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말고 할 일 줘요? 날 추앙해요. 난 한 번도 채워진적이 없어. 개새끼, 개새끼, 내가 만났던 놈들은 다 개새끼. 그러니까 나를 추앙해요. 가득 채워지게. 조금 있으면 겨울이에요. 겨울이 오면 살아있는 건 아무것도 없어요. 그렇게 앉아서 보고 있을 것도 없어요. 공장에 일도 없고. 낮부터 마시면서 쓰레기 같은 기분 견디는 거 지옥 같을 거예요. 당신은 어떤 일이든 해야 돼요. 난 한 번은 채워지고 싶어. 그러니까 날 추앙해요. 사랑으론 안 돼. 추앙해요.”
JTBC 드라마 '나의 해방일지'(연출 김석윤, 극본 박해영, 제작 스튜디오피닉스, 매주 토/일 오후 10시 30분에 방송)에 나오는 염미정의 대사입니다. 미정은 사랑으론 안 된다며 구씨에게 자기를 추앙해달라고 말하네요.
'나의 해방일지'를 대표하는 감정은 '추앙'입니다. 추앙은 '남을 높이 받들어 우러러 봄'이란 뜻이지만 일상 언어로 잘 쓰지도 듣지도 못했어요. 대신 리스펙을~ 사용하는 분위기였죠. 뜻밖에 '나의 해방일지'2회차 미정이 대사에서 '추앙'이라는 명사가 나올 때 약간 오글거리기도 했지만 회차가 거듭할수록 이해가 됐어요. 왜 미정이에게 추앙이라는 단어가 필요했는지 알겠더라고요.
미정은 회사에서 상사, 동료, 옛 애인에게 받았던 상처를 추앙으로 수습하고 싶었던 거 아닐까요. 누군가에게 절대적인 응원과 지지를 받는다는 것. 누가 날 걱정해 주고 있다는 걸 안다는 것. 그건 어떤 힘이 있을까요. 추앙을 받으면 버려졌다는 느낌이 채워집니다. 늘 혼자라는 외로움에 시달리지 않습니다. 추앙이라는 그 무언의 공기로 조금은 숨 쉴 수 있습니다. 사랑보다 더 '무조건적'이고 '절대적'인 감정. 사랑의 또 다른 말. 일상에서 만난 문장 '추앙'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