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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생여행자 Jan 04. 2021

나의 병 이야기 .1

나는 위암 3기 환자다

암 중에서도 특히 위암은 TV에서 극적인 요소로 자주 사용되는 병이다. 대개 고생만 하던 착하디 착한 주인공 또는 주인공의 부모가 위암에 걸린다. TV 속에서 보이는 위암 환자는 주변 사람들에게 자신의 상태를 알리지 않은 채 삶을 정리하며, 시한부 같은 시간을 살다가 끝내는 먼길을 떠나는 장면으로 마무리된다. 그래서 어쩌면 우리는 암이라는 글자도 무섭지만, '위암'이라는 글자에 세상이 무너지고 죽는 병이라는 인식이 큰지도 모른다.


암중에서도 위암은 발병률이 높은 편이고, 초기를 제외하고는 완율과 사망률이 비슷한데다 방송에서까지 그런 콘셉트를 잡아주니 위암에 걸렸다고 하면 다른 병보다 더 심각하게 여기게 된다. 그래서 '나을 수 있을까?'라는 생각보다 '죽음'이라는 글자를 먼저 떠올리게 한다.


인터넷에서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는 위암 관련 글들은 건강식품을 팔거나 보험 권유 등 어떤 상업적 목적을 가진 글들이 많기에 도움보다는 오히려 혼란만 가중되는 듯했다. 그래서 내가 위암을 진단받고 수술하고, 항암 하고, 부작용들에 시달리며 힘들었지만 극복했던 이야기를 쓰려고 한다. 내 글을 통해 지금도 위암을 선고받은 환자나 그의 가족들이 걱정보다는 무엇을 준비하고 어떤 과정이 있는지 걱정보다는 대비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위암을 진단받은 지 3년 하고도 한 달이 지났다. 암은 5년 동안 재발을 하지 않으면 완치 판정을 받기에 아직 나는 위암 환자라고 할 수 있다. 수술과 항암은 2년 전쯤 끝이 났지만 나의 이야기를 쓰기까지 2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사실 나의 이야기를 글에 남기고 싶은 마음은 항상 있었다. 치료 종료 후 2년 동안 정기적으로 병원에 가서 검사를 받고 삶을 연장받아 올 때마다 세상을 얻은 기분이었지만 그 시간만 지나면 역시나 나를 괴롭힌 것은 위암 재발이라는 불안감이었다. 불안감속에서 일기장에 쓴 글들을 보니 감정 기복도 심하고, 가식적이게 느껴졌다.

나는 그 불안감을 극복하고 내가 정말 행복한 마음과 건강한 몸으로 글을 쓸 수 있을 때까지 기다렸고, 이제 그 시간이 되었다고 확신이 들어서 글을 쓰게 되었다.

암환자로 보내야 하는 5년의 시간 중에 위암 수술과 항암으로 1년을 제외하고, 관리와 정기검진으로 보내야 하는  4년의 시간 중에 반,  2년의 터닝포인트를 지나고 나니 죽음의 불안이 많이 사그라들었다.


위암 환자라는 사실로, 나뿐 아니라 나의 가족들과 아이들까지 불쌍하고 안타깝게 보게 될까 봐 알려지는 것을 꺼려했다. 하지만 이제 나는 잘살고 있고 누구보다 건강하기에 그런 자격지심은 사라진 지 오래다.

대놓고 말할 수 있다.


나는 위암 3기 환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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