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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화 - 연구실 썬팅하는 날

자동차 썬팅지와 퐁퐁, 그리고 창문 닦이

by 강무결

제19화 - 연구실 썬팅하는 날

지금도 학교 첨단관 앞을 지나면 한눈에 들어오는 시커먼 연구실 창문 썬팅.

사실, 그 썬팅은 우리가 대학원 시절에 직접 붙인 작품이다.

그리고 연구실 창문 한쪽에 덩그러니 튀어나와 있는 남근석(?) 같은 GPS 수신 안테나까지...

참 이 연구실, 어디서나 눈에 띄게 생겼다.


사건의 발단: 햇볕과의 전쟁

그 당시 연구실은 햇빛이 너무 잘 들어와서 문제가 많았다.

태양 빛에 아폴로 모니터 화면이 안 보이는 사건도 있었고,

모니터 뒷면이 누렇게 변하는 황폐화도 목격했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연구실 블라인드를 버티칼 블라인드로 바꾸기로 했다.

그런데 교수님께서는 "버티칼은 블라인드보다 햇빛 차단 효과가 떨어진다"며 강하게 반대하셨다.

하지만, 우리끼리 강행군(?)으로 버티칼 블라인드를 설치했는데,

교수님의 예언처럼 햇빛 차단 효과가 영 시원찮았다.

방 안이 여전히 찜통이라, 우리는 다시 머리를 맞대고 추가 대책을 논의하게 되었다.


자동차 집안 출신 재은이의 아이디어

그때 황지영이 한마디 거들었다.

"이럴 거면 그냥 창문에 썬팅지를 붙이는 게 낫지 않겠어요?"

그런데 썬팅지를 뭘로 고르느냐가 문제였다.


이때 재은이가 나섰다.

"우리 집이 자동차 사업을 해서 아는데, 일반 썬팅지는 별로예요.

자동차용 썬팅지를 써야 제대로 차단돼요"

모두가 고개를 끄덕이며 그의 의견을 따르기로 했다.


썬팅지 붙이는 것은 정말 힘듦

우리는 재은이를 믿고 근처 자동차 용품점을 뒤져 고급 자동차용 썬팅지를 구입했다.

그리고 드디어 썬팅 작업을 시작했다.

그런데 이게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첫 시도는 거의 "좌절" 그 자체였다.

썬팅지가 구겨지고 군데군데 구멍이 뚫리고,

길이가 안 맞아서 창문 아래쪽이 뜨기도 했다.

그런데 우연히, 작업 도중 깨달음을 얻었다.

"퐁퐁"을 써보자!


퐁퐁과 고무 창문 닦기의 기술

퐁퐁을 물에 풀어서 창문에 뿌린 뒤

썬팅지를 붙이면 정말 부드럽게 미끄러지고, 잘 밀착되는 걸 발견했다.


창문에 퐁퐁 물을 칠하고 썬팅지를 얹은 다음,

고무 창문닦이로 공기와 물기를 제거하고,

마지막으로 수건으로 재빨리 닦아내는 기술을 완성했다.

결과는?

대성공!

물론, 두 군데는 이 기술을 모르면서 붙여서 살짝 삐뚤고,

잘 보면 보이는 구멍이 나 있지만,

전체적으로는 나름 깔끔하게 마무리했다.


특히 당시 내가 앉는 자리 옆은 "완벽하게" 붙었는데,

이건 순전히 그쪽 창문을 작업한 재은이의 꼼꼼한 성격 덕분이다.


연구실의 시그니처 풍경

그렇게 완성된 시커먼 썬팅은 햇빛 차단 효과가 아주 뛰어났고,

연구실 분위기도 확 바뀌었다.

덕분에 연구실은 외부에서 볼 때 어떤 연구실인지 한눈에 알아볼 수 있게 되었고,

남근석처럼 생긴 GPS 안테나와 함께

"아, 저기가 그 연구실이구나"라는 시그니처 역할을 하게 되었다.


그때를 돌이켜보며

이제는 집에서도 썬팅을 할 일이 생기면 꼭 자동차용 썬팅지를 쓸 생각이다.

물론 직접 하지 않고 업자에게 맡기겠지만 ㅎㅎㅎ

하지만 그 시절, 우리끼리 손수 창문에 썬팅지를 붙이며 고군분투하던 기억은 여전히 소중하다.

당시 우리가 만들어낸 그 썬팅,

지금도 한 번식 학교 첨단관 앞을 지나며 보면 뿌듯한 미소가 절로 지어진다.


그리고...

교수님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버티칼 블라인드를 고수하고, 설치한 그 "배짱"은

지금 생각해도 꽤 대담한 결정이었다.

하지만 썬팅 작업의 진짜 교훈은,

퐁퐁과 고무창문닦이는 모든 걸 해결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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