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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화 - 교내 스타트업

회사를 만든다고요???

by 강무결

제17화 - 교내 스타트업


대기업의 사내 벤처(요즘은 스타트업이라고 한다)로 출발하여 성공한 회사들이 있다.

네이버, 인터파크, SK엔카, 룰루랩 등이 있다.


30여 년 전에 대학교 내에서 교내 스타트업을 통해서 아이디어를 사업으로 하는 경우도 있었다.

그중의 하나가 우리 연구실이었다.


이김 전자의 탄생

2년 차 때, 교수님께서 필자에게 교내 스타트업 회사에 대한 사업계획서를 작성하라고 하셨는데,

제16화에서 자세히 설명한 위성 안테나가 세 가지 주요 아이템 중의 하나였다.


회사 이름은 교수님의 이니셜을 따서 YHKIM “이김”이었고,

이긴다는 한글의 의미도 있다고 하셔서, 많은 제안을 여러 사람들이 했지만,

결국 “이김 전자”라는 이름의 교내 스타트업이 생기게 된다.


이김 전자의 세 가지 사업

이김 전자의 세 가지 사업 분야는 다음과 같았다.

- 정밀 시각 시스템 :

GPS에서 시각 신호를 받아서 Stratum-1 시각원을 구성하고, 클라이언트에서는 시각 동기를 함

- 위성 안테나 제어 시스템 : 해양 선박용 안테나를 제어하는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

- 아동 및 청소년을 위한 반제품 전자 회로 및 소프트웨어: 전자부품과 PCB를 동봉하여

아동, 청소년들이 부품을 납땜하여 완성하고,

동봉되어 있는 소프트웨어를 컴파일해서 다운로드해서 간단한 로봇 등을 만들게 하는 키트


첫 번째, 정밀시각 시스템은 정확한 시각원(Time Source)을 가지는

PTS(Precision Time Synchronization) 시스템 서버와

PC나 서버의 시각을 맞추어 주는 클라이언트 소프트웨어로 구성이 되었다.


GPS라는 것은 알죠?

우리가 흔히 많이 사용하는 GPS(Global Positioning System) 동작 원리는 간단(?)하다.


우리는 삼각측량법을 사용하면 거리를 측정할 수 있다는 것을 안다.

만약 지구상에서 내가 어디에 있는지를 알아보려면,

위치를 알 수 있는 두 점과 내가 떨어진 거리를 알면 나의 위치를 계산 가능하고,

세 개의 지점이 있다면 나의 고도까지 알 수 있다.


GPS는 저궤도 위성을 하늘에 쏘아서, 이 위성들의 궤도를 알고,

어떤 시각에 어디에 있는지를 안다고 하면,

이런 위성 2개 이상과 나의 거리를 알게 되면,

나의 위치를 계산할 수 있는 것이 GPS의 원리이다.


GPS 위성과 나와의 거리를 어떻게 계산을 할까?

달의 빛이 지구에 닿는 데까지 걸리는 시간은 약 1.28초이다.

그렇다면 지구와 달의 거리는?

빛이 진공에서 약 30만 Km를 초당 이동하게 되는데,

그래서 지구와 달의 평균 거리는 384,400Km로 알려져 있다.


GPS 인공위성에서 뭔가 약속된 신호를 보낸다면,

이 신호도 떨어진 거리만큼 당연히 지연되어서 수신이 될 것이고,

지연된 시각에 전파의 속도를 곱하게 되면 거리를 알 수 있다.


GPS 위성에 원자시계가 있다.

여기서 엄청 중요한 것이 바로, 시각 동기이다.

보내는 것과 받는 것이 동일한 시계를 가지고 있어야 얼마나 지연되는지 아는데,

GPS 인공위성은 매우 정확한 시계인 원자시계를 내장하고 있다.


세슘 원자시계의 경우, 대략 3억 년에 1초 정도의 오차가 발생한다.

여하튼, 이 시각을 GPS 클라이언트는 처음 구동할 때 GPS 위성과 시각 동기를 하게 되는데,

그래서 정확한 시각을 가지게 된다.

PTS는 이 정도 급으로 정확한 시각을 유지하는 기기를 이야기한다.


CDMA라고 하는 것도 시계가 동기화되어 있다.

여담으로, 우리가 알고 있는 동기식 CDMA는 각 기지국과 시각을 동기화하고,

각 기지국은 GPS와 같은 시각 서버로부터 모두 동기화되어 있다.


그래서, 우리가 가지고 있는 스마트 폰은 기지국과 동기 하기 때문에 매우 정확한 시계이고,

시간이 달라 보이는 것은 UI(User Interface)를 화면에 그리는 시각차 때문에 생기고,

실제 내부 시계는 매우 정확하다.


여하튼, 이런 정확한 시각의 소스를 가지고 있는 서버와 이 서버에 동기화할 수 있는

클라이언트를 만들어서 팔겠다는 것이었다.


클라이언트는 WinSync라는 상표를 등록해서 소프트웨어를 Shareware로 등록해서

사용자들이 다운로드하여서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물론, 지금은 시각동기 클라이언트는 Windows 운영체제에 포함되어서 요즘은 나오고,

마이크로 소프트와 같은 곳에서 정밀한 서버를 운영하고 있다.


필자의 석사 논문은 이러한 환경에서 인터넷을 통해서 시각동기를 할 때

어떻게 좀 더 정확하게 동기화할 수 있을지를 연구한 것이었다.


두 번째 사업 영역인 안테나는 앞의 일화에 나오는 것처럼

해양용 안테나 시스템인 DBS(Direct Broadcast Satellite)를 기반으로 사업을 하는 것이었다.

당시 부산에서는 항만과 배가 많았기 때문에 이런 DBS 시스템이 제법 수요가 있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라즈베리 파이, 아두이노를 30여 년 전에?

세 번째는 라인트레이서나 보행 로봇 등과 같이 센서를 달고,

책상 위에서 돌아다니고 떨어지지 않는 로봇등에 대한 반제품을 만들어 보급하는 것이었다.


이런 마이크로 마우스의 플라스틱 외형과 이것을 제어하는 PCB,

그리고 PCB위에 올라갈 전자 부품과 회로도, 그리고 센서의 입력을 받아들이고 처리하고,

스텝모터 등과 같은 로봇의 동작을 제어하는 소프트웨어로 구성이 될 예정이었고,

소프트웨어는 컴파일러를 함께 제공해서,

아동, 청소년들이 직접 코딩과 다운로드를 해볼 수 있도록 만들 예정이었다.


요즘 많이 나오는 라즈베리파이(Raspberry Pi), 아두이노(Arduino)와 같은 것의 원형쯤 되지 않나 싶다.

대략 30여 년 전에 교수님과 이런 구상을 하였으니, 선지적이었다고 할 수 있겠다. ㅋㅋ


이김 전자의 흥망성쇠

필자가 사업 계획서를 작성을 하기는 했고,

석사에서 박사과정을 가지 않고 졸업을 해서 세 개의 아이템이 모두 사업화되지는 않았지만,

교수님은 결국 이김 전자를 만드셔서 영업 사원도 뽑고, 기술직 사원도 뽑고 하셨다.

물론 그 일 때문에 교수님께서 일찍 세상을 뜨시기는 하셨지만..

그래서 내가 사업을 하지 않고 직장인으로 살고 있는 것은 아닐까?


대학원의 경험과 관련된 일의 연속

초기에 회사를 다니면서, GPS와 관련된 특허도 많이 쓰고,

방송 위성과 관련된 회사에도 다니고,

지금의 회사에서도 모듈이라고 불리는 하드웨어들을 만들어서 제품으로 만들고 하고 있으니,

정말 대학원의 경험이 이런 회사들로 이어지는 것으로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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