켓으로 구했다. 인천에서 남아공까지 단돈 24만 원.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어. 여행을 포기해볼까?' 하는 생각도 해보지만 표를 버릴 수는 없었다. 대신 못난 자아를 채찍질했다. 어떻게 벌어들인 돈인데. 그 후로 여행의 정보를 알아보면 알아볼수록 나는 마음의 안식보다 깊은 불안함만 잔뜩 얻었고, 하루하루 출국 날이 다가오면서 바싹바싹 말라갔다.(49쪽)


그때보다 몇 년이 흐른 지금의 나는 다행히 답을 알고 있다. 퇴사를 하든 안 하든, 장기 여행을 하든 안 하든 '앞으로 무엇을 하며 먹고 살 것인가'라는 문제는 각자 죽을 때까지 평생 안고 가야 할 숙제라는 것을 말이다. (94쪽)


"엄마! 딱 1년만 해보고 싶은 것 해볼게." 엄마는 몰랐겠지. 그 1년이 2년이 되고 5년이 될 줄은. 나도 몰랐으니까. 설계사무소 퇴사 후 공식적으로 방황할 수 있는 1년이란 시간이 주어졌다. 하지만 그것은 학생 때의 휴학과는 많이 달랐다. 20대 후반이란 나이보다 더 중요한 '미래'를 더 염두에 두고 준비해야 했다. 별다른 계획도, 적은 월급에 모아둔 돈도 없이 무작정 퇴사를 했다.(159쪽)


"나도 영상이나 만들어 볼까?" 계속 이렇게 살고 싶지 않다는 마지막 양심으로, 꺼져가던 심지에 다시 작은 불꽃이 이는 기분이었다. '이 엉망진창 볼품없는 인생을 영상으로라도 한번 기록해보자'라는 생각이 들었다. 탄탄한 각본으로 잘 만들어진 한 편의 영화보다 거창한 교훈은 없어도 한 편 한 편이 즐거운 시트콤. 뭐 잘하면 시즌2도 나올 수 있지 않을까." (169쪽)


"그렇게 유튜브에 일상을 영상으로 기록하기 시작했다. 모두에게나 똑같이 흘러가는 24시간을 내 마음대로 돌려도 보고 순서도 바꿔보며 편집하는 것. 마치 똑같은 하루를 한 번 더 사는 기분이었다. 영상을 편집하다 보니 매 순간순간 내 모습에 조금 더 집중할 수 있었다. 별거 없는 하루라는 덩어리도 쪼개보니 의외로 즐거운 순간들로 가득 채워져 있었다. 이제는 결과보다 과정 자체를 즐겨보기로 했다." (169쪽)


"불쌍하고 굶주린 모습이 아닌 즐겁고 재미있는 모습을 많이 담아줘. 이게 진짜 아프리카니까."(184쪽)


"떠나고 보니 내가 알고 있던 기준은 오직 한국에서만 적용되는 것이었다. 세상에는 상식이 비상식이 되기도, 비상식이 상식이 되기도 하는 수천수만 가지의 삶의 방식이 존재했다. 때론 '디스 이즈 아프리카!'란 말처럼 '디스 이즈 원지!'라고 외칠 수 있는 용기를 가질 수 있기를."(205쪽)


'역시 내 나이엔 취업이든 뭐든 자리 잡고 사는 것이 답인가. 진짜 다 동생들만 있네.'(224쪽)


동시에 우간다에 이어 미국에서의 일상도 계속해서 유튜브에 기록해나갔다. 큰 수익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내가 만들고 싶은 영상을 만들어 공유할 수 있다는 것이 좋았다. 이렇게 영상 제작자, 그래픽 디자이너, 유튜버로서 조금씩 돈을 모았고, 그 돈으로 미국에 있는 동안 좋아하는 여행을 마음껏 떠날 수 있었다.(234쪽)


"세상은 분명 나 혼자 노력한다고 쉽게 변하지 않는다는 것을 잘 안다. 대신 개미 같은 존재지만 나 한 명조차도 움직이지 않으면 영영 변하지 않는다는 것도 배웠다. 100명이 보고 100명이 모두 옳다 할 수 있을만큼 당당한 일이라면 움직이는 게 맞다." (253쪽)


"이런 일들을 겪으며 조금이나마 나를 위로해주었던 것은 헛짓거리라 생각하며 벌여온 일들이 (금전적 보상은 아니더라도) 어떤 식으로든 꼭 돌아온다는 것이었다. 반대로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정말 놀랍도록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258쪽)


"이 여행을 통해 나도 모르게 '진짜 할 만큼 했는데 나는 왜 이렇게 안 풀릴까'하던 조급함이 많이 사라졌다. 늘 불행은 내가 가지지 못한 것을 바라볼 때 찾아온다고, 많지는 않지만 내가 가진 것에 집중하자 정답이 보이기 시작했다. 나는 내 생각보다 훨씬 많은 것을 가지고 있었고 충분히 감사한 삶을 보내고 있었다." (265쪽)


"처음엔 저처럼 가볍게 일상이나 좋아하는 것들을 소소하게 영상으로 만들어 올려보는 것부터 시작해보면 어떨까 싶어요. 어느 정도 목표한 수익이 생기거나 가능성이 보이는 순간, 그때 그만둬도 늦지 않는 것 같습니다. 모든 것을 그만두고 시작하지 않아도 되는 것이 유튜브라는 사실!" (277쪽)


"체력, 시간, 돈 모든 것이 많이 소모되는 일인 만큼 진정으로 여행을 좋아해야 오랫동안 가능한 일인 것 같습니다. 확실한 건 영상 제작의 목적이 아닌, 온전히 자신을 위해 떠난 여행을 통해 만들어진 영상만큼 큰 울림으로 다가가는 것은 없는 것 같아요. 그것이 바로 여행의 순기능이니까요. 저는 많은 분들이 '오직 자신만을 위해 지극히 개인적인 여행'을 떠나셨으면 좋겠습니다."(27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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