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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화 - 연구실 자리 재배치

줄자와 오토캐드

by 강무결

제18화 - 연구실 자리 재배치

통상 회사에서 조직 개편 등으로 자리를 일 년에 몇 번씩 옮기곤 한다.

아마 다른 회사들도 일 년에 한두 번쯤 자리를 옮기지 싶다.

물론 몇 년 동안 한자리에 앉아서 업무를 보는 경우도 있겠지만…


자리 배치를 새로 하지!

하필이면 필자가 대학원에 입학을 한 해에 교수님께서,

연구실의 완전한 재배치를 하자고 하셨고,

우리는 또 카랩 스타일의 작업 모드에 돌입하게 되었다.


당시 연구실은 입구 쪽에는 2미터 높이의 파티션이 있어서

안에서 어떻게 상황이 돌아가는지 모르는 그런 구조로 되어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연구실 안으로 들어가면 하얀 기다란 회의 테이블이 보이고,

회의 테이블 뒤에는 프로젝터 스크린이 있고,

창가 쪽에는 검은색의 2미터 작업대가 두 개가 있었고,

나머지 연구원들의 자리는 미로처럼 나눠져 있었다.

프라이버시를 강조한 공간 배치였고,

교수님이 들어오시거나 할 때 딴짓을 하다가도

재빨리 학습모드로 변경할 수 있는 그런 공간 배치를 하고 있었다.


오토캐드를 이용한 배치안 만들기

교수님께서는 모든 가구들의 크기를 재어서,

오토캐드로 배치안을 만들어서 진행하라고 하셨고,

가로 세로 깊이를 재어서 컴퓨터에 입력을 하여서 안을 만들게 되었다.


당시 교수님과 아주 친하시면서도,

아주 다른 행동 패턴을 보이시는 조민규 교수님의 GA랩도

비슷한 시기에 자리를 재배치하였는데,

그래픽스랩이라서 그런지,

가구들을 육면체로 축소판을 만들어서 배치를 어떻게 할지 의논을 해서 진행을 하길래,

우리도 그런 방법을 사용하면 어떻겠냐고 교수님께 의견을 드렸다가…

그냥 오토캐드로 배치안을 만들기로 하였다.


배치안은 세 가지

배치를 하는 안은 또 한국인스럽게 세 가지 않을 만들어야 했다.

두 가지 않은 기존의 방법대로 작업대가 창가 쪽에 있는 것이었고,

다른 한 가지는 작업대가 복도 벽 쪽으로 배치되는 형태였다.


작업대가 창가에 있었던 이유는 당시 납땜을 많이 했던 고로,

납연기가 많이 올라왔기 때문이었고,

복도 쪽으로 이동시 환기의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고 사람들이 반대를 했지만,

결국 작업대가 안쪽 벽으로 오는 형태로 자리가 배치되는 것을 교수님께서 선택하셨다.

작업대가 안쪽에 있어서 편한 점도 있고, 크게 환기가 문제 되지도 않았던 것으로 생각된다.


효율성이 극대화된 배치

크게는 네 개의 블록으로 책장, 작업대, 회의 테이블, 연구원들 자리였던 것으로 기억나고,

연구원들의 자리를 창가 쪽으로 햇볕이 잘 들게 배치를 하였고,

다음이 회의 테이블, 벽 쪽에는 작업대와 책장이 배치되는 구조였다.


연구실의 가구를 줄자로 하나씩 재면서 테이블, 책장, 책상 등의 사무기기 표준 치수를 알게 되었다.

통상의 회의 테이블은 180mm 정도이고, 책상은 120mm이었던 것으로 기억이 난다.


오토캐드로 작업을 하라고 하셨는데,

그때까지 필자는 오토캐드를 한 번도 사용해 본 적이 없었다.

그래서 오토캐드 작업을 하기 위해 오토캐드를 배워가면서 자리 배치도를 만들었던 것으로 기억난다.


일을 시행하기 전에 계획을 두세 개쯤 만들고,

토론해서 수정하고 제일 좋은 것은 선택하는 버릇이 이때부터 형성이 된 것 같고,

통상 30cm 자로 물체의 길이를 재곤 했는데,

줄자도 개인적으로 구매하고, 지금은 레이저 자도 하나 집에 사서 가지고 있는 것이,

이때의 영향이지 싶다.

그리고, 이것저것 물건들의 길이를 재는 버릇이 이때 형성이 된 것 같다.


물론, 당시에 책장 하나의 수치를 재지 않는 바람에 빈자리 한 군데 끼워 넣다 보니

그 부분이 못내 아쉽기는 하였지만,

제한된 공간에서 최대의 수용 인원이 나오고,

교수님이 문 앞에 들어왔을 때 모든 연구원들의 동태가 한눈에 파악이 되는 구조,

회의 테이블 바로 옆에 작업대가 있어서,

회의하다가 바로 생각이 나면 작업대에서 작업을 할 수 있는

훌륭한 구조의 재배치가 성공적으로 이루어지게 되었다.


필자의 방랑기 그리고 줄자

필자는 서울에 와서 대략 2년에 한 번씩은 이사를 하였고,

오랜 기간 동안 이사를 다니면서, 이곳에 정착한 지도 제법 되었다.

집은 안암동, 제기동, 역삼동, 후암동, 공덕동, 현석동, 서래마을, 사당동, 봉천동으로 이사를 다녔고,

회사는 남대문, 보라매, 역삼동, 여의도 CCMM 빌딩, 여의도 63 빌딩, 가산동, 문정동, 판교, 강남으로

서울의 1,2,3, 4분면, 그리고 가운데도 다 살아봐서 거의 서울의 전역을 돌아다녔다고 봐도 무방할 것 같다.


이사를 할 때 당연히 가구와 책상, 살림살이들이 배치가 되어야 하는데,

먼저 집의 도면을 확보해도 집을 보러 갈 때 자를 들고 가서 직접 치수를 재어서 온 뒤

가구 배치도를 작성을 하고 이사 당일 붙여놓고 이사 업체 분들에게 설명을 하면서 이사를 하였다.


한 번은 이사를 한 이유가 강변북로 옆에 살았을 때 소음이 너무 심해서 였는데,

다음 집을 보러 갈 때 소음 측정기를 하나 사서 주간, 야간에 재었던 기억도 난다.

물론 요즘에는 스마트폰에 소음 측정기가 달려있어서 핸드폰으로 측정도 가능하지만…


가구 재배치 마스터, 아내

집 보러 갔을 때 와이프랑 같이 열심히 줄자로 측정하는 모습을 부동산 분들과

살고 계시는 분들이 좀 신기하게 쳐다보곤 했던 기억이 난다.

실측을 하는 이유는 인터넷에 나와 있는 아파트의 도면은 벽 두께가 계산이 되어 있지 않아서,

도면을 보고 배치를 한 뒤 이사를 가면 딱 안 맞는 부분이 생기곤 해서였다.

물론, 가구 배치도를 비싼 오토캐드를 이용하지 않고, 파워포인트로 대충 사각형을 그려서 만든다.


가구의 재배치는 사실 필자의 와이프가 전문이다.

한 번씩 출근했다가 퇴근해서 오면 가구의 배치가 바뀌어져 있는 경우도 있고,

이번에 새로 20여 년 만에 가구를 새로 몇 개를 샀고, 리모델링을 원하고 있다.

사실, 그때의 교수님보다 필자의 와이프가 더 무섭다.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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