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작은 발견)
바야흐로 옥수수 철이다.
4월에 5학년 아이들이 심어놓은 옥수수가 제법 모양을 갖추었다.
텃밭이 부족해 건물 뒤편 자투리 땅에 옥수수 모종을 심었는데, 잘 자랄까 걱정이 됐다.
이제 갓 아빠가 된 담임 선생님과 아이들이 어설프게 땅을 고르고 모종을 심는 모습은 너무 진지해서 귀여웠다.
매일 당번들이 물을 주고 가는 모습이 대견했다.
파란 물조리개가 다른 자세로 텃밭 여기저기 굴러다니는 것도 재밌었다.
유달리 뜨거웠던 햇살과 아이들의 정성이 더해져서인지 옥수수 꽃이 피고 제법 옥수수를 닮았다.
나도 교사였던 시절 옥수수에 얽힌 에피소드가 있다.
어느 해 점심시간, 전년도 우리 반 아이가 우울하고 심각한 표정으로 나를 찾아왔다.
“옥수수 좀 살려주세요.”
수행평가 과제라면서, 잔파 같은 옥수수를 들고 서있던 모습에 웃음이 나왔다.
“꼭 옥수수여야 해?”
결국 학교 화단에 있던 옥수수를 몰래 옮겨 심어 주었다. 꽤 그럴싸했다.
다음날 아이가 슈퍼 옥수수를 보고 깜짝 놀라던 기억이 선하다.
그날 나는 아이의 키다리아저씨가 되었다.
옥수수 화분을 들고 함박웃음을 지으며 고마워했다.
마치 영화 '김 씨 표류기'의 한 장면 같았다.
짜장소스 한 봉지를 발견한 김 씨는 짜장면이 더 먹고 싶어 졌다. 그는 표류되었고 어디에도 짜장을 완성시켜 줄 면이 없다.
새똥을 뒤져 옥수수씨앗을 찾아내고 우여곡절 끝에 드디어 옥수수나무를 수확한다.
'드디어 짜장면을 먹을 수 있다' 김 씨는 비 오는 날 옥수수나무를 꼭 안고 눈물을 흘리며 감격의 춤을 추었다.
섬을 탈출하고 싶은 김 씨는 모래사장에 매일매일 커다랗게 “HELP”라고 썼다.
영화 속에서 “HELP”가 필요했던 김 씨에게 옥수수나무 한그루가 “HELLO”가 되었듯,
나도 아이가 건넨 작은 "HELP"에 “HELLO”하고 응답할 수 있어 좋았다.
너무나 사소해서 별일 아니었지만, 별일처럼 오래 기억에 남았다.
녀석, 옥수수처럼 많이 컸겠다.
그나저나 오 학년 아이들 옥수수, 먹을 수는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