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서 만난 문장 11. '위스키 언 더 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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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샛별

일상에서 만난 문장 11.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 OST '위스키 언 더 락' (whisky on the rock)

얼음에 채워진 꿈들이
서서히 녹아 가고 있네


<우리들의 블루스>는 tvN에서 하는 20부작 드라마(토/일 오후 9시 10분 방송)입니다. 극본은 노희경 작가님이십니다. 와! 드라마는 옴니버스 구성으로 각 인물들의 갈등과 화해, 웃음과 울음을 매회 관객들에게 선사합니다.

image.png 모든 사진 출처: tvN '우리들의 블루스' 사진첩


<우리들의 블루스>는 제주에서 촬영했으며 배우들의 연기도 압권입니다. 각자 고단한 생을 끌고 '푸릉마을'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을 소개합니다.


아들 동석과 살가운 말을 섞지도 못하는 옥동(김혜자),

만물상 트럭을 끌고 제주 곳곳을 누비는 동석(이병헌).

자식 셋을 먼저 보내고 물질을 하는 해녀 춘희(고두심),

건물주이자 생선 대가리를 치며 억척스럽게 살아가는 은희(정은희).

우울증에 시달리며 남편과 양육권으로 분쟁 중인 선아(신민아),

골프 선수 딸을 뒷바라지하는 은행장 한수(차승원).

쌍둥이 언니와 불우한 어린 시절을 보낸 해녀 영옥(한지민)과 고향이 제주인 토박이 선장 정준(김우빈).

전교 회장, 부회장인 영주(노윤서)와 현이(배현성).

자신의 인생은 실패했지만 딸과 아들 뒷바라지가 낙인 방호식(최영준)과 정인권(박지환).

그리고 은희의 단짝 친구이자 '의리'를 외치는 미란(엄정화)과 은행에 다니는 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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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블루스>는 노동하는 현장이 많이 나옵니다. 생선을 다듬고, 얼음을 나르고, 몸뻬 바지를 팔고, 전복을 따고, 경매를 하고, 해녀들의 물질과 순댓국을 끓이는 장면들을 보여줍니다. 은행장은 고객을 다독이고, 육지의 친구는 손끝 야무지게 마사지를 합니다. 화면마다 제주 어시장의 활기와 소란스러운 소음들이 리얼하게 펼쳐집니다. 시장통에서 억척스럽게 살아가는 사람들 보며 만만치 않은 삶을 느끼게 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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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인지 드라마의 OST가 남다르게 들렸어요. '얼음에 채워진 꿈들이 서서히 녹아가고 있네'라는 문장이 꽂힙니다. 다들 청춘의 풋풋한 시절을 보냈고, 꿈을 꾸고 살았죠. 그러나 인생이 어디 그리 내 맘대로 되던가요.


각자에게 안긴 고통을 겪으며 묵묵히 주어진 '노동'을 하며 서로 보듬고 살아갑니다. 얼음에 채웠던 꿈들이 한해한해 서서히 녹아가지만 뭐~~ 괜찮아요. 우리에겐 '혀끝을 감도는 whisky on the rock'이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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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위스키를 마시며 슬픔을 나눌 사람들이 푸릉마을에는 많아요. 우울증에 벗어나게 도와주는 동네 오빠도 있고, 고등학생 신분에 아이를 덜컥 갖게 됐지만 허락해 주는 부모가 있고, 물질하는 게 탐탁지 않지만 불우했던 사연을 알고 해녀로 받아주는 선배들이 있습니다. 공주로 살았는 줄 알았는데 마사지하는 모습에 그 어떤 노동보다 고단했을 삶을 이해하는 친구도 있습니다. 배고프면 밥을 차려주는 삼촌들도 계십니다. '감당 못하는 서늘한 밤의 고독'이 이어져도 우리들에겐 이웃이 있어요. 인생은 위스키처럼 차갑고 소주처럼 독하지만 '우리들의 블루스'는 지금도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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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 들어보실래요?


'김연지(Kim Yeon-Ji) - Whisky on the Rock | 우리들의 블루스 OST'


그날은 생일이었어 지나고 보니

나이를 먹는다는 것 나쁜 것만은 아니야

세월의 멋은 흉내 낼 수 없잖아

멋있게 늙는 건 더욱더 어려워

비 오는 그날 저녁 Cafe에 있었다

겨울 초입의 스웨터 창가에 검은 도둑고양이

감당 못하는 서늘한 밤의 고독

그렇게 세월은 가고 있었다

아름다운 것도

즐겁다는 것도

모두 다 욕심일 뿐

다만 혼자서 살아가는 게

두려워서 하는 얘기

얼음에 채워진 꿈들이

서서히 녹아 가고 있네

혀끝을 감도는 whisky on the rock

모르는 여인의 눈길 마주친 시선의 이끌림

젖어 있는 눈웃음에 흐트러진 옷 사이로

눈이 쫓았다 내 맘 나도 모르게

차가운 얼음으로 식혀야 했다

아름다운 것도

즐겁다는 것도

모두 다 욕심일 뿐

다만 혼자서 살아가는 게

두려워서 하는 얘기

얼음에 채워진 꿈들이

서서히 녹아 가고 있네

혀끝을 감도는 whisky on the rock

아름다운 것도

즐겁다는 것도

모두 다 욕심일 뿐

다만 혼자서 살아가는 게

두려워서 하는 얘기

얼음에 채워진 꿈들이

서서히 녹아 가고 있네

혀끝을 감도는 whisky on the ro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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