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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샛별 Feb 24. 2023

김훈 장편소설 <하얼빈> 토론 후기

샛별BOOK연구소

1909년 10월 21일 아침 여덟시 오십분. 안중근과 우덕순은 블라디보스토크에서 하얼빈으로 가는 기차를 탔다. 안중근은 이석산에게 여비를 구해 삼등 객실에 올랐다. 하얼빈까지 마흔 시간쯤 걸리니 22일 밤 아홉시에 도착한다. 안중근의 부인 김아려도 하얼빈으로 향했다. 김아려는 정대호의 도움을 받아 다섯 살 난 분도와 세 살 준생을 데리고 23일 진남포, 평양을 걸쳐 압록강, 봉천, 장천을 지나 올 것이다. 이토 히로부미는 시모노세키를 거쳐 대련에서 특별열차를 타고 하얼빈으로 오고 있다. 22일 여순을 떠나 봉천에 도착한다. 안중근, 김아려, 이토는 각각 다른 일정과 기차를 타고 하얼빈으로 가고 있다. 누구는 목숨을 걸고, 누구는 기대를 하며, 누구는 탐욕을 안고 출발한다. 다음은 이토의 일정이다. 


-23일. 저녁 여섯시 총영사 주최 환영 만찬회 후 봉천에서 일박

-24일. 탄광, 공업시설 시찰, 청나라 고궁과 능묘 시찰 후 봉천에서 일박

-25일. 오전 열한시 봉천 출발, 오후 일곱시 장춘 경유-26일. 아침 아홉시 하얼빈 도착(p.144)



  하얼빈에 도착한 안중근은 새 옷을 사고, 머리도 깎고, 기념사진을 찍는다. 우덕순은 "오늘 호강하는구나"(p.142)라며 싱겁게 말한다. 둘은 하얼빈역 다방에 가서 조준할 자리를 알아보고 채가구역에 이토가 내릴지 모르니 미리 답사를 간다. 우덕순이 채가구로 갈 여비가 되냐고 묻자 안중근은 당당하다. "모자라지 않는다. 쏘고 나면 여비는 필요 없다.'(p.153) 그의 신념이 시퍼렇다. 이토가 채가구 역에서 내려 산책을 할지 모른다. 우덕순은 새벽에 이토를 알아볼 수 있을지 염두에 두며 총을 쏘는 상상을 한다. 두려움은 어디에도 찾아볼 수 없다. 기필코 이토를 죽이겠다는 신념만이 보인다.  


 만약 채가구에서 이토를 놓친다면 큰일이다. 안중근은 "여기서 헤어지자. 너는 채가구를 지켜라. 나는 하얼빈을 맡겠다."(p.154)며 묘책을 내놓는다. 만약 우덕순이 채가구에서 이토를 못 죽였다면 안중근에게도 기회는 없을 것이다. 이토가 채가구에 내린다면 우덕순은 꼭 성공해야 하고, 이토가 채가구에 내리지 않는다면 우덕순은 기회가 없을 것이다. 그 기회는 하얼빈역에서 대기하고 있는 안중근이 갖게 될 터였다. 


  

이토를 식별하는 문제도 큰일이다. 신문에 실린 이토 사진으로 알아봐야 한다. 표적을 찾아도 조준선에 맞출 겨를이 없다. 이토라고 생각되는 사람을 느낌으로 쏴야 한다. 이토는 26일 여섯시에 채가구 역에 아홉시에 하얼빈역에 도착할 예정이다. 이토를 죽여야 하는 안중근 '절망감과 복받침, 그리고 표적 너머에서 어른거리는 전쟁과 침탈과 학살과 기만의 그림자까지도 끊어버리고'(p.160)싶은 심정이었다. 몇 발을 쏠 수 있을까. 다섯 발을 쏠 수 있을까. 그전에 붙잡히겠지. 이토를 죽이기에는 3-4발이면 충분하다고 생각하며 안중근은 잠든다.



 "내 몸을 총알에 실어서 이토의 몸속으로 박아넣자..."(p.160)




  26일 아침. 영하로 떨어진 날씨. 안중근은 새 옷을 입고 다방에 들러 차를 주문하고 열차를 기다린다. 이토가 탄 열차는 하얼빈역으로 들어온다. 채가구에서 우덕순은 기회가 없었다. "저것이 이토로구나..... 저 작고 괴죄죄한 늙은이가...... 저 오종종한 것이......"(p.166) 안중근은 총을 꺼내 방아쇠를 당기며 이토의 몸에 확실히 박히는 실탄의 추진력을 느꼈다. 이토는 안중근의 총에 맞고 하얼빈역에서 죽는다. 안중근은 "코레아 후라"(한국 만세)라고 외쳤다. 


  이토가 타고 온 특별열차는 장송열차로 바뀌었고, 이토의 시신을 싣고 왔던 길을 거꾸로 달려 대련으로 향한다. 대한제국 내각총리대신 이완용은 서둘러 대련으로 온다. 이토의 시신은 군함을 타고 요코스카항으로 갔다. 이토를 죽인 안중근은 조사에 들어갔다. 국적, 자금출처, 배후관계, 정치적 동기 등을 캐묻는다. 27일 정대호는 일행 여덟을 데리고 하얼빈에 도착한다. 다음날 28일 정대호는 김성백의 집에서 체포되고 김아려도 연행되고 심문을 받는다. 안중근은 감옥에서 김아려를 생각했을 것이다. 처자식의 미래가 어둡다는 것을 알았을 터였다. 


객차 두 칸에 피의자 9명을 태우고 하얼빈역을 떠나 대련으로 가며 안중근은 '이토가 죽었는가. 살아나는 중인가. 죽어가는 중인가.'(p.193)를 생각했다. 분명 이토는 세발을 맞았다. 11월 3일 안중근은 대련에 있는 관동도독부 여순감옥에 갇혔다. 11월 4일 이토의 장례식이 도쿄 히비야 공원에서 열렸다. 


  신문을 맡은 미조부치는 우덕순의 자백에 놀란다. 안중근의 사주를 받은 줄 알았지만 아니었다. 미조부치는 하층민 우덕순의 정치사상과 행동으로 옮기는 그 힘에 대해 놀란다. "나는 다만 일개의 국민으로서 했다. 의병이기 때문에 하고, 의병이 아니기 때문에 하지 않는다는 것은 있을 수 없다."(p.232)  우덕순의 말이다. 이토를 죽이겠다는 확고한 결심 하나로 그는 청춘을 걸었다. 만약 채가구에서 우덕순이 이토를 쐈다면 2년형이 아닌 사형을 선고받았겠다. 


  미조부치는 안중근을 심문한다. 짧고 단단하게 답변하는 안중근 앞에 미조부치는 역할을 잃어간다. 미조부치는 묻는다. "그대는 정치적 이류로 그런 행동을 했다지만, 이런 행위는 사람의 도리에 반하는 일이다. 그대의 그릇됨을 모르는가? " 안중근은 대답한다. "사람의 도리에 반하는 일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다만 이토가 죽었다니, 내가 이토를 죽이려 한 까닭을 이토에게 설명해 줄 수 없는 것이 유감이다."(p.221) 안중근의 의연함에 미조부치의 질문은 튕겨져 나간다.


  민중들도 우덕순과 같은 마음이었을까. 안중근에게 다른 방법은 없었을까. 우덕순과 안중근은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안중근은 이토를 죽이고 조선의 상황을 '말'로 전 세계에 알리고자 했다. 안중근과 우덕순은 서른한 살이었다. 동갑이었던 그들은 나라를 위해 청춘을 던졌다. 안중근은 이토 한 명을 죽였지만 이토는 조선민족을 죽였다. <하얼빈>에서 본 안중근과 우덕순은 흔들림이 없어 보였다. 총을 가슴팍에 넣고 하얼빈으로 향하는 그들의 두려움을 어찌 알리라. 조국을 위해 목숨을 바친다는 게 무엇인지 글로 알뿐이다.  







등장인물

안중근 도마- 안응칠. 서른한 살. 포수. 

아버지 -안태훈 /황해도

어머니- 조마리아

동생- 안정근 

숙부- 안태건

부인-김아려 아그네스

큰딸- 안현생 8세(명동성당 수녀원) 

작은아들-안분도(베네딕도) 5세

막내아들-안준생 3세

빌렘 신부

우덕순-우라지에서 담배 장사. 탄광에서 허드렛일. 

명동성당 - 주교 뮈텔신부 / 안중근은 뮈텔 신부를 찾아가 대학교를 만들어 달라고 부탁.

독립운동- 이강년, 신돌석, 이인영, 최익현 외 





이런 질문을 할 수 있어요.


-마지막 황태자 영친왕(이은)을 일본에 데려온 것에 대해

-조선을 빼앗기고 무너진 왕조의 부흥을 외치며 가열하게 봉기하는 조선 백성들을 어떻게 보셨나요?

-두 명의 일본 사병, 한 명 민간인인 포로를 풀어준 안중근의 행동에 대해.

-임신한 아내를 두고 블라디보스토크(우라지)로 떠나는 안중근에 대해.

-일본인들의 만행에 대해.

-'하얼빈'이라는 제목에 대해. 

-하얼빈에서 안중근은 새 옷도 사 입고, 머리도 깎고, 사진도 찍는 모습에 대해. 

-이토를 죽이며 나와 가족도 함께 죽을 수 있는 상황에 대해.

-우덕순이 이토를 죽이려고 했던 행동에 대해. 그 힘에 대해. 

-재판 현장에서 나쁜 일을 한 것이 아니므로 도주할 생각은 없었다고 말한 안중근에 대해. 

-안중근 거사 이후 그의 직계가족과 문중들의 삶에 대해. 

-가톨릭에서 안중근을 대하는 태도에 대해. 

-그 외




별점과 소감

-4.5/ 4/ 3/ 4.7/ 4.5/ 4.5 / 4/ 4

-재판과정이 리얼하다. 

-뮤지컬, 영화와 다른 표현들이 들어있다.

-포수, 무직, 담배팔이라는 단어에 천착해서 쓴 부분이 좋다.

-우덕순이라는 인물을 알게 되었다. 

-다른 책들과 특별하지는 않았다.

-여성들 삶도 일정부분 더 넣어줬으면 했다.

-가톨릭에 대한 반성도 볼 수 있다.

-김훈 작가의 문장이 수려하다.

-안중근, 우덕순이 이토를 죽이기로 결심할 때 감정이 더 들어갔으면 좋았겠다. 

-너무 사실적으로 쓰였다.

-하얼빈이라는 공간에 대해 다시 생각했다. 

-안중근의 가족들에 대해 생각했다.

-조 마리아, 김아려 여사의 행동이 의연해서 놀라웠다. 

-김아려 여사의 고통과 슬픔에 대해 생각해 본다. 

-하얼빈이란 곳은 엄청 추운 곳인데 남편을 따라가는 김아려 모습이 존경스럽다.

-하얼빈도 춥고 책도 추워 읽는 내내 마음이 추웠다. 

-심문 받는 현장에서 남편이 죽었다고 하는 김아려의 태도가 인상적이었다. 

-변절하는 자식들을 보면서 절망스러웠을 것이다. 

-김아려, 안분도 등 자식들의 삶도 생각해 본다.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일들은 무엇이 있을까. 

-그 외 




발췌


이토 자신이 설명의 언어를 갖추지 못하기도 했디만 시간을 계량하고 시간을 사적 내밀성의 영역에서 끌어내 공적 질서 안으로 편입시키는 것이 문명개화의 입구라고 설명을 해도 고루한 조선의 고관들은 알아듣지 못할 것이었다.(p.13)


생선을 졸이는지, 집안에서 간장 냄새가 났다. 간장냄새는 오래된 건물의 목재에 배어 있었다. 간장 냄새에 이토는 고향에 돌아왔음을 호흡으로 느꼈다.(p.15)


도장을 찍어서 한 나라의 통치권을 스스로 넘긴다는 것은 보도듣도 못한 일이었으나, 조선의 대신들은 국권을 포기하는 문서에 직함을 쓰고 도장을 찍었다. (p.17)


이토는 조선 사대부들의 자결이 아닌ㄴ 무지렁이 백성들의 저항에 경악했다. 왕권이 무너지고 사대부들이 국권을 넘겼는데도, 조선의 면면촌촌에서 백성들은 일어서고 또 일어섰다.(p.18)


농장기를 들고, 꽹과리를 치고, 과거 보러 가는 유생들처럼 갓을 쓰고 도포를 펄럭였지만 조선 폭민들은 죽음에 죽음을 잇대어가면서 일어섰고 한 고을이 무너지면 이웃 마을이 또 일어섰다. 기생과 거지까지 대열에 합세했다.(p.19)


손흥 안씨 문성공의 일파는 황해도 해주에 세거했는데, 안중근의 조부 안인수의 대에서 명망 높은 족벌의 세력을 이루었다. (p.25)

개성은 고려 오백 년의 도읍지이므로 조선 황실은 일정에 동의했다. 고려 왕궁 터인 만월대를 돌아보는 일정도 미리 잡혀 있었다. 순종과 이토는 만월대 돌계단 앞에서 마차에서 내렸다.(p.49)


만월대를 내려오는 순종과 이토

안중근이 물색없이 포로를 살려주어서 기습 공격을 자초하게 된 것이라고 연추로 돌아온 대원들이 말을 퍼뜨렸다. 연추에서 안중근은 운신할 수 없었다.(p.95)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이토를 죽여야 한다는 생각은 내내 분명하지 않았다. 이토를 죽여야 한다는 생각은 자각증세가 없는 오래된 암처럼 마음속에 응어리져 있었는데, 만월대의 사진을 보는 순간 암의 응어리가 푹발해서 빛을 뿜어내는 것 같았다. 안중근은 몸을 떨었다.(p.97)


이토는 10월 하순께 하얼빈에서 러시아 재무장관 코콥초프와 회담할 예정이었다.(p.99)


꿩을 쏘고 남은 총알로 이토를 쏘는구나.(p.115)

하얼빈역 구내에서 철도는 여러 갈래로 겹쳐 있었다. 바이칼 호수에서 오는 철도가 하얼빈역에 닿고,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오는 철도가 하얼빈역에 닿았다. 평양에서 오는 철도와 대련에서 오는 철도가 하얼빈역에 닿았다. 북태평양과 바이칼이 하얼빈에서 연결되었고 철도는 하얼빈으로 모여서 하얼빈에서 흩어졌다. 하얼빈역에서는 옴과 감이 같았고 만남과 흩어짐이 같았다. (p.137)


출처: 아주경제/ 하얼빈 역/ 두 개의 점이 두 사람의 위치.




"저것이 나로구나...... 내가 살아서 이토를 쏘는구나...."(p.141)


국민일보


"둘은 사진관에 앉았다. 사진사가 카메라 뒤에서 러시아 말로 뭐라고 소리치더니 셔터를 눌렀다. 새 옷을 입은 두 사람의 몸 매무새와 이발을 한 이목구비가 사진에 찍혔다. 안중근은 사진값으로 이 루블을 냈다. 러시아인 사진사가 손가락 다섯 개를 펴 보이며 닷새 후에 와서 사진을 찾아가라고 말했다. 닷새 후에 올 수 없다는 걸 알면서, 안중근은 고개를 끄덕였다."(p.142)


"이토를 쏘고 나면 이토를 죽이지 못했다더라도 처자가 조선에서 살 수가 없다는 것은 확실했다. 물론 이토를 쏘고 나면 하얼빈에서도 처자가 살기 어렵기는 마찬가지일 것인데, 조선에 그냥 머물러 있게 할 수도 없었다."(p.136) 


[안중근 부인 김아려 여사와 아들 분도(왼쪽), 준생.](출처: 아주경제)



"어린아이 셋을 하얼빈에서 혼자 기르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안씨 문중은 크게 걱정했다. 하얼빈은 풍속이 거칠고 인심이 사납다고 하므로 여자아이를 기르기는 더욱 불안할 것이었다. 큰딸 현생을 서울 명동성당의 천주교 수녀원에 맡기자는 이야기는 안씨 집안에서 자연스럽게 나왔고, 김아려도 그렇게 되어질 수밖에 없는 일로 받아들였다. 안현생은 발버둥치며 울었다."(p.148)




[1920년대 상하이에서 살던 무렵의 안중근 유족. 오른쪽부터 안중근 아들 안준생, 동생 안정근, 정근의 아들 안원생, 안중근 딸 안현생, 동생 안공근의 아들 안우생. ](출처: 아주경제)



"순종을 앞세워서 만월대를 시찰하던 이토의 사진을 떠올랐다. 이토는 덩치가 작던데, 열차에서 내린 이토가 덩치 큰 러시아인들과 섞여 있을 때 표적을 식별해서 조준하기는 어려울 것이었다. 열차가 들어오기 전부터 경비병들이 다방 안 사람들을 쫓아낼 수도 있었다."(p.152)


총구를 고정시키는 일은 언제나 불가능했다. 총을 쥔 자가 살아 있는 인간이므로 총구는 늘 흔들렸다.(p.159)


"방아쇠를 당길 때, 오른손 검지손가락 둘째 마디는 몸의 일부가 아니라 홀로 독립된 생명체였다. 둘째 마디는 언제 당겼는지도 알 수 없는 적막 속에서 스스로 직후방으로 작동해서 총알을 내보냈다. 그러므로 이토를 조준해서 쏠 때 이토를 죽어야 한다는 절망감 복받침, 그리고 표적 너머에서 어른거리는 전쟁과 침탈과 학살과 기만의 그림자까지도 끊어버리고 둘째 마디의 적막과 평온을 허용해야 할 것이었다."(p.160)


"저것이 이토로구나......저 작고 괴죄죄한 늙은이가......저 오종종한 것이......"(p.166)


"총의 반동을 손아귀로 제어하면서 다시 쏘고, 또 쏠 때, 안중근은 이토의 몸에 확실히 박히는 실탄의 추진력을 느꼈다. 가늠쇠 너머에서, 비틀거리며 쓰러지는 이토의 모습이 꿈속처럼 보였다. 하얼빈역은 적막했다. 탄찬에 네 발이 남았을 때, 안중근은 적막에서 깨어났다. 나는 이토를 본 적이 없다......저것이 이토가 아닐 수도 있다......(p.167)


"주치의가 이토의 외투를 벗기고 몸을 살폈다. 이토의 몸안으로 들어온 총알은 탄도가 교란되어서 파행했다. 총알은 이토의 몸속을 휘저은 후 추진력이 다해서 흉곽 안에 박혀 있었다. 이토는 숨을 몰아쉬었다. 비서관이 범인은 조선인이고, 현장에서 체포되었다고 보고했다. 이토는 눈을 가늘게 뜨고 말했다. 


-바보 같은 놈.

이토는 곧 죽었다. 이토는 하얼빈역 철로 위에서 죽었다."(p.167)


한국 청년 안중근은 그 시대 전체의 대세를 이루었던 세계사적 규모와 폭력과 야만성에 홀로 맞서 있었다. 그의 대의는 '동양 평화'였고, 그가 확보한 물리력은 권총 한 자루였다. 실탄 일곱 발이 쟁여진 탄창 한 개, 그리고 '강제로 빌린(혹은 빼앗은)'여비 백 루블이 전부였다. 그때 그는 서른한 살의 청춘이었다. (p.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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